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빚을 다 갚았다 - 마이너스 인생을 바꾼 생존 재테크
애나 뉴얼 존스 지음, 이주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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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에 읽은 “소비단식 일기”의 저자가 본인의 글에서 워낙 몇번이고 언급한 책이라 궁금증이 일었다. 어떤 부분에서 이 책을 인용하고 또 영향을 받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예상대로 사실상 “소비제한”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전자에 언급한 책과 비슷한 내용으로 풀어내고 있다. 다른점이 있다면 “소비단식 일기”의 저자가 한국인 이라는것과 이 책의 저자가 미국인이라는점 뿐일까.(그 정도면 거의 번역본 수준인듯)
본 책은 2016년에 출판되었는데 (미국 현지에서의 출간은 언제인지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 그때보다 심하면 심했지 자본주의의 소비를 향한 대중들의 사랑은 끊임없이 열렬하고 기업들의 수법은 더 발전되고 교묘해진듯 하다.

극단적이기까지한 작가의 (필수품만 구매한다는 소비제한 조건) 1년동안 이뤄진 실험은 (왜 이렇게 미국인들은 이런 극단적인 타이틀을 흥미로워하는 것인지) 과연 실행 가능한 것일지 조금 의문이 들긴했지만, 그 뒤에 담고있는 소비의 의미와 목적에 의문을 던지는 제안은 크게 공감할만 했다. 과연 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소비인지 (작가가 말하는 필요한 물건, 원하는 물건의 차이) 아니면 기업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목적과 그에 감흥되버린 타인의 영향으로 인해 전개된 소비일지 앞으로 우리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지도 모른다고 제시했다. 매우 넓게 보자면 물질과다로 인한 풍요의 자연재해는 결국 사용하지도 못할 다량의 소비로인해 시작되었을 인간의 욕망에서 출발하였으리라 의심하지 않을수 없기때문이다. 이에 반발해서 “에코”니 “친환경”이니 각종 운동이 번져나가고 있지만, 그마저도 기업의 매끄러운 마케팅에 흡수되 소비의 또다른 패턴으로 장식된 현실을 마주하며 탄식만 내비치기에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였다. (얼마전에 목격한 대형 포털내 쇼핑사이트의 “친환경 그린라이프 제로웨이스트” 기획전은 정말 그 표본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었다; 제로웨이스트는 근본적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더 계속해서 사용하되 불필요한 소비를 더 이상 하지 않는것에 기초하고 있지는 않는가??! 역시 기업은 돈이 필요하다!)
작가의 출발은 학자금을 비롯한 무분별한 소비습관으로 완성된 빚 청산에 있었지만, 그 가운데 소비를 제한하며 다시 바라보게된 본인의 삶을 소개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소비는 신성한 회개마냥 거룩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단지 주체성이 사라진 무분별한 의식에 제약이 없다면 자신을 피폐화 하고자하는 중독적인 다른 행동과 무엇이 다르다 반론할수 있을까. 필요하지도 않을 물건을 변호하며 합리적인 목적을 구체화하는데 도사가 되어버린 나는 쓰라린 고통을 느끼는데 조금의 주저함이 없었다. 오랫동안 무섭게 뿌리잡고있는 소비습관을 항상 경계하고 되새기지 않으면 살아 남을 길이 없어보이는 현실에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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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단식 일기 - 소비를 끊었다. 삶이 가벼워졌다. 자기만의 방
서박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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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주제다. 우리 모두는 자본주의의 철저한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야만 하기에 ‘소비’만큼이나 매력적인 화두가 없다. 이렇게 마음에 끌리는 책은 당장이라도 집어 들고 읽어야 하지만, 나는 소비하지 말라는 작가의 얘기를 책을 구매하면서 소비하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싶지 않은 오기가 생겼다. 마침 브런치에서 연재된 글들이 이 한 권으로 엮인 점도 있어서 우선 블로그를 순서대로 따라가며 작가가 어떤 얘기를 하나 넌지시 바라보다가 도서관으로 향했다. 

본인에게는 부끄러워 남에게는 절대 공포할 수 없는 이야기가 별안간 관련 없어 보이는 타인에게 그만큼 흥미로운 점도 없다. 과장도 없이 작가의 소비는 정말 신기롭고 (혹은 마술사의 특별한 기술처럼) 기이했다. 그녀에게 각종 온라인 강의들은 지식을 위한 마음의 안정된 결제였고, 온라인 책방이 그녀에게는 도서관이었다.(왠지 책을 산다는 소비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지적인 활동처럼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냥 웃고 지나쳐 봤음직한 작가의 희극은 사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비극이기도 했다. 작가에 비해 나는 정도가 심하면 심했지 부족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나간 외출에서 길을 걷다 발견한 쇼윈도 속의 초라한 나를 안타까워하며, 무작정 들어간 옷가게에서 새 옷으로 환복을 했다. 그리고 입던 옷을 그 자리에서 기부한 적도 있었다. (요즘 SPA 브랜드들은 리사이클이라는 명목 하에 옷 수거함이 잘 마련되어 있다) 이게 자원순환이라는 말도 안 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이념 철학을 거들먹거리게 하면서, 나 또한 한 수저 얻는 미묘한 우월감으로 쇼핑을 정당화했다. 작가가 주기별로 구매한다는 에코백은 또 어떤가? 사도, 사도 지칠 줄 모르는 디자인과 다양성은 과연 어느 누가 붙이기 시작했는지 이름만으로도 환경친화적(정말 탄식이 따로 없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과연 누가 시작했는가!!))이어서 몇 개를 소유하고 있어도 용서받아 마땅할듯한 가방들. 아마 불태워도 땅에 묻어도 몇 백 년은 거뜬하게 남을 백들이 모든 집에서는 넘쳐나고 있다. 밖에서는 들고 다닐 생각은 1도 없으면서, 뉴요커의 한 바짓가랑이 정도의 사상이 젖어든 우아함에 젖은 텀블러는 죄다 쓸데없이 찬장에서 나뒹굴고 있는데도 애써 모른척했다. 그 때문에 좁아진 집에서 물건으로 가득한 공간을 배경으로 조금 더 넓은 집이면 행복할까? 하고 미래의 공상을 놓치지 않는다. 지금을 바라보기에 나 스스로가 너무 비참해 보이도록 계획된 쉴 새 없는 광고와 SNS의 포스팅, 온갖 프로모션은 나의 정신을 구체화한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사실 모든 게 엮여있다 몇 년 전에 유행처럼 번지던 미니멀리즘이나, 탈 온라인 라이프, 친환경 소비 그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운동. 이 움직임들은 실타래처럼 엮어있어 누가 달걀이었고 닭인지 모를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이어폰 줄처럼 여간 머리를 답답하게 했다. 글쎄 돈을 모으는 건 좋다. 모두는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상승하는 만족감을 추구하면서 물질의 규모가 더불어 시각화되는 공간을 꿈꾸었다. 근데, 왜 기업들은 부족함을 부추기고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하라고 계속해서 독촉할까? 그들은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네가 가진 소비력을 세상에 전파하라고 되새긴다. 소비 신앙에서 따르지 않는 신도는 도태된 존재이고 불안정한 자아일 뿐, 발전과 성장이 목적인 그들에게 소비하지 않는 고객은 돌봄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다. 이렇듯 나와 나 주변의 사람들이 스스로가 던진 광고판이 되며 서로를 독려하고 소비 신앙을 전도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현대를 나는 살고 있다. 오히려 자발적인 의지는 스스로를 돌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의 미묘한 분류를 혼탁시키며 수동적인 조작을 교묘하게 감추는데 나는 정말 알 길이 없다. 작가는 단순히 500만 원으로 청구된 신용카드내역에서 출발했을 뿐인데, 그가 던진 여파는 여간 간단해 보이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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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질 중독 - 올바른 탄수화물 조절로 내 몸 리셋
마키타 젠지 지음, 박유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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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얇은 책에서 저자는 계속해서 반복한다. 당분을 그만 좀 섭취하라고.

논리는 간단하다. 탄수화물이 결국 포도당으로 변하면서 생기는 당분의 주요 원인이 되며, 그는 곧 비만이 되므로 줄이라는 것이다. 초콜릿과 같은 분명해 보이는 당분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붉은 딱지처럼 주의보가 붙어있긴 하지만, 흰밥이나 (심지어 현미밥이 매우 좋다는 것도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 식빵과 같은 순수한 탄수화물이 오히려 그 문제의 원인이 됨을 바로잡는다. 이건 단순한 원료 섭취가 오히려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오해하고 있던 점이었는데, 가령 흰밥에 간단한 김이나 메밀소바와 같은 단조롭고 건강해(?) 보이는 식습관이 좋지 않다 지적한다. 논지는 탄수화물이 체내에서 단순한 영양소로 분해되어 혈당을 급작스럽게 높이기 쉬우니 반대로 곁들인 기름진 것들(고기도 좋다고 추천한다)과 섭취하도록 유도했다. 어찌 되었든 조금이라도 과정을 복잡하게 해서 절차를 지연시킴에 따라 혈당의 순간적이 변화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은 뭔가 힘의 원천 혹은 분명한 에너지처럼 생각되어 줄인다라는 개념과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내 관점에서는 좀 당혹스러웠다. 원체 탄산음료와 같은 당분이 액체로 변형된 음료들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 만큼이나 탄수화물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와닿지 않았다. 

이 책은 원인이나 논리를 반복하고는 있지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는다. 무엇을 먹어라 먹지 말아라 라는 대략적인 개념은 던져주나 그 계획이나 일정에 대한 친절한 안내는 독자들이 취합하기를 바란다. 당질 중독이라는 개념이 있고 분명히 그 위험성을 인지했으면 이 책의 소임은 끝난 것이라는 다소 쿨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심 있으면  직접 자발적으로 찾아보시든가! 하는 다소 냉정한 자세에 깔끔한 마무리로 책을 정리한다. (뭐 그래 봤자 내재된 식습관은 그리 오래된 변화를 바라지 않겠지만) 말은 그래도 무엇이 잘못된 사고였고 흔히 떠도는 누군가의 성공기나, 이따금씩 클릭해서 누르게 되는 자극적인 웹 기사의 건강 헤드라인보다야 분명하고 간략한 정보로 그 본질을 알고 싶었다. 아주 간략한 제시로 심플하게 시도하길. 내일의 건강이 정말 오늘의 사소한 습관에서 시작되어 완성되는 것처럼. 
그나저나 책 읽기 전에 구매한 두 봉지의 과자는 어찌 처리해버려야 하나 골칫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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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 머릿속의 스위치를 끄고 싶을 때 보는 뇌과학 이야기 나는 왜 시리즈
홋타 슈고 지음, 윤지나 옮김 / 서사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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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이 책을 축약하자면 부제로 담긴 “Think Simply”가 그 답을 대신하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라! 심드렁하게 지쳐있는 귀여운 캐릭터가 심히 부러울 만큼 나는 이미 그 생각에 호기심일 일 정도로 지쳐있는지도 모른다.

뇌과학이 선택한 45가지나 되는 단순 사고법 (아이러니하게도 과연 45가지가 단순한 숫자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딱히 읽어보지 않아도 누군가 알고 있을법한 그런 방법을 제시한다. 책의 본질적인 의의라고 한다면, 깔끔하게 정돈된 한 권으로 각종 매체를 통해 스쳐 지나갔던 잠깐의 흥미로웠던 가십들이 박사의 전문적인 소견에 기반하여 증명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 뇌가 지치지 않는 방법을 체득한 사람이라면 결코 이 책을 읽을 필요조차 없겠지만, 바쁜 현대인이라고 사회가 포장해서 채찍질하기 그지없는 대중들에게는 긁어모아 잘 정리된 다음과 같은 책이 필요할지 모른다. (꽤 많이 팔렸는지, 리커버리판 까지 나올 정도로 호응이 좋다: 더욱더 업그레이드된 귀여운 캐릭터로 변경되었다;;)
물건을 줄이고 공간을 만들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이끄는 ‘미니멀리즘’은 어느새 후퇴한 패션처럼 조금 낡아 보였다. 이 책은 미니멀리즘이 시각적인 형태의 비움을 강조한 어떤 축이었다면 그 연장선상에 “왜 생각이 많을까?” 하는 질문으로 머리를 비우라는 작가의 제안이 담겨있다. 방식은 조금 달라 보일지라도 방식은 똑같다. 결국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결론. 과거를 회상하며 집착하는 것은 연구를 통해 기억력을 감소시키는 뇌에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 했다. 경우의 수를 따져 걱정하고 선택지를 늘려 고민하는 것이 뇌의 효율성을 극한으로 이끌어 본질적으로 스트레스를 이끈다고도 했다. 가공한 아름다움과 그럴듯한 상업성으로 만들어진 평온을 추구하는 것보다 그냥 걷고, 의미 없는 낙서 하거나, 머리를 두드리거나 혹은 심호흡 심지어 크게 노래를 부르는 게 좋다고 했다. (자세한 이유나 방식은 연구한 논거를 뒷받침으로 대신하며: 조금이라도 흥미가 당긴다면 독자들은 고민 없이 시도하기를 바란다!)

정보의 보편화에 따른 막대한 복잡함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껴안고 산다. 늘 뒤처질까 봐 SNS를 통해 비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상업 매체들은 고객이 부족한 지금을 과장되게 들춰내며 (전혀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차지하기 위한 갖가지의 유혹을 쉴 새 없이 던진다. 이에 호응하듯 우리는 그들의 플랫폼에 나의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펼치고 열광하며 그들의 의도에 기꺼이 손을 내민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피곤이 매끄러운 포장으로 세뇌됐음에 슬쩍 놀라면서도,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회귀하는 자신을 보며 더 무서움이 일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말 대신에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는 어떤 걸까. 조금이라도 이 책이 신경이 쓰인다면 나는 작가의 제안에 기꺼이 연구 대상이 될 자세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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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 대하여 - 박상영 연작소설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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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는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는 다소 급작스러운 알림에 당황하여 급하게 책을 주문했다. 몇 시간이라도 빨리 그 책을 손에 쥐고 읽기를 바라면서.
누군가는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났을 때 그 소재를 써서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 예상했다. 코로나라는 유행병의 시기가 그만큼 많은 사람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에 가득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예상치 못하게 움직이는 이례적인 변이는 사람들을 희망을 비웃듯이 모두를 또다시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질병의 흐름은 아직도 활개 치며 지금에 이 순간에도 그 막대한 영향력을 소강시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근래에 들어 코로나는 하루 날씨만큼 사람들에게 무료하게 동감을 일으킬 만한 더할 나위 없는 소재를 던지며, 이렇듯 작가에게도 현실 반영이라는 매력적인 주제를 던져주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 전작들을 통한 작가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에 사로잡힌 탓인지, 나는 이번 신간에 도저히 후한 감상을 남길 수가 없었다. 그냥 별로였다.

형광에 가까운 연두로 둘린 책 띠지에 선명하게 박힌 수식어들이 묘하게 눈이 갔다. “맨부커 노미네이트”, 작가가 유명하다는 그 상을 받았던가 하고 찾아보았다. (노미네이트되었다고 분명하게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했다) 그리고 하단에 적힌 “사랑 3부작의 마지막 작품”에 눈을 돌렸다. 애초에 작가는 3부작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집필을 하지 않았음에 분명해 보이지만, 화려하고 멋들어진 출판사의 기획력으로 작가의 소설은 규격화된 마케팅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어있었다. (나는 이렇게 작가의 3부작을 다 읽음으로써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인가.?)

소설은 누군가의 연애, 혹은 주변의 이야기를 한 다리 건너 전해 듣는 듯한 느낌이다. 들어봄 직한 그저 그런 얘기들이 약간의 픽션에 버무려져서 가공되었다. 소설의 역할에 알맞게 어느 그 시점에 눈이 내렸고, 딱 그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이 미묘한 분위기로 엮인다. 쪽대본까지는 아닐지라도 전형적인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한 제목만 바뀌고 등장인물만 교체된 그때 그 기억 속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은 왜일까. (이래서 출판사는 ‘사랑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판촉하며 작가의 전작들을 기이한 묶음 세트로 묶어버리며, 동시에 자가 복제하는 듯한 소설을 작가가 더 이상 쓰지 않기를 바라는 고도의 계획을 세운 것일까) 그만큼 가공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작가 자신도 후기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해준 단서들에 감사하고 있었다. 물론 구체적인 소재와 취재한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섞어서 엮은이는 능동적으로 작업한 소설가 작가 자신임에는 부정할 수 없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이 읽었다. 절친한 친구가 해준 걔네 회사 얘기. 싸이코 같은 상사를 대하는 잡담. 이렇게 돈 벌기가 힘들다니 하면서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그런 투덜거림 때문에 급하게 포장해서 마무리한 챕터를 시작으로 이어진 남자 회사원의 코로나 대처 얘기. 신규사업에 회사 얘기, 회사원들의 사람들 관계. 그리고 각 챕터에 풀어 헤쳐놓은 얘기를 어떻게든 묶어내려고 만들어 낸 마지막 챕터. 감흥이 없다. 구태여 책을 펼쳐서 하얀 종이에 가지런히 펼쳐진 검을 활자들 바라보며 습득하지 않아도 될 그런 회사생활 이야기를 마주하고 앉아 있으려니 내가 왜 이걸 읽고 앉아 있나 했다. 또 “E사의 가전인 워시타워가~”, “워시타워를 두기에도 빠듯한 공간에서~”라고 표기하며 구태여 워시타워라는 특정 가전브랜드의 상품명을 자꾸 언급하는 부분이 거슬렸다. ‘E사’라고 마치 스티커 한 장으로 가려버린 브랜드 옷을 버젓이 입고 나오던 예능프로그램 혹은 드라마의 연예인들처럼 소설에도 PPL이 적용되는 건가 실소가 일었다.
작가가 다른 인터뷰 매체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소설집에서 묶인 연작들은 처음부터 4편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었고 독자인 나에게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첫 단편인 ‘요즘 애들’에서 보여준 시작점은 넘어가는 챕터마다 확장되는 듯하지만 각각으로 고여있다. 등장인물들이 공평하게 배치되어 한 권으로 엮었을 때 문제없어 보였지만 난해하게 연결되어있어 얼기설기한 그 억지가 나는 조금도 자연스럽게 익숙하지 않았다.

너무 투명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일까. 작가 자신도 시즌2라며 새로운 방향으로 시도했다는 이번 소설은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담아낸 탓인지 코로나19, 부동산가격 폭등과 같은 큼직큼직한 이슈들이 전혀 낯설지는 않다. 다만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로 엮인 그의 글이 왜 이렇게 낯설게 다가오는지는 정말인지 의문이다. 작가는 이전에 그의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나 공평하게 똑같이 펼쳐졌던 과거에서 지나쳐버렸을 법한 찰나를 사진 한 장 증거 남기듯 세분화하고 묘사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그 예민하고 뾰족했던 디테일을 지켜보며 묘하게 기이한 한숨을 내쉬던 나는 이번 작가의 신간이 정말인지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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