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거? 내가 물었어.
그녀가 말했어. 느긋하게 앉아서 온갖 사물에 감탄하는 거. 행이 회눈은 파청회 시내가 말그녀거. 재미있게 노는 거.
그것도 신성모독 같은데.
셀리, 솔직히 교회에서 신을 발견한 적 있어? 난 없..
어. 신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사람들만 봤지. 내가 교회에서 느낀 신은내가 품고 간 신이야.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일 거야. 사람들이 교회에 가는 건 신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을 나누기 위해서야.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눌 신이 없어. 내가 말했어. 그 사람들은 내가배가 불렀을 때나 ○○ 씨의 아이들과 씨름할 때도 나한테 말을 걸지않았어.
맞아. 그녀가 말했어.
잠시 후 그녀가 말했어. 네 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줘, 셀리.
싫어. 내가 말했어. 말하기 창피했어. 그런 질문이 처음이라서 당황스럽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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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 유리창을 데우는 햇빛/자비로운 기계/아무도 오지 않는무덤가에 미칠 듯 향기로운 장미덩굴 가시들/아무도 펼치지 않는/양피지 책…(진은영, 〈쓸모없는 이야기〉, 《훔쳐가는 노래》, 창비, 2012, 22쪽)."
이처럼 용도의 규정 바깥에 있는 ‘쓸모없음‘을 보고 그것을 통해 사물들에 부과된 운명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의 가능성을 여는 것을 블랑쇼는 ‘사물의 구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물의 공성을 보는 것은사물의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기의 규정성에서 벗어나 소나 돼지의 잠재성을 보는 것이 하나의 구원이 될 수 있으리라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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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간택이란 그것이 일어난 순간 이미 선택까지 마친 셈이어서,….이 암묵적 전제가 되어 생각의 방향을 이미 결정한다. 그렇게 분별은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면 생각 없이 받아들이거나 정당화하려 한다. 싫어하는 것이면 생각하려 하지 않고 이해하려하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입증하려 한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난 이해할 수없어!" 이것은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묻는 말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는 말이다.
1961년 이탈리아 작가 피에로 만초니는 자신의 똥으로 90개의 통조림을 만들어 ‘예술가의 똥‘이란 레이블을 붙여 전시했고, 그것을 같은 무게의 금값을 받고 팔았다. 30g의 똥을 담은 그 통조림 중 하나를런던 테이트갤러리는 2002년 3만 8천 달러에 샀다. 똥에 대한 호오미추의 분별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똥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파는 작가나 돈을 주고 사는 갤러리를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만초니는 바로 이 분별심을 겨냥하여 똥을 통조림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똥이 미를 다루는 예술이 되고, 똥이 금보다 수만 배 비싸게 사고팔리는 이런 사태 앞에서 똥은 더럽고 지저분한 것이라는 호오의 마음을 그대로 견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예술과 똥을 가르는 분별심이 사라질 때, 예술에 대해서도 똥에 대해서도 우리는 제대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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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원하는 건 바코드의 도움을 받아 세상을 속박하고, 모든 것에 상표를 붙이는 거야, 이 제품이 무엇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려는 거지. 이 낯선 언어는 인간의 힘으로는 해독할 수 없으니 기계나 로봇이 대신 읽어 줄 거야, 그런 식으로 밤마다 그들은 거대한 지하상가에서 바코드로 쓰인 자신의 시를 낭독할 거야.

움직여, 계속 가, 떠나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니.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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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업이, 어쩌면 업보다는호흡에 가까웠던 무엇이 조금씩 뒤틀린다. 언제부터 신이 자신들을 이 자리 이 일에 배치한 것인지, 또한 그것이 정말로 신이 원하는 바였는지 가슴속에 의문이 깃든다. 급기야는 존재들의 존재 의미란 신이 인간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선물인지, 아니면 신의 역사와 구원을 내다보는 투자인지 그런 데까지도 생각이 미치면서, 인간의 옷을 입은대신 존재로서의 몸이 벗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바늘을 내려놓고 노래 부르며 구두장이 부부의 집을 떠난다. 그들 세계의 전부였던,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운명에 파열음이 생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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