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는 다니엘의 용기와 선함을 존경했지만 엘리엇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엘리엇이 외국인들을 얼마나 존경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정말로 외국인들이 영국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지금 이 시점에서 강의실의모든 학생들은 아키코를 경시했지만, 갑자기 노아는 다르게 생각할 줄 알고 다른 진실을 제시할 수 있는 그녀의 용기가 존경스러웠다. 노아는 자신이 책임자의 말이 항상 옳은 것으로 여겨지는 곳이아닌 장소, 즉 대학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아키코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기울여 듣기 전까지는,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할 줄 몰랐다. 더 나아가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대 의사를 제기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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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감독은 카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자, 안으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말 또한 그 나름의 이유와 원인이 있다. 어떤 말은 마치 대단한 일을 할 운명인 것처럼 엄숙하게, 오만하게, 우리를 부르지만 결국에는 너무 가벼워 풍차의 날개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반면 평범하고 습관적인 말, 매일 사용하는 말이 결국 누구도 감히 예측할 수 없었던 경과를 낳아, 그런 목적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지만 세계를 흔들기도 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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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람이 도시에서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같은 건 알고 싶지도 않았고묻지도 않았어. 우리에게 귀한 것은 이름뿐이었으니까. 서로를 부르고 대답할 수 있는 이름, 부르는 순간 세상에 단하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평화와 친밀감과 흥분을 동시에 주는 이름. 단지 소리 내어 부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체취를 상기할 수 있는, 동시에 서로의 껍질 안쪽에 자리한 여혼이 돌출되고 마는, 그런 이름 말이야.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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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도르노의 글은 본질적으로 단락이 거의 없습니다. 단락 나누기 자체가 이미거짓 사유의 시스템에 속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글이 시작되면 끝까지 단락을 나누지 않아요. 아도르노는글을 쓴 게 아니라 어쩌면 작곡을 한 거예요. 악보를 그린거예요. 음악에 무슨 단락 나누기가 있습니까? 하나의 사유는 완전성을 지녀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락이라는 단절점을 용서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원전을 보면서문에만 단락이 좀 나누어져 있지 나머지는 별로 없어요.
또 하나는 중요한 개념에 따옴표를 붙이지 않아요.
따옴표를 붙이는 게 무슨 뜻입니까? 그것이 중요하다는뜻이죠. 그것을 강조하는 것은 동시에 무엇을 의미합니까? 다른 것은 비교적 덜 중요하다는 얘기죠. 이게 바로 권력적 사유에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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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게, 자네는 결코 늙지 않기를 빌겠네. 그게 무슨뜻입니까. 자네 이마의 표는 점이 아니고, 자네가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니고, 자네가 내게 한 말 가운데 진실은 없다는뜻일세. 어쩌면 내 진실이 노인장에게는 거짓으로 들리는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하지만 의심은 오래 산 사람들의 특권이라네, 그래서 내게는 거짓에 가깝게 보이는 것을 진실로받아들이도록 자네가 나를 설득하지 못하는 걸세. 노인장은 누구십니까. 조심하게, 젊은이, 내가 누구냐고 물으면 나도 자네한테 누구냐고 물을 권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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