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에 담긴 층간소음 탈출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다. 그만큼 층간소음을 비롯해 사생활 공간보장, 주차문제를 비롯한 여러 논란거리가 우리 삶에 중요한 문제로 깊이 관여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심히 까다롭거나 예민한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에 삶의 공간은 많은 사람의 생각을 그렇게 이끌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 매우 대단히 예민한 사람이다) 나는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고, 집은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있어 구조상 넓은 테라스를 포함하고 있다. 그 테라스를 보고 나는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진 자태에 매료되어 이내 귀신에게 홀린 듯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있었지만 이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그 공간이 무용지물 같은 존재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닥다닥 옆 건물과 붙어있는 연립주택단지의 환경에서 그 멋진 테라스는 다른 집의 창을 맞대고 있는 기묘한 공간이었고 특히나 사생활이 네 생활이 되는 독특한 공유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매번 그 비워진 테라스를 보며 단지 전세라는 이유로 나름의 안도감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내 집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다른 방식으로 감사했다.집에 대한 고민은 나이의 숫자가 늘어감에 따라 누구나 한 번쯤은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어릴 때야 부모가 마련한 공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혜택을 받고 자라지만 곧 그 책임이 본인을 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건 금방이다. 삶에는 정말 많은 노력과 고생을 수반한다. “집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멋진 여배우를 내세운 광고가 만들어낸 일루젼에 깜빡 속는 어른은 없을 테지만, 사람들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얼토당토않은 공간에 대한 판타지를 스멀스멀 자욱한 안개처럼 껴안고 산다. 단독주택을 소유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멋진 일일까. 작가는 이 책에서 단독주택에 거처를 마련하게 된 이야기들을 사뿐사뿐 자취를 남기듯 기록해 두었다. “맞아 이런 고민을 할 수도 있겠구나”, “엄청나게 고생을 했겠는걸!” 하며 문장들 속에 남겨진 작가의 감정들과 고민을 사소하게 엿보면서 나는 단독주택에 대한 환상을 깨부순다. 리모델링하는 단독주택에 건물주 스스로가 가스를 끌어다 써야 한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알았겠는가. (심지어 옆집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4학년이 된 작가는 꽤 위트있고 유쾌한 문장으로 집이라는 주거공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누구나 멋지고 뛰어난 집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공통으로 자리잡혀 있지만 정말 나의 기호에 빗대어 마련해 가는 공간에 대한 고민은 과연 무엇이었을지, 아직 구체적으로 해보지 않은 생각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느낌이 든다.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공간은 많은 점에서 생각을 제어하고 마련하는 계기가 됨이 분명하고 때문에 무엇보다 집에 대한 고민이 누구에게나 필요하게 된 시점은 아닐까. 담담하게 집어 든 가벼운 책이 꽤 무거운 주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