쉬이이잇!
제이슨 지음 / 새만화책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당신은 드라마틱한 인생을 원하십니까? 라고 묻는 다면.. 아니요. 라고 0.1초만에 답할 수 있는 나. 이젠 평범함이 더 안락하고 따땃하게 느껴지는 사십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가끔 일상의 반복에 허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더러는 살고 있으니 살아지기도 하고, 뭔가 목표치를 향해 나름 몸부림도 쳐보고, 뭐 이러쿵 저러쿵 머리속에 잡생각이 가득하기도 때론 완전 텅텅 비워낸 백치로 살아가면서 그 나름의 허기를 메꾼다. 그게 인생이지 하믄서... 

제인슨의 헤이 웨잇! 에 이은 쉬이이잇!은 그런 내 비루하지만 꽤 평화로운 인생에 정말 꽈다당한 감동 한바가지를 선물한다. 여전히 눈동자가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 그들의 눈동자는 그래서 수만가지 표정으로 마음을 적신다. 분위기도 여전히 쓸쓸하다. 글이 없는 만화 컷컷을 따라 갈라치면 적당한 집중력이 일단 소모된다. 결코 쉽지 않다.그러다 보니 이 눈동자 상실한 오리도 뭣도 아닌 녀석과 일심동체가 되어 버리고 자글자글 마음속엔 담백한 쓸쓸함이 남는다. 그것도 아주 오래 남는다. 그 기분이 아릇하게 정답기도 외롭기도 우울하기도 하다. 좌우지간 너무 좋다는 거다. 이 뒷끝이...분명 유쾌한 결말은 아닌데 말이지..

1편에서10편 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주욱 이어 나열해보면.... 

1.가난한 남자 우연히 한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함께 산다. 그러나 죽음의 사신은 늘 그들을 갈라놓기 위해 망원경까지 들이대며 그들을 쫒는다. 결국 죽음의 운명은 아무리 피해가려 해도 피해지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그들은 또다시 이별을 하고 남자는 또다시 홀로 남는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나보다... 

2.죽음의 사도는 늘 내곁에 존재한다. 도망가고 속임수를 써서 따돌려 보려 하지만, 이젠 한 부부처럼 함께 산다. 거부할 수 없다. 오리혀 죽음의 사도가 내 목숨을 돌본다. 휴~~ 덕분에 살았다. 그러다 죽음의 사도가 술을 쳐먹고,, 나태에 빠져 버린다. 그 틈에 찾아온 죽음! 나는 결국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인생은 늘 끝이 있는거구나.. 홀로 남겨진 죽음의 사신은 또다른 사람을 찾아 간다. 

3.기차에서 우연히 눈이 맞은 남과 여. 터널속의 암흑이 그들의 정사를 기다리고 있다. 각자가 원하던 욕망을 해결한 그들은 담백하게 빠이빠이~ 어느날 남자의 우체통에 아기가 배달된다. 그의 아기다. 마음을 쏟고 사랑을 쏟아 그 아기를 키운다. 그 아이가 이젠 성장을 하고 그의 곁을 떠나 독립하려 한다. 담담하게 그 독립을 위해 비행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곤 또 혼자 남는다.  

4.일상이 하루하루 똑같다. 남자는 늘 무덤덤한 자신의 얼굴을 대면한다. 여행을 떠나 낙타타고 사막도 가보고, 베트남 전통 모자도 써보지만 결국 여행도 일상의 한 부분 일 뿐이다. 여행지의 거울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역시 변하지 않았다. 

5.한 여자가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싫어 다른 남자 찾아 떠난 그 여자를 잊지 못한다. 여자는 그 지순한 그리움을 알지 못한다. 남자의 진심이 통했다. 여자와 남자가 다시금 새 사랑을 키워가지만,, 역시 죽음은 또다시 여자를 데려가고 남자는 또다시 혼자다. 그러나... 남자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날 것이다. 

6.~7.투명인간이 되길 상상하고, 그 틈에 누군갈 총으로 쏴죽여 보기도 하고, 죄값으로 총살을 언도받기도 한다. 그러나 총장난!,,, 그건 개뻥이었다.! 상상의 끝은 과연??? 

8.더러 나 자신이 경멸스러워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래서 죽여 파묻어 증거 인멸하지만,,, 땅에 묻은건 내가 아니다. 이웃집 누군가 였다. 한대 얻어 맞았다. 때론 우린 실수도 하는거야. 

9.시간은 그래도 흘러 흘러~ 늘 똑같은 자리.그래도 뭔가 달라지진 않았을까?? 

10. 부귀영화를 누려 보지만 그것도 역시 그저 그래. 역시 내 편한곳은 하늘과 가까운 나뭇가지 둥지 위! 난 여기가 제일 행복해^^ 

인생의 드라마가 여기 이 굉장할것 없어 보이지만, 굉장한 만화에 다 들어가 있다. 사랑, 성장, 죽음, 이별, 외로움, 돈, 망상...아휴~ 난 정말이지 이런 책을 만들어낼 줄 아는 제이슨이라는 노르웨이 만화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단 말이다. 그의 철학이 담긴 그림선은 감히 흉내내어지지도 않는다.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담백함이 있다. 그 담백함에 비범함이 있다는 건데,,, 나처럼 알팍한 인간은 좀처럼 그런 선이 표현 되어지지 않는단 말이지... 헤이 웨잇!이 워낙 훌륭해서 쉬이이잇!이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까 했는데, 적어도 나에겐 100% 만족이다. 그의 만화는 열번을 보아도 만번을 보아도 멋지다. 그닥 드라마틱한 삶을 원하지 않지만,,, 어쩜 우리네 인생 그 자체가 드라마 일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가게 되는 우리들. 적어도 삶이 덜 무섭게 느껴지는 건 이 눈동자 퀭한 친구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드라마를 같이 나눠줄.. 친구들~ 드라마틱은 별게 아니다. 그저 우리가 하루하루 내딛는 일상이 드라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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