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여행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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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직장인들에게 퇴사만큼 달콤한 단어는 없을것 같다. 뭔가 대단한 결정권을 가진것 처럼 늘 만지작거리며 막상 꺼내지는 못하고 주춤거리게 되는 그 매혹적인 두음절. 나는 오늘도 퇴사를 꿈꾼다.

출근해서 아무렇지않게 책상에 올려두니 동료들이 웃었다. 책 제목이 아무래도 “퇴사는 여행”이라니, 출근하면서 읽기에는 불온서적마냥 부적절해 보였을까. 조금이라도 부추김을 당해보려 골라둔 이유도 있었다. 다른 저서에서 이미 작가의 글에 빠져있었기에 퇴사를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호기심이 가득했다.
사실 여행서적으로 분류해도 무방할(퇴사는 사유일뿐 주제는 아니었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아있다. 사실 작가가 2017년에 무얼 했는지 기록한 일기같다. 퇴사는 부착적인 토픽일 뿐 작가에게는 이미 이 책을 내며 또 하나의 직업을 갖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이 됐다.
갭이어를 두고 하고싶은 일을하며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 주창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렇게 행동했다면 한달에 네번은 퇴사했을 터. 환상과 달콤한 얘기를 버무리지만 책을 덮으면 현실이다. 내가 고리타분한 자세로 버티는건지 작가가 현실인지는 조금 고민이 된다.

어찌되었든 퇴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늘 꿈꾸지만 꿈꿀때만 가장 완벽하고 매력적인 바로 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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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이베이 안그라픽스의 ‘A’ 시리즈
오가와 나호 지음, 박지민 옮김 / 안그라픽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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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이 귀엽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냥 귀여운 그림 자체를 넘어서 그걸 그린 작가는 얼마나 더 귀여운 성품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다.
주변 사람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본인도 그릴수 있을것 같다 했다. 꼭 그런 반응을 내는 작품은 그 만큼 엄청난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되는것을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접근성이 쉬어 보인다는 것이 나는 가장 어렵다.

나는 대만을 좋아한다. 대만에 무지했던 과거가 있었던 기억이 무안하게 여겨질 정도로. 아무 생각없이 여행으로 간적이 있었지만 정말 아무 계획도 없이 갔다왔다. 다시는 방문할것 같지 않아서 환전한 대만달러도 미련없이 당연하게 다시 원화로 돌려버렸다.
근데 사람이 생각이 짧았다. 그렇게 아무생각없는 여행자를 아무렇지않게 너그럽게 보내고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여기를 가보세요 우린 이만큼 멋지고 뛰어납니다. 시끄럽게 스스로를 받드는 자세는 없었다. 당시에는 낡고 고리타분해 보였고 정리되지않고 구식의 텁텁한 느낌만 선입견으로 받아들였다. 뭐가 대단한 여행자인지 스스로를 높이고 타국을 낮춰 보며 평가했었다. 지나보니 단단한 오해로 무장된 내가 있었다. 유럽의 멋진 고성들이 있어야 그게 제대로 된 여행처럼 바보같이 생각했던 멍청한 시절이었다.

작가의 아름답고 귀여운 그림들에 나도모르게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멋지고 대단한 공간이 많은 타이베이를 한눈에 사랑하지 않았다니. 뒤늦게나마 깨달아서 다행인지 모른다. 그녀가 소개해준 멋진 팁을 한아름 가득 안고서 타이베이로 떠날준비는 다 된것 같은데, 그때가 언제 올지 꿈같은 달콤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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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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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한 순간에 잘못된 버릇이었음이 들통났다. 남과 다름을 나의 우월성을 우선시 하기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기적이고 편협적인건 늘 남들이었는데 그 화살이 나를 향하고 있음을 애써 무시했다.
저자는 사회 곳곳에 숨겨진 차별을 까발리며 독자를 부끄럽게 한다. 그게 학습되고 습관적으로 내재화된 수동적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따금한 지적을 내보였다. 모든 챕터 하나 하나가 흥미로워서 각 분야를 따로 떼네어 심층있는 얘기를 듣고싶다 생각했다. 이렇게 까지 깊이내린 차별적 관점이 내재화 되어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기는 커녕 놀라워서 대응조차 못하겠다.
인간이 결국 이기적이라는 것을 재확인했고 사회가 두려울정도로 올곧지 않음을 안다. 알고있지만 그렇게 포장된 차별의 매력을 다시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새 잊혀질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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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판사
정재민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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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는 글재주가 좋은 푸근한 아저씨를 한 명 더 알게 되었다.

혼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혼자 먹는 쓸쓸한 밥상은 작가에게 어울리지 않다. 내가 선택하고 고른 지금 먹고싶은 딱 알맞는 메뉴를 즐기는 흐뭇한 작가가 있을뿐. 어찌나 음식을 향한 애정넘치는 표현이 풍부하신지, 책을 읽는건지 밥을 먹으려는건지 분간이 안될정도로 재주있는 작가의 말솜씨에 나도 모르게 스르륵 홀려든다.
작가는 독자에게 분명 당시에는 어렵고 곤란했었을 사건들을 먹을거리에 녹여서 사뿐사뿐히 차근차근 소개한다. 차마 무겁고 어렵게 비춰질까 걱정하는 사려깊은 작가의 배려가 보여,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진다. 훈훈해진 감상을 더하며 동시에 작가는 엉뚱하다. 좀처럼 주체할 수 없는 유머는 문득문득 튀어나와 피식거리게 하는데, 내가 알고있는 판사라는 직업의 위엄성은 잊혀진지 오래다. 이런 능력(?)을 어떻게 감추고 법정에 나서서 근무를 하셨을지 애정어린 독자로써 오지랖 넓은 걱정까지 했다.

작가와 같이 다방면으로 재능이 출중한 지성인들이 가득한 세상에 함께 살고있다는 불공평한 사실을 탓하면서 새삼 조금도 놀랍지 않을 당연하게 불평등한 세계를 떠올렸다. 작가에게 또 어떤 세계가 있을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나는 작가의 다른 저서를 찾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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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은둔 사이 - 벽장 안팎에서 쓴 글들
김대현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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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중간 나는 이게 번역서였던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 커버를 다시 덮고 작가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역자는 없었고 저자 이름 한 명만 있었다.
책의 주제도 한몫했지만, 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수식하는 작가의 글이 도통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 한 줄 읽고 이게 무슨 내용이지 하며 다시 되새김질하는 건 고리타분하게 번역된 베스트셀러의 외국 교양서적이었는데 그 기분을 여기서 맛보다니 참 의아했다.

모르는 주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룰 수도 없고 약간은 거리감이 느껴져서, 때문에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호기심이 갔다. 꾸역꾸역 읽어 내려간 글 속에서 내가 생각한 건 그냥 뭔가 작가가 불만이 많아 보였고 그게 사회가 만든 틀이든 본인들이 만든 룰이든 간에 고귀한 투정처럼 보여서 아쉬웠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그 자체로 중요해 보였고 과정이 가장 중요한 본질로 남아 있음을 재차 확인하는 듯한 뉘앙스가 나에게는 어려웠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확신 가정하며 확고히 하는 분명한 태도가 꺼려졌으며 그게 그들이 말하는 기득권과 일반 대중이 갖는 비평적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오히려 되묻고 싶어졌다. 본인은 이해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배제된 것 같다고 하지만 오히려 표면적으로 광장의 화두조차 되지 못하고 소외 속에 머무르고 있는 집단이 많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공정하게 인정받는 것 자체가 무엇이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새로운 사상이나 개념이 등장하면 우선 경계하는 것은 누구나 당연하다. 그 가운데 호기심을 갖고 다가갈 수도 우선 배척하고 차근차근 알아나갈 수도 있는 건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본적인 선택 아니었나. 지금은 그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언정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도 제안하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차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절실해 보인다. 부제가 그러했듯 벽장에서 갇혀있는 듯한 자세로는 아직은 세상에 내보이기에 낯섦이 먼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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