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평생 공격성이 있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공격성이 발현되든 말든 살밑에 있는 것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기분좋게 취했던 이가 돌변하기 직전의 순간을알았고, 발을 밟힌 이가 미처 내뱉지 못한 욕설을 들었고, 겸손을가장한 복수심을 감지했다. 누구에게나 공격성은 있지만, 그것이희미한 사람과 모공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사람들의 차이는 컸다.
나는 단단히 마음먹고선, 어찌 살아남았나 싶을 정도로 공격성이없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웠다. 첫번째 남편도 두번째 남편도 친구들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야생에서라면 도태되었을 무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을 사랑했다. 그 무름을, 순정함을, 슬픔을, 유약함을.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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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한 것 또한 "드러냄과 가림의 연출,"
"상상의 파동운동에 의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가시성이 포르노그래피적으로 지속되면 상상이 파괴된다. 그 결과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볼 것이 없어진다.
오늘날에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추神도 매끄러워진다.
추 또한 악마적인 것, 섬뜩한 것 혹은 끔찍한 것의 부정성을 잃어버리고 소비와 향유의 공식에 맞춰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추는 공포와 경악을 불러일으키고 모든 것을 돌로변화시키는 메두사의 시선을 완전히 상실했다. 세기말의예술가들과 문인들이 활용했던 추에는 무언가 심원하고 악령과 같은 것이 있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정치적인 추는도발이자 해방이었다. 그들은 전승된 지각 관습을 근본적으로 거부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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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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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티타는 언젠가 존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주 강렬한 흥분을 느껴서 우리 몸 안에 있던 성냥들이 모두 한꺼번에 타오르면 강렬한 광채가 일면서 평소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 그 이상이 보이게 될 겁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잊어버렸던 길과 연결된 찬란한 터널이 우리 눈앞에 펼쳐질 거고요. 그곳은 우리가 잃어버린 신성한근본을 다시 찾으라고 손짓할 겁니다. 영혼은 축 늘어진육체를 남겨둔 채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할 테고요…….
티타는 흥분을 간신히 억눌렀다.
티타는 죽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몇 번이고 더 만끽하고 싶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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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국 힘든 작품들을 선택하는 제 자신을 돌아보면, 인습적인 것에 대해 ‘왜?’라고 묻는 마음이 제 안에 있는 것 같아요....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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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에게 애착이 생긴다는 것, 생각해보면 참 희한한 일이다. 살면서 매일 무수한 것들을 지나치다 갑자기 눈을 계속 두게 되는 무엇인가를 만난다. 왜 그것이 하필이면 선택되었는지, 다른 동종의 것들에 비해 무엇이 남달랐는지 모른다. 짐작과 추리로이유를 갖다 붙일 수는 있겠지만 정말로 왜 그러하였는지는 영원히 미궁이다.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는 미궁과 미스터리는 사실 이렇게나많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세상이 뻔하고 재미없다고 한다. 뭘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실제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헤모글로빈이라고도 할 수 없을 극미량이다.
아, 애착! 대체 어떻게 생기는 걸까. 내게서 어떤 실 같은 것이하나둘씩 나와 촉수처럼 나부낀다. 그러다 사랑하는 대상에 중력처럼 이끌린 실 끝이 그에게 붙어 나와 그를 연결한다.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이내 단단한 다발이 된다. 내가 움직이면 그것도움직인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서로가 딸려있다. 물질과 기운이 소통한다. 연결된 것이다. 그것도 단단히. 그런 걸 잡아 뜯어내 버리면그 피해는 가히 짐작할 만하다. 엉망으로 북북 찢어질 것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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