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비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에게 있을 창작의 고통은 애써 외면하고, 독자는 그저 그가 풀어낸 이야기 보따리에만 열중하며 열광할 뿐이다. 나는 단편들을 통해 가족을 아끼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품성이 엿보였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장르가 왜 존재하는지 담담하게 말하는 한 권. 특이하지도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는 딱 그정도의 알맞은 단편. 아무래도 나는 작가를 사적으로 편애하는 감정을 숨길수는 없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 걷는사람 에세이 15
이현우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원래도 육식을 선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새인가부터 ‘고기가 좋아요’, ‘고기를 먹읍시다’라고 동의 반복하는 미디어의 자주 노출된 이야기들과 출연자들이 연신 육식을 섭취하는 장면을 내보내는 과장된 이미지의 행렬이 의아하기는 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서 이런 발언이 오히려 부적절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또, 사람들은 고기냄새를 없애기 위해 다른 장치들을 제안하는 조리법을 자랑스러워하며 그게 마치 대단한 비법이냐는 듯이 매우 조심스러우며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곤 한다. 나는 고기 냄새가 싫으면 그냥 음식에 고기를 안 넣으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발칙한 생각을 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나는 비건이 아니다) 이런 점들은 뭔가 섬뜩하기는 해서 그게 어떤 위화감을 준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뭔가 콕 집어서 어떤 부분이 이상하다고 말할 근거는 또 안된다고 치부해 버리고 나는 생각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수많은 고깃집들이 행복한 돼지웃음과, 웃는 소얼굴을 마스코트로 내민 간판들을 내세우며 그들의 프라이드를 대신하고 있을 때, 나는 상점들을 지나가며 익숙하게나마 이상한 거리낌을 애써 누르며 스스로가 죽음의 대상이 되는 각종 그림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웃음으로 치환하는 이 미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받아 들어야 했다.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이야기의 경위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작가의 인상 깊은 글로 채워져 있다. 채식지향이 개인의 선택이듯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는 않는 작가의 자세에 대해 크게 공감했고 (하지만 이는 후반부에서 뒤통수를 맞을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이 ‘채식’이라는 부담스러운 담론의 무게에 눌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가가는 흐름이 맘에 들었다. 다만, 비염호전과 채식은 이콜이라는 언급을 하며 결론을 단순히 작가의 경험만으로 일반화한 부분은 동의할 수 없었다. 그건 개인의 건강상의 문제이기에, 질병의 개선을 당연한 결과처럼 언급해 놓을 부분은 적절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연에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은 후 오히려 채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했는지, 작가는 친절하게도 독자들을 향해 이 책이 불편할 수도 있음을, 아니 불편해야 함을 서두에 분명하게 고지했다. (마치 폭력과 선정성으로 뒤덮인 19금 청소년불가영화를 관람하는 입장처럼) 실제로도 작가의 예상이 맞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면 실로 작가는 매우 통찰적으로 미래를 잘 예상했다. 분명히 자신의 의도를 뚫어지게 독자에게 전달했다 (감탄!) 그도 그럴 것이 전혀 불편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다가 전반부의 위트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분위기를 전화하더니 매끄럽게 이끄는 흐름가운데 후반부에 이르러서 자신이 정말로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주제가 무엇인지 그 진면모를 드러낸다(뭐야! 이거 무섭잖아;;) 그래 작가가 어떻게 비건의 세계로 설득을 할지 나는 작가의 혀놀림을 관망한 채로 지켜보게 된다. 죄다 비건을 운운하는 사람들은 멋들어지고 매력적인 자신의 모습을 가꾸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뿐, 진정으로 그 이면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진중한 담론이나 고려해 볼 만한 사고가 철저하게 결여되어 있어(그들은 어떤 특정 목적을 위해 분투할 뿐) 과연 내가 이해하고 있는 채식주의자라는 의미가 그들이 말하는 그 의미와 같은 것인지 여간 저울질해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들은 독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작가는 채식주의자가 되기까지 그가 어떤 연유로 지금의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고민과 생각과 여정이 노련하게 엿보여서 맘에 들었고, 나도 모르게(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주창하는 관점이 충분히 자연스레 이해되며 이 주제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화두인지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작가가 언급하였듯 단순히 비건은 그 자체의 논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인간성 착취 노동’과 더불어 우리가 땅을 딛고 있는 ‘환경’과 지구 우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책임져야 할 주변 환경에 대한 고찰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비단 동물을 향한 화살만 인간이 촉발한 문제겠느냐마는 어쨌든 다른 주제까지 연이어 언급하자면 얘기의 끝이 보이지 않기에 비건에 한정된 주제로 이야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비건’이라는 두 단어가 어느새인가부터 마케팅이 거점을 두어야 할 신성한 영역으로 치부되기 시작하여 사회의 아름답게 안착된 만큼, 그 잘못된 언어의 인식으로 인해 이를 추종하고 강요하는 사상에 나는 거부감이 일었는지 모른다. 때문에 누구나 친환경, 비건, 윤리, 공정성을 시끄럽게 외치고 있으나, 그 누구도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자아 추구현상에 당연시되어야 할 책임감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작가의 말에 빗대어 큰 주장을 할 필요도 실천을 강요할 이유도 없다. 단순히 내 맘이 움직이고 그 소리를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고 싶다면 그걸로 충분하겠다. 그다음 스텝은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나 스스로 진행되고 있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
지대표 지음 / 럭키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기준으로 이미 본인의 인생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아니, 그분들은 읽지도 않을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저명인사들의 추천서가 서두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고 해도, 친분에 의한 것인지 자발적인 선의에 의한 글인지 알 수는 없으므로 이 책이 반드시 권장할 도서임을 평가할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어쨌든 겉껍데기는 훌륭하고 멋지다. 분명 작가는 대단하고 멋진 일들을 해낸 위대한 분임에 분명하겠지만, 조금도 그 어떠한 장점도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망이 크다. 작가는 모든 순간에 자신의 시간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고하게 앉아 누군가의 실력을 이리저리 저울질하며, 사회에 빗대어 그들을 위계화한다는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실력으로 치부된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럽다. 그들의 영역 안에서는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논리가 소시민의 작은 존재감으로는 더없이 낯설 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리커버 특별판)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걸어도 걸어도’와 ‘태풍이 지나가고’의 작품을 여러 차례 감상하며 저는 ‘고레에다’라는 일본 감독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감독이 영상으로 담아낸 무미건조한 일상의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홈드라마’인) 시퀀스도 물론이거니와, 별특성 없는 것 같아 보이는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성만으로도 (이와는 상반된 무언가 강렬한 시끄러움과 자극이라는 사건 없이도) 큰 파장을 표현할 수도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영화로써 접한 감독의 작품을 뒤로하고서라도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하게 어느 한 영화감독이 자신이 이끌어온 작품세계와, 그 후면의 감춰졌던 사적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스스로를 점검하며 작가 자신을 슬그머니 내미는 한 권이 아닐까 합니다. 이는 기존에 유심히 감독을 관찰하던 독자에게도 혹은 이 책을 통해 감독을 새로 접하는 분에게도 영화를 만드는 어느 한 직업인의 감독은 무엇인지에 대한 꽤 흥미로운 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써 내려간 문장을 통해 감독의 성품을 살펴봅니다. 감독의 성격은 어떠할까? 나긋나긋하게 분명한 한 마디를 끊어내는 글줄에서 왠지 감독과 마주 앉아 대담을 듣는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텔레비전을 기반으로 하여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가고 있는 감독의 배경이 신기했습니다. 글을 통해 그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대략적이나마 그가 가진 걱정과 고민을 그대로 표현해 주었기에, 저는 그 가운데 사소한 디테일이 엿보여 감독의 최종 작품인 영화를 감상하는 것만큼 또 다른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16년에 출판되어서 그가 얘기하고 있던 담론은 이미 오래전 일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집필당시 마음속에 담고 있던 목표를 이미 잘 이뤄낸 것일지, 현재의 그와 책 속의 그를 비교해 보는 것도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재미라면 재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덮으며 최근 감독이 활발하게 활동한 후기들이 더 궁금해지는 건 아마 이 책이 담지 못한 가장 큰 아쉬움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인류학자’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이 무엇인지에 관해 얘기하고 있어 다소 낯선 직업의 존재로 작가의 관점이 조금은 나와는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와 같이 구태여 ‘인류학’이라는 무게감 있는 지식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무언가 의구심이 들거나 궁금증이 생겼다면, 결국 그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로 인류학자로서의 사고와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과 문화와 그리고 사회와 한 개인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대상의 사고를 조정하려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려 한다. 만약 이러한 의도를 당신이 의식하지 못한다면 이미 그들의 논리에 익숙해져 있거나, 습관처럼 쌓아온 습관 탓으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 버렸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알고 있다는 착각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것은 고정관념이라는 규격화된 사고방식을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본질은 그 프레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그는 물물교환이라는 고리타분한 방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로 작가는 개인정보의 데이터와 무료 서비스의 교환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정착됨을 예시로 들었다. 또한 사회가 규정한 방향대로 읽어 내려간 타문화와의 인식 역시 항상 동일할 수 없으며, 대중의 의견이 항상 옳지도 않으며 때로는 소수의 의견이 묵인되기 일쑤이지만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음을 강하게 언급하였다. 다만 작가는 인류학이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써 작용할 수도 있으나, 때로는 전혀 의미 없는 대안으로 치부되며 불필요한 데이터로만 남을 수도 있다는 조금은 모호한 어조로 학문에 대한 책임성을 흐렸다. 하지만, 학문이라는 딱딱한 규격 안에서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열린 자세로 앞서 타인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지 않을까. 세상에 공짜란 정말 없다. 결론은 단순하다. 이해하려는 선의 없이 제한된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 남을 배려한다고 친절을 베풀 수는 없다. 그건 그야말로 폭력이다. 분명 작가는 어쩌면 어느 것도 일방적일 수 없다는 아주 사소한 개념을 일깨워 주려했는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