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서울
피터 W. 페레토 지음, 조순익.정은주 옮김, 신병곤 사진 / 프로파간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서울을 타자화시켜 볼 수 있는 실로 값진 책이다. 목차와 설명 없이 무작정 펼쳐지는 일련의 사진들을 보며 영감을 얻는다. 강박, 욕망, 불안, 시기, 모방, 편의, 변주, 전용, 무지, 자생 등 생물로서 도시 서울의 단면을 토막토막 마주하는 사이 성찰의 기회가 온다. 명소를 찍은 것이 아니라 도시적 풍경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책의 후반까지 그저 사진만 이어질 따름이지만, 저자의 분명한 목적의식과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지고 이미 한참 대화를 나눈 것처럼 벅차다. 이윽고 말미에 간략한 해설이 덧붙여져 있는데 이것 역시 대단하다. 일부를 옮긴다.

 

 누구도 서울의 시작과 끝이 어디라고 단언할 수 없다. 서울은 역사적 유산이 풍부하면서도 특징 없는 것들로 빽빽이 들어찬 도시다. 자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콘크리트 정글이 되어버린 서울은 어떠한 체계적인 격자도 없이 유기적으로 성장해 온 도시다.

 

  내가 본 서울에 관한 가장 훌륭한 설명이다. 이외에도 아스팔트는 서울의 피다라는 일갈과 간판을 도시 서울의 문신으로 읽는 혜안이 깊이 남는다. 특히, 익명의 건축에 대한 서술을 보라. 서울을 깊이 사랑하는 저자가 느껴진다. 이만한 가격에 이렇게 손에 쉬이 들리는 판본으로 출간되어 고맙다. 누구한테라도 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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