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이 7
미우라 노리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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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경박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가볍우면서도 유쾌하고, 또 가벼운 이야기에 어울리는 휘날리는 그림체!! '키라이'를 읽으면서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자연스런 섹스의 묘사다. 다른 순정만화에서는 여주인공들의 순결이 지키기가 무슨 지상 절대 절명의 과제인듯 다뤄지고, 그와 대조적으로 소년/성인 만화에선 성행위 대상외로는 존재 가치가 없는 그런 여자들만 나오는데, 결국은 둘다 성처녀 Vs 창녀라는 이분법의 말도 않되는 여성의 모습이지 않는가? 실제 현실에서의 여자들은 '키라이'의 사쿠라처럼, 사랑하면 남자랑 자기도 하고, 또 아무리 열렬히 사랑했다해도 자신의 인생이 구속된다고 느끼면 그 관계에 대한 회의감도 느끼기도 하는 그런 존재들이 아닌가? 비록 그림체가 가볍고, 또 한 페이지당 대사가 너무 쪼금 나와서 작가의 페이지 수 늘리기 작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유쾌한 연애이야기, 그것도 해피엔딩이 보장된 것을 읽는 맛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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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폴카 1
마키무라 사토루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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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아랑훼스'에서 이어지는 피겨 스케이팅에 관한 만화인데, 작가의 초기작품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후로 나온 '맛있는 관계', '이매진', '이매진 29', '사랑의 달걀'을 쭉 놓고 비교하면 작가의 관심사가 세월에 따라 어떻해 변화했는지 여실히 보인다. '사랑의 아랑훼스'의 여주인공은 연약하고 잘우는 느낌의 소녀였다면, '하얀 폴카'의 여주인공은 좀더 심지가 굳고 씩씩해서 남주인공이 그녀를 의지하는 정도로 발전했다. 이후의 만화들에서는, 주인공의 나이가 10대에서 20대로 다시 3,40대로 비약적으로 늘어나, 신체/물리적으로 성장한 주인공뿐만 아니라, 전문직 여성,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등 심리적으로도 성장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또한 초기 작품에서는 이국적, 현실 일탈의 요소가 강하게 등장하는데 (예: 피겨 스케이팅, 스페인과 일본인 혼혈), 후반 작품로 갈수록 현실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정리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OL, 양다리걸치는 남자에 절망하는 여자들). '하얀 폴카'자체는 그냥 한 번 재미있게 보고 넘길 그런 만화지만, 이후로 등장하는 마키무라상의 다른 작품들로넘어가는 주춧돌 같은 만화이므로 작가님의 팬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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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 19 - 완결
나카무라 요시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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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변신 미소녀물이나 (약간) 야오이스런 만화, 혹은 억척/열혈 소녀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정말 즐겁게 볼수 있을 것이다. 외견상 평범한 중학생 츠카사는 경찰관인 부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졸지에 거리에 내몰리게 되고, 형제들을 돌보기 위해 동급생이자 관동 야쿠자 최대 보스인 류지의 보디가드로 일하게 된다. 티격태격 하면서 사랑하게된 두 사람을 기둥으로 해서, 류지의 약혼녀 아사고와의 삼각관계, 츠카사의 출생비밀, 라이벌 야쿠자들과의 관계, 야쿠자보다도 더 조폭같은 형사 무나카타와 야쿠자 딸인 아사고의 사랑등이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순정만화에 드물게 신나는 액션이 자주 등장하고, 뭐니뭐니 해도 액션의 주체가 독자또래의 소녀라는 점에서 큰 흥미를 유발시킨다.  게다가 황당 자체의 개그 컷과 대사를 읽는 재미도 엄청나다.

이 만화에서의 키워드는뭐니뭐니 해도 출생 비밀에 의해 결정지워진 츠카사의 성정체성이 되겠다. 평소엔 그냥 괜찬은 중학생 남자애이지만, 사건의 해결사로 활약할때면 수퍼섹시한 여성으로 변하는 츠카사. 일반 순정만화 독자들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중학생 남자 츠카사에 대입하고, 그 츠카사가 섹시하고 능력만빵의 여해결사로 변신할때마다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느낄수 있기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섹시한 그녀가 뭇 남정네를 철저히 깨부수며 일대를 평정할때마다 얼마나 신나는가! 하지만 여주인공이너무 절대적으로 강하면 평범한 독자들은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법. 따라서 작가는 츠카사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 류지의 도움/협조없이는 혼자 일을 해결하진못하는 걸로 그려냈다. (심지어 4권에선 보티첼리의 비너스 그림으로 박제당할 위기에서 류지에게 구원당하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츠카사가 등장한다.)

상당한 아이러니이지 않는가? 여성이 신체적으로 남자들에게 버금가거나 아니면 남자들 이상으로 강하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그 강한 여전사는 미모에 성적 매력이 넘쳐야 하며, 남자의 협조없인 일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없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야쿠자의 성처 신화에서 등장한다. 본처는 예쁘고 살림 잘하고 애를 잘 낳는 소위 '여자다운' 면을 대변하고, 그림자의 성처는 야쿠자 남편을 싸움터에서 돕는 '남성적인' 면을 대변한다. 여성의 재생산 기능만이 강조된 본처도, 여자다운면이 제거된 그림자의 처도 결국 남성의 관점에서 본 여성성의 이분법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불공정한 여성성의 이분법을 해체하고자, 그 양쪽면의 긍정적인 면만을 취한 새로운 여성 -미모의 여해결사- 을 만들어 냈지만, 원래 남성의 잣대에 의거한 이분법에서 나온 합체의 결과이므로, 결국 그 이분법에서 자유롭지 못한것이다.

어차피 '디스토피아/유토피아로서의 미래와 인물군상'을 다룬 심각한 작품이 아니고, 그냥 미래를 내세워 현실도피의 도구로서의 유흥거리 만화에 너무 많은걸 바라지 않아야 하는 걸까? 그래도 남자에 의해 인생이 절대적으로 결정되는 여타 순정물에 비하면 훨씬 후련하고 재미있다. 사실 재미만을 생각하면 별 5개에 받아도 손색이 없는 만화다. 재미만이 아닌 진정한 여성의 모습까지 그려 냈다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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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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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의 외적인 요소, 즉, 표지및 제본상태, 편집 방식등은 훌륭한다. 등장 무공, 암기등을 설명한 후반기 부록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곳곳에 등장하는 많은 한시들을 이번 김영사판에서는 꼼꼼히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어서 시의 이해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전체 줄거리 이해에 상당히 도움을 준다. 대부분의 한시들이 번역없이 그냥 한자로 적혀있거나, 아니면 아예 삭제되어서 그런게 있는줄도 몰라서 전체 플롯의 이해를 애매하게 했던 고려원판에서의 단점이, 김영사판에선 단순에 극복된 느낌이다. 예를 들어 고려원판에선 잘 다뤄지지 않았던 영고의 시라던가 한세충의 시가 그렇다. 또한 고려원판과 완전히 다른 sub-plot 이 등장하므로 (예: 양과의 생모는 남금인가 목염자인가), 김용선생이 나중에 고쳐서 냈다는 수정판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 독자는 필히 읽어 보시길 바란다.

김영사판에서는 번역이 좀 구어체로 진행되어서, 예전의 고려원판에서 느꼈던 중세의 사건을 다룬 고전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반감되었다. 노완동을 '늙은 악동'이라고 완전히 번역하기 보단 그냥 노완동으로 내버려 두었다면 고전을 읽는 느낌을 더 강하게 느낄수있었을 것 같다. 읽기 쉽게 번역하다보니, 예전 고려원판에서 등장했던 신파적인 고전의 느낌은 줄었지만, 그게 과연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주백통이 곽정에게 왕중양이 어떻해 죽은 척해서 구양봉을 속이고 합마공을 깨뜨렸는가를 설명하자 곽정이 놀라는 부분에서, 고려원판에선 '곽정은 산해경(山海經)에 있는 황당무계한 기담을 듣는 것처럼 놀라..'라고 표현한것을, 이번에 나온 김영사판에선 '곽정은 황당한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라는 식으로 번역해서 오히려 고전적인 감칠맛이 증발되 버렸다.

또한 번역자가 한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하나의 단어를 하나로 통일해서 옮기지 않고 여러가지로 다르게 표현한 점도 단점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항룡십팔장'중 '견룡재전'을 '현룡재전'이라고 했다가 다시 '견룡재전'이라 했다가... 편집자가 조금만 신경 썼어도 좋았을 것을. 김용선생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필독을 권하고, 무협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근데, 신조협려는 언제쯤 나오려나?  연말에 출간될 꺼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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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仁 2004-05-1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년후엔 이런 문제점을 다 극복하기를 바랄뿐입니다. 3년후에 구입할 생각이기 때문에
 
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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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데체 왜 베스트셀러인지 이해가 않되는 책이다. 그나마 남자의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가는 Blu 가, Rosso보단 더 현실적이고 인간냄새가 풍기는 화자가 등장해서 읽을 만했다. Rosso 의 화자인 아오이는 별달리 뾰족한 직업도 없이 (보석가게 점원일은 생계를 위한 직업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심심풀이 아르바이트 같았다) 돈 많고 이해심도 많은 남자친구의 근사한 아파트에 살면서 과거만을 붙들고 사는 여자이다. 옛 여자인 아오이가 스스로 만든 시간의 덫에 같힌 유령같은 존재인데 비해, 새 여자인 메미는 뼈와 살을 지니고 현재를 호흡하고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덤비는 살아있는 인간이다. 과거를 복원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쥰세이가 과거의 유령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생계걱정 없는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이국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뜨겁게 사랑하다가 어처구니 없는 오해로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고 엄청 극단적인 결심을 너무 선듯 해버리고, 그렇게 단호히 결심 했으면서도 수년간을 또 그 상대방을 생각하는데 써버리느라 다른 사랑이 찾아오는 기회를 스스로 봉쇄해버리고, 그러고도 거짓말 같은 운명에 의해 다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작위적인 것도 이만 저만인 게 아니다. 무슨 억지부리는 트렌디 드라마 보는 것 같다.

장소가 일본이 아닌 이탈리아 피렌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이야기 구성상 커다란 의미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 현지인의 목소리나 시각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고상한 주인공들이 멋지게 연애 하기 위한 이국적 setting일 뿐이므로, 배경이피렌체가 아니라 파리건, 런던이건 전혀 문제 없는 것이다. 괜히 근사하게 들리는 서구 어느나라의 도시라면 상관 없으리라. 결국 책이 말하는 것은 유한계급의 젊은이들의 연애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비 현실적인 운명적 연애론을 싫어 하는 분들은 이 책을 피해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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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2-2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완벽한' 리뷰를 읽으니, 저는 또하나의 허접한 리뷰를 덧붙이기가 미안해지기까지 합니다.
짤막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훌륭한'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