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과장된 직장인들의 주변 이야기가 한 권에 모였다. 씁쓸하지만 그 과장됨이 그 자체로 현실을 담고 있어서 그렇게 가볍게 허구만으로 치부해서 소화할 수가 없다. 작가의 글은 묵인하며 순응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무력한 나를 바라보게 한다. 구체적인 숫자와 부자가 되는 목표로 규정된 현실에서의 낭만은 없다. 이 세상을 사는 분명한 목적이 부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숫자가 부족한 개인의 존재는 없거나 가려진 채 무시당할 뿐이다.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를 꼭 갖고 싶다 하던 나의 꿈은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원하였지만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과만 던져지듯 덩그러니.늘 한 주의 시작을 퇴사를 만지작거리며 고민하고 무력한 매일의 퇴근을 버티며 하루를 보낸다. 각종 매체에서 보이는 삶들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유유자적하며 충만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나 했다. 소설에 비친 거울만이 조금 위로가 되는 세상에 산다. 나도 누군가의 뒷받침으로 지탱되지만 나 또한 누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부속품이 되었다. 단순한 모듈로 치환해버리기에 그 삶의 복잡함은 헤아릴 길이 없지만 그렇게 인간이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어리석음을 안다. 가벼운 문체와 익숙한 흐름 그리고 작가가 던진 시답지 않은 주제가 곳곳이 담겨있어 늦은 시간의 라면마냥 후루룩 읽어냈지만, 그 여운은 조금도 가볍지않게 잘못된 시간의 야식처럼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내리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