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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
임방 지음, 정환국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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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 를 읽으면서 생각난 것은 어릴 적 보았던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 '배추도사 무우도사의 옛날옛적에' 라는 만화였다. 그 땐 매일 한 편씩 꼬박꼬박 챙겨 보며 옛날 이야기 속에서 웃고 울었었다. 그 뿐이랴. 어릴 적 읽었던 던 동화책들의 대부분은 옛날 이야기가 많았었다. 그러나 언제 부턴가 우리의 옛날 이야기와는 멀어져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마웠던 것은 잊고 지냈던 내 어릴 적 즐겁게 읽고 보았던 옛 이야기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준 것이다.

 

 '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 는 평이하다. 등장 인물에 신선과 귀신이 등장할 뿐 급박한 갈등 구조나 격렬한 사랑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정도의 단편들이다. 급박한 갈등 구조도 없고 격렬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지만, 옛날 우리네 삶이라든가 혹은 그 속에 담긴 옛사람들의 생각을 슬며시 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서민들의 입으로 전해져 오는 민담을 담아 놓은 이 이야기들은 구수하고 소박하다. 귀신이 사람같고 신선이 사람같은 느낌. 서양에선 귀신을 '악마', '사탄'으로 규정하여 몹쓸 것, 나쁜 것으로 매도하지만 옛 사람들의 정서 속에서의 귀신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귀신이나 신선은 배척하고 몹쓸 것이 아닌 우리네 삶에 녹아 같이 지내는 정겨운 존재이며 은혜를 갚고 악을 응징하는 존재였다. 그런 관점은 이 책의 이야기들을 통해 명확히 나타난다. 혼을 내주는 귀신과 혼나는 사람들,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되니 그 귀신이 은혜를 갚는다는 내용,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여 귀신이 된다는 내용 등은 귀신을 친근한 존재로 여겼던 우리네 옛 사람들의 정서가 뿌리깊게 담겨 있는 것이다.

 

 귀신과 신선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서민들의 생활 모습이라든가 생각지 못한 소소한 사랑 이야기를 보며 슬며시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책 사이사이에 있던 칼라판의 삽화는 내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그 옛날의 생활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소박한 옛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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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이덕형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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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문화는 다소 낯설다. 우리에게 소개된 많은 그리스, 로마 문화와는 달리 비잔티움 문화에 관한 소개는 전무후무하다. 따라서 그것을 문화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접근하여 비잔티움 문화 공부하기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는 비잔티움 문화에 목말라하는 사람에겐 단비 같은 존재의 책이다. 문화사나 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 봄 직한 책이다.

 


사실, 다른 책들에 비해 문화사에 대한 책의 서평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몰랐던 예술의 역사적 사실들을 읽으면서 그 예술에 깔린 전반적인 사상이나 이념적인 측면, 그리고 그 문화가 태동하는 과정 등을 보면서 그것에 대해 일응 수긍하긴 쉬워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서술 내용이나 구성 방식에 비판을 가한다든가 감상을 적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냥 내용을 요약하는 데 그칠 까봐 서평으로의 역할을 못할 것 같았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기에 이 글은 서평이라기 보다는 책을 읽은 후 감상평이라고 하는 게 좋을 듯 하다. 비잔틴 문화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찬란하고 아름답던 비잔틴 제국의 문화에 흠뻑 매료되어 어떤 비평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잔티움 문화는 여느 문화가 그렇듯, 그 시대의 사회적 배경에 기인한다. 정치와 종교에 바탕을 두고 태동한 문화이기에 그 근원은 종교적 사상과 그리고 정치적 변동에 의해 문화 역시 쇠락을 거듭했다.  비잔티움 문화 자신만의 고유성과 더불어 지정학적 위치와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아프리카, 중동 지역, 소아시아, 시간적으로 그리스와 로마-헬레니즘 예술의 유산을 아우른다. 비잔틴 제국의 흥망성쇄와 문화가 어떻게 전성기를 누렸는지, 다시 암흑기를 거쳐 쇠락을 거듭하는 것을 이 책에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나 책 속에 삽입 되어 있는 사진을 통해 본 이콘으로 형상화 되는 종교화와 교회 건축물들은 책의 이해를 돕는데 좋은 자료였다. 전체적인 역사적 이야기와 왜 그런 문화가 태동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놓고 있어 비잔티움 문화를 이해하기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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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
베쓰야쿠 미노루 지음, 송선호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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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게 아니야"

"그럼, 왜 죽이는 거죠?"

"죽이지 않으면 죽게 되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어려웠습니다. 희곡이란 극의 특성 때문인 것도 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가 선과 악이라는 대립 구도만 생각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선과 악의 대립 개념이 없습니다. 살인을 하는 이유도 누군가가 나빠서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된다"는 생각으로 두 기사가 다른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갑니다. 그들은 '돈 키호테로부터' 라는 작품의 부제처럼 세상을 심판하려는 현대판 '돈 키호테'와 같은 기사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 키호테'와 같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돈 키호테'처럼 정의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한다는 믿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타인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타인이 죽어야 내가 산다는 극단적인 생각들. 같이 공생해도 되지만 그 두 기사의 머릿 속엔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작가는 엉뚱한 두 기사와 그들의 종을 등장시켜 현대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염두에 두고 극을 전개 시켜나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불어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 역시 현대의 부조리한 면을 부각시킵니다. 병든 이를 고쳐줘야 하는 '의사', 타인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 그들은 선한 행위를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치료해주고 기도해주기 위해 사람들이 아프거나 죽기를 바라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 아픈 이가 없고 기도해 줄 사람이 없다면 그들의 존재 자체가 무색해지겠죠. 작가는 그런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신의 대변인인 성직자의 타락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인 비윤리적이고 부조리한 모습을 꼬집어냅니다.

 

 

 

"하지만 우린 살아 있어"

"어쩔 수 없지"

"언제까지지?"

"저 쪽에서 올 때 까지..."

"뭐가?"

"우릴 죽여줄 상대가"

"올까?"

"기다리는 거지"

 

 

 

 하지만 그들은 기다립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놓고 자신들을 죽여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참 모순되어 보입니다. 강자가 되기 위해 타인을 죽여 놓고 자기를 죽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약육 강식의 현실을 비꼰 것이라면 남을 짓밟고 끊임없는 경쟁을 하지만 결국 그 뒤에 오는 피곤한 현대인의 모습 같습니다.  나약한 현대인의 모습. 구원자를 기다리는 희망에 가득찬 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죽여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슬픔으로 가득찬 기다림 같아 보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현대 사회를 냉소적으로 보며 경쟁을 일삼고 강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인들을 냉소적으로 꼬집은 작품이라 생각했고 그에 바탕해 서평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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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양산
마쓰다 마사타카 지음, 송선호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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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가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단 생각을 했습니다. 크레파스로 여러번 칠한 글씨 마냥 제가 어렸을 때 써봤음직한 글 모양이더군요. 어쩜 아이였을 때 벽에 휘갈겨 쓰던 낙서가 이런 것들이 아니었던가 생각해봤습니다. 그런 책 표지의 글씨가 귀엽고 예쁘게만 느껴졌습니다. 희곡이라 읽기가 쉽습니다. 희곡인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리어왕', 사뮤엘 베켄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본 적은 있지만 흔히 명작이라 일컫는 스테디 셀러가 아닌 일반 희곡작품은 처음 접해봤습니다. 내용은 잔잔한 바다 물결만큼이나 조용하게 흘러갑니다. 죽음을 앞둔 부인과 그의 남편. 대사는 군더더기 없이 아주 짧습니다. 간결한 대사 사이에 여백은 생각으로 매꾸게 합니다. 이 책이 아주 짧지만 어떤 여운을 주는 건 그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사 사이에 제가 그 행동들을 생각하고 인물들의 마음을 짐작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책을 덮고 난 후 짧지만 무언가 뭉클하면서 한참을 생각하게 합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데 그래서 부인은 집에 누워있는데 운동회에 참석해달라고 말하는 이웃의 모습, 그리고 운동회에 참석하는 남편, 다시 장례식 장에 슬퍼하기 보다 자신들의 집세를 걱정하고 있는 모습들. 죽음이란 건 슬퍼하고 아파해야 할 것이지만 어쩌면 이런 현실적이고 어떻게 보면 차가운 모습들이 우리네 사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대화들이 남편과 원고를 받아가는 다다씨가 예전에 혹은 부인과 결혼 생활을 하던 중에 어떤 관계가 있었단 암시를 해줍니다. 모처럼 아내가 가고 싶어하던 바다에 가려는 찰라 그녀가 왔을 때 바쁘다고 하지 않고 괜찮다고 하던 남편은 참으로 이기적이더군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남편의 손을 자신의 무릎으로 갖다 놓던 아내의 모습. 질투 아닌 질투. 혹은 뺏길까 염려하는 여자의 모습. 잃어버린 양산을 부인의 부탁대로 쓰고 오는 남편. 죽은 후 혼자 밥을 먹으며 혼자 대화하는 장면은 먹먹한 슬픔을 전해옵니다. 세세하게 살펴보면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대사와 행동 속에서 잘 드러납니다.
 
 
 바다와 양산은 많은 것을 알려 주지 않습니다. 독자가 상상하고 독자가 대사 사이의 여백을 매꿔 나가는 재미로 읽는 책입니다. 그냥 짧게 읽기만 한다면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 사이에 장면들을 생각하고 또 어떤 상황이었을까 제 나름의 창조적 글 읽기를 한다면 꽤나 좋은 작품이 될 듯 싶습니다. 연극으로 한다는데 연출가님은 과연 어떻게 장면을 묘사했을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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