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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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을 극으로 내몰면 이런 유쾌함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걸까. 옮긴 이의 말을 빌려 이 책이 흔히 오쿠다 작가의 ‘이라부 시리즈’의 세 번째 편임을 알았다. 시리즈는 ‘인더풀’, ‘공중그네’와 함께 구성되어있다 했다. 뒤늦게 안 사실에 반해 언급된 책들은 모두 내가 다 읽은 책들이다.
한창 일본소설이 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던 시기에 나는 학교 도서관을 전전했다. 일본소설 섹션은 매우 아름답게 정돈되어 신간으로 빳빳하게 채워져 있었다. 양장본의 책등에 적힌 갖갖의 독특한 타이틀이(왜 그렇게 일본소설들은 제목이 특이한 것인지) 이리저리 튀면서 독자들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그 한 섹션을 통째로 읽는 게 목표였고 하릴없이 시간만 축내며 아웃사이더였던 새내기의 취향에 그에 버금가는 취미는 없을 듯했다. 사실 무섭게 읽어 내려간 소설들은 매우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그 맛을 진중하게 보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닥치는 대로 욕심을 어떻게 해서든 채워나가는 무시무시한 욕망의 행위처럼 치부되었다. 그랬기에 이게 시리즈 물이었는지 작가의 큰 그림에 의해 그려진 인물이었는지 알 길이 당시에는 없었다. 알고 있다고 했을지라도 금세 잊혔겠지만.
철 지난 옷장에서 발견한 졸업사진을 바라보는 것처럼 소설을 읽었다. 극히 아는 전개를 읽고 있자니 어느 시점에서 웃었는지 문득 그때의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잠시 들었다. 아주 찰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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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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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과장된 직장인들의 주변 이야기가 한 권에 모였다. 씁쓸하지만 그 과장됨이 그 자체로 현실을 담고 있어서 그렇게 가볍게 허구만으로 치부해서 소화할 수가 없다.
작가의 글은 묵인하며 순응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무력한 나를 바라보게 한다. 구체적인 숫자와 부자가 되는 목표로 규정된 현실에서의 낭만은 없다. 이 세상을 사는 분명한 목적이 부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숫자가 부족한 개인의 존재는 없거나 가려진 채 무시당할 뿐이다.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를 꼭 갖고 싶다 하던 나의 꿈은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원하였지만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과만 던져지듯 덩그러니.

늘 한 주의 시작을 퇴사를 만지작거리며 고민하고 무력한 매일의 퇴근을 버티며 하루를 보낸다. 각종 매체에서 보이는 삶들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유유자적하며 충만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나 했다. 소설에 비친 거울만이 조금 위로가 되는 세상에 산다. 나도 누군가의 뒷받침으로 지탱되지만 나 또한 누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부속품이 되었다. 단순한 모듈로 치환해버리기에 그 삶의 복잡함은 헤아릴 길이 없지만 그렇게 인간이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어리석음을 안다.

가벼운 문체와 익숙한 흐름 그리고 작가가 던진 시답지 않은 주제가 곳곳이 담겨있어 늦은 시간의 라면마냥 후루룩 읽어냈지만, 그 여운은 조금도 가볍지않게 잘못된 시간의 야식처럼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내리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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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돈 관리 - 초보 혼족의 슬기로운 경제생활
공아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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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게 잘 정리된 한 권 (같이 보이지만 블로그 읽는줄)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정보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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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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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제목이다. 지식인의 언어유희인가 하고 웃어넘겼는데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넘길 절대 가벼운 얘기는 아니었다. 서양학을 전공한 교수님이 쓴 글이라길래 조금 편견을 가지고 무겁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는 오래되었고 누군가의 강의를 들어본 기억이 좀처럼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글이 세상에 나온 지는 벌써 십 년도 훨씬 넘었는데 작가가 제기한 문제들이 과연 얼마나 해결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만큼 아무 변화도 없어 보인다) 기성세대의 철밥통으로 무장한 단단한 집단에 오랜 세월은 어떠한 변화를 주었을까. 현재 체감상 느끼는 내 반응은 떨떠름하다. 앞서 해결되어야 할 매우 급한 일들에 앞서 작가의 제안은 아직도 사소하고 부차적인 부록에 불과해 보였다. 일개 시민에 불과한 나조차 이런 인상이 강한데 거대한 사회는 조금이라도 반응했을까? 현재의 한국은 마치 외형으로는 휘황찬란한 문화를 구축해나가고 그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을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 토대로 마련된 문화를 경시하는 것 같다.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우리는 우리 자체로 대단해 보였고 창작 그 자체로 기원이 된 것처럼 그려졌다. 이 책은 번역이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생각지도 못한 우리 사회를 역사를 차근차근 되짚는다. 글 안에는 작가의 사려 깊음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 따뜻함이 느껴졌다. 논문 같은 딱딱한 글에서 기대한 반응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책표지는 좀 거슬린다. 인문학이 존재하는 건 많이 사람들에게 읽혔을 때 그 의미를 다 한다고 했지만, 표지가 사람들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글이 아주 좋으니 개정판으로) 절대 표지만으로 그 안에 담긴 작가의 멋진 글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을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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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8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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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추천해서 읽었다. 자신만만하게도 본인이 번역한 소설이었지만 얼마나 뿌듯하게 언급하던지 무엇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세 편의 짧막한 단편소설이 묶인 한 권이다. 사실상 두편은 이어지는 내용이라 시점만 다를뿐 같은 소설이고 그에 비해 아주 짧은 단편이 부록마냥 붙어있다. 툭툭던지는 말투가 정말 가관이다. 주인공인 남자 말투가 워낙 그 모양인가 하곤 넘어갔는데 심드렁한 등장인물이 그 다음의 짧은 단편에서도 또 등장하길래 이 작가 자체가 신기했다. 때문에 당연히 작가는 남자일것이라고 혼자 착각했다. 그런 막연한 츤데레를 그렇게 구체적으로 그려내다니. 작가들의 미친 관찰력에 혀를 내둘렀다.

너무 얇아서 정말 단편소설이 다름없는 한 권이다. 그래서 방금 읽었는데도 뭔 내용인지 기억이 잘 안난다. 작가가 인상깊게 남겨준 그 허물없이 내뱉은 말투만 기억에 남았다. 좋은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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