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만난 행복의 진짜 얼굴
- <오마이뉴스>에 두 달간 연재된 남아메리카 여행기
기자 생활 8년간 한 가지 빼고는 다 가져봤다. 그 한 가지가 바로 ‘행복’
‘전세일망정 집도 있고, 아직은 탈 만한 차도 있고, 미래를 대비한 보험도 있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허전하지?’ 문득 스친 한 자락 생각 때문에 8년차 기자 김동우는 주머니를 뒤지다가 ‘행복이 없다’는 사실에 눈을 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무엇을 해야 가장 행복할까?”란 질문을 던지고 300일간의 세계 일주를 계획했다. 그 길로 사표 쓰고 차 팔고 집 정리하고 보험 해지하고 배낭을 쌌다.
한국에서 가장 먼 곳, 남미에서 그가 만난 행복의 얼굴
그가 세계 일주를 준비하면서 마음에 품었던 곳은 남미. 한국의 정반대편에 있는 남미 대륙에서 그는 뜻밖에도 도시의 매력을 발견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엘 아테네오가 있고, 몸으로 나누는 대화 ‘땅고’를 즐기는 밀롱가의 사람들도 있었다. 거리에는 애잔한 음색의 반도네온 연주가 울려 퍼지고, 식탁에는 마블링 제로의 소고기와 노을빛 와인이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처럼 웃음을 되찾은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파타고니아에서는 바람이 말을 걸어온다
그의 남미 버킷리스트에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지상 낙원(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토레스 델 파이네가 있었고, 신비로움의 극치인 우유니 소금사막이 있었다.새해 첫날을 마추픽추에서 맞이하고, 아프리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와카치나의 사막에서는 샌드 보딩을 즐기고, 지루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비야리카 화산 트레킹에서는 화산 썰매를 타고 하산을 감행한다. 하늘빛을 닮은 모레노 빙하와 맹금 콘도르가 날개를 쭉 펴고 공중을 유영하는 꼴카 캐니언도 구경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는 걷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에게 알려주었다. 저자는 행복의 길이 지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행복을 만끽한다. 남미는 찾아가는 곳마다 팔색조 매력으로 그를 유혹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 최대 도전이었던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도 그의 눈앞에 우뚝 솟아 있었다.
아마추어 트레커는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등정에 성공했을까?
저자는 팀 구성 없이 혼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정상 등정을 위해 때를 기다린다. 아콩카구아 최대의 적은 바람. 심한 날은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바람이 정상을 훑고 지나간다. 바람은 때로는 폭포수처럼 쏟아지기도 하고, 바위처럼 전신을 강타하기도 한다.고산증을 막기 위해 하루에 4리터의 물을 마시며, 메마른 산턱의 바람을 뚫고 정상으로 한 걸음 다가선다. 보유한 식량이 떨어져 갈 무렵, 날씨 예보를 무시하고 정상 등정을 위한 시도에 나선다. 그러나 강풍 앞에 무릎을 꿇고 재도전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지만, 14일간의 도전은 텐트 고장이라는 뜻하지 않은 불상사를 만나며 실패로 끝난다.
남미 여행 버킷리스트의 최상단을 차지했던 아콩카구아 등정 실패는 그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 “여행의 목표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과연 이 여행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삶보다 더 치열했던 1년간의 여행길은 이 책의 마지막 여정 ‘여행을 묻다’를 통해 새로운 길로 담담히 들어서며 진정한 여행자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저자 소개
김동우
오래전 불볕이 내리쬐던 날, 프랑스 마르세유의 이름 모를 골목을 헤매던 내게 시원한 물 한 잔을 내밀던 한 아주머니의 선한 눈빛,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무작정 길을 묻던 내게 아무 말 없이 목적지까지 동행해준 그녀의 미소 그리고 몇 해 전 파키스탄 히말라야에서 비칠대던 나를 보고 배낭을 대신 메준 그의 당당한 어깨….
내 이마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못 본 척 그냥 넘기지 않는 사람들, 말보단 행동으로 이야기하는 그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
무엇이든 보는 것으론 만족을 못한다. 그래서 눈으로 하는 관광보단 몸으로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차를 타고 가다 마주친 풍경보단 걷다 만난 세상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걷고 쓰고 찍는 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여행에서 내 것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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