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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틀렸다 -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아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박형준 옮김 / 동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회사를 다니다보니 KPI라는 것을 접하게 된다. Key Performance Indicator라는 건데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지표를 골라서 일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볼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매출, 순이익, 고객만족도 등 다양한 지수들이 주로 KPI로 활용된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에 익숙하지 않는다면 '성적'을 상상하면 되겠다.
성적도 자세히 보면 늘 조금씩 바뀌고 다른 것을 요구한다. 어떤 때는 내신이 강조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에는 없던 논술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성적이나 KPI 같은 것은 일단 정해지면 모든 사람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잘못 정해진 이런 기준들은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가령 어떤 회사가 매출 만을 KPI로 잡았다면 직원들은 회사에 큰 도움이 안되는 매출, 즉 팔면 팔수록 손해인 매출을 잡아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수도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GDP란 바로 잘못된 KPI같은 것이다. GDP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일부라도 해결하는 비용을 전부 계산에 넣기 때문에, 아무 문제도 없고 따라서 해결할 필요도 없는 상태보다 큰 문제가 발생하고 미해결이나마 비용이 발생한 것을 긍정적으로 표시한다. 환경문제가 좋은 예이다.
이와는 성격이 약간은 다른 문제도 있다. GDP는 과연 우리의 '행복'같은 것을 표시해줄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혀 GDP가 카운트 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는데, 가사노동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GDP는 계산할 것을 하지 않고, 계산하지 말아야하는 것을 계산에 넣는 '문제가 많은 지표'이다.
그러다보니 GDP의 숫자가 커지는 것을 절대적인 지표로 삼는 수많은 나라에서 GDP로 인해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하기도 하고, GDP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호도하기도 한다. 우리가 1인당 GDP 1만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서 바로 IMF구제금융을 받았던 것도 그렇고, 그 자체가 환률로 조작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원치 않는 4대강 사업이 GDP로 잡힐 것이고 이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된다면 이 복구비 역시 GDP로 잡힐 것이지만, GDP 성장만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따라서 GDP 수치 올리기의 유혹을 손쉽게 뿌리치기란 힘들다. 이 책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안으로 스티글리츠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에게 의뢰하여 이렇게 문제 많은 GDP를 대체할 만한 지표를 개발하자라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의 보고서이다. 앞에 길게 내 나름대로 썼듯이 이러한 시도 자체가 우리가 쉽게 믿고 따르던 GDP의 한계를 보여주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의미가 있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다만 그 결과물로 GDP를 대체할만한 그리고 GDP의 문제점을 보완할 만한 지수를 얻게 되면 좋았을텐데 사실상 GDP가 지닌 장점을 뛰어넘는 것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싶다. GDP의 장점이란 직관적이고 쉽다는 점이다. 모든 국내 생산을 합한 다거나, 간혹 이를 사람숫자로 나눈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이 장점 때문에 GDP가 계속 쓰이고 있는 것이므로 이 지수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지수를 위해서는 이 장점을 뛰어넘어야만 할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책으로서는 지루하지만, GDP를 다시 돌아보게해주어 우리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고민을 던져준 역할을 했다고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