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예쁘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이 책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단어와 단어가 모여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되고 그 글들이 모여서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이 되었다.
챕터를 넘기는 내내 의아해 했다. 이게 소설인가 산문이었던가. 본인이 겪고 인터뷰했던 누군가에게 흔한 그런 시시한 장면들이 작가를 통해 이렇게 까지 생생하게 살아있고 숨쉬는 한 장면으로 전달될 수 도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지면에 펼쳐진 검은 글자들을 통해 그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작가는 라디오 피디라던데, 그들은 원래 이렇게 마법같은 재주로 글을 재미있게 잘 풀어낼 수 있나 했다. 그렇게 직업적인 배경으로나마 추측할 수 있는 작가의 재능이 부러웠고, 아름다운 글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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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 NOVELIST (잡스 - 소설가) - 소설가 :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 잡스 시리즈 4
매거진 B 편집부 지음 / REFERENCE BY B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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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매거진 편집부에서 이상한 시리즈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랜드나, 음식재료로 한 권 한 권 가짓수를 늘리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직업이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직업을 경험해 볼 수는 없기에 꽤 흥미로운 얘기를 엿볼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게다가 평생 만나 볼 수도 없는 저명한 작가들을 엄선해 두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포함해서.
책은 강요하듯 회색 하이라이트 처리된 “네가 주목해야할 바로 이 문장”으로 가득하다. 나는 거북했다. 눈에 거슬리는건 둘째치더라도, 왜 그렇게까지 이미 주관적으로 편집된 작가의 이야기를 또 한번 주입식으로 큐레이팅하는 것일까. 이건 이미지로 잡다해 분산된 시각을 조금이나마 텍스트로 모으려는 잡지도 아닐뿐더러 책을 읽는 독자를 향한 오만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주위를 환기 시키기 위한 챕터 사이의 삽입 인용문들(인터뷰 흐름에 전혀 도움도 안된다; 최대한 눈길을 안주려 노력하게 된다), 과도한 블럭으로 구획된 주석들은 꽤나 불쾌한 편집으로 읽는 내내 시야를 불편하게 했다. 아마 그렇게 구성하면 있어보이는 한 권 처럼 시선을 사로잡으리라는 기획자의 막연한 상상으로 넘치는 열정만 두드러져 보였다. 배경이 B매거진에서 출발한 탓인지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들의 색깔이라면 색깔이겠지만, 인터뷰의 충실한 텍스트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글들이 오히려 퇴색되어 보여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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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2 : TAIPEI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1
로우 프레스 편집부 지음 / 로우프레스(부엌매거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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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유행 인플루엔자가 속속들이 뉴스를 타고서 귓속으로 전해 오기 시작할 즈음, 나는 그게 당분간의 해외여행에 대한 작별인사임을 예상도 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심드렁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제약을 받으면 어찌나 희소하여 더 갈구하게 탈바꿈하게 되는지 인간의 심리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대만은 조금도 흥미있는 곳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관심 외의 지역이었다. 타이페이가 대만과 동일어라 생각할 정도니 말 다했다. 기회가 생겨 방문했던 도시의 기억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정도 였다. 그게 파장이 되어 꼭 다시 가야할 것만 같은 곳으로 변화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여행을 못가니 여행책이라도 사야했다. 이런식으로 포스트 뉴-노멀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영유하고 있다. 어떤 멋들어진 서점의 여행코너에서 집어들어서 읽어봤다. 잠깐 후루룩 넘겨집는 느낌이었지만 그 도시에 조금 더 세세하게 다가가는 느낌이 좋았다. 구매는 안하고 나왔는데, 생각나서 돌아보니 그 책방은 망했다. 이렇게 코로나는 변화의 주범이 되었다. 절판되어 구매하기 어려운 책은 마치 갈 수 없는 여행지 마냥 달콤했다. 온라인 중고서점으로 저 멀리 진주에서 책이 이틀 만에 배송되었다.
여행가는 기분으로 책을 정독했다. 여행서는 아니기에 감안은 했으나, 그냥 가벼운 잡지다. 태생을 못 벗어나서 중간중간 “나우” 패션을 광고하는 글들이 너저분하게 숨어있다. 팬시한 이미지랑 가독성은 1도 고려하지 않은 편집디자이너의 넘치는 예술성으로 인해 글을 읽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전반부는 그나마 읽어 볼만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상업적인 강요가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타이페이는 자유”라는 주제를 갖고 너무 맹목적으로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조금 배신감을 느꼈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낸 책이 이 모양이라니.

중고판매자가 채 뜯지 못한 가격 택이 붙어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붙인 가격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나에게 구매가의 2배로 책을 팔았다. 책이 반값이 되어 팔리고 원가가 되서 고객님께 돌아왔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이렇게 뉴-노멀의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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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궤적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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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진짜 이게 끝이야? 하고 생각했다. 3번째 책도 따로 있는데 아직 출간이 안된건가 했다. 옮긴이의 말이 부록처럼 붙어있길래 그건 말도 안되는 가정이었다.

오랜만에 오쿠다 히데오 신간이 나왔다길래 신나게 책을샀다. 전작의 같은작가가 맞나?할 정도로 위트감과 경쾌함이 전혀 없는 무거운 주제로 돌아왔다. 말하자면 다크 오쿠다버전이다. 조금 낮설기도하고 매우 거리감이 느껴지는 작가의 의도에 배신감을 느끼며 그가 풀어나가는 얘기는 여전히 매력적이긴 했다. 그만큼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빨랐다. 전개나 흐름이 지체가 없는건 여전했다.
올림픽 시기에 맞춰서 이 소설을 읽고있는것도 우연이다. 치밀한 계산과 의도에 허를 찔리면서 나는 그렇게 소설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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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 박찬용 세속 에세이
박찬용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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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잘 읽었다. 책을 덮고나서 딱히 기억나는건 크게 없지만 이 도시에 사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건 꽤 재밌는 일이다. 그렇게 평범하고 아무렇지 않은 누구의 하루 혹은 생각이 가볍게 남아있는 한 권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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