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 걷는사람 에세이 15
이현우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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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도 육식을 선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새인가부터 ‘고기가 좋아요’, ‘고기를 먹읍시다’라고 동의 반복하는 미디어의 자주 노출된 이야기들과 출연자들이 연신 육식을 섭취하는 장면을 내보내는 과장된 이미지의 행렬이 의아하기는 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서 이런 발언이 오히려 부적절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또, 사람들은 고기냄새를 없애기 위해 다른 장치들을 제안하는 조리법을 자랑스러워하며 그게 마치 대단한 비법이냐는 듯이 매우 조심스러우며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곤 한다. 나는 고기 냄새가 싫으면 그냥 음식에 고기를 안 넣으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발칙한 생각을 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나는 비건이 아니다) 이런 점들은 뭔가 섬뜩하기는 해서 그게 어떤 위화감을 준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뭔가 콕 집어서 어떤 부분이 이상하다고 말할 근거는 또 안된다고 치부해 버리고 나는 생각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수많은 고깃집들이 행복한 돼지웃음과, 웃는 소얼굴을 마스코트로 내민 간판들을 내세우며 그들의 프라이드를 대신하고 있을 때, 나는 상점들을 지나가며 익숙하게나마 이상한 거리낌을 애써 누르며 스스로가 죽음의 대상이 되는 각종 그림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웃음으로 치환하는 이 미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받아 들어야 했다.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이야기의 경위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작가의 인상 깊은 글로 채워져 있다. 채식지향이 개인의 선택이듯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는 않는 작가의 자세에 대해 크게 공감했고 (하지만 이는 후반부에서 뒤통수를 맞을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이 ‘채식’이라는 부담스러운 담론의 무게에 눌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가가는 흐름이 맘에 들었다. 다만, 비염호전과 채식은 이콜이라는 언급을 하며 결론을 단순히 작가의 경험만으로 일반화한 부분은 동의할 수 없었다. 그건 개인의 건강상의 문제이기에, 질병의 개선을 당연한 결과처럼 언급해 놓을 부분은 적절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연에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은 후 오히려 채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했는지, 작가는 친절하게도 독자들을 향해 이 책이 불편할 수도 있음을, 아니 불편해야 함을 서두에 분명하게 고지했다. (마치 폭력과 선정성으로 뒤덮인 19금 청소년불가영화를 관람하는 입장처럼) 실제로도 작가의 예상이 맞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면 실로 작가는 매우 통찰적으로 미래를 잘 예상했다. 분명히 자신의 의도를 뚫어지게 독자에게 전달했다 (감탄!) 그도 그럴 것이 전혀 불편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다가 전반부의 위트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분위기를 전화하더니 매끄럽게 이끄는 흐름가운데 후반부에 이르러서 자신이 정말로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주제가 무엇인지 그 진면모를 드러낸다(뭐야! 이거 무섭잖아;;) 그래 작가가 어떻게 비건의 세계로 설득을 할지 나는 작가의 혀놀림을 관망한 채로 지켜보게 된다. 죄다 비건을 운운하는 사람들은 멋들어지고 매력적인 자신의 모습을 가꾸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뿐, 진정으로 그 이면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진중한 담론이나 고려해 볼 만한 사고가 철저하게 결여되어 있어(그들은 어떤 특정 목적을 위해 분투할 뿐) 과연 내가 이해하고 있는 채식주의자라는 의미가 그들이 말하는 그 의미와 같은 것인지 여간 저울질해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들은 독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작가는 채식주의자가 되기까지 그가 어떤 연유로 지금의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고민과 생각과 여정이 노련하게 엿보여서 맘에 들었고, 나도 모르게(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주창하는 관점이 충분히 자연스레 이해되며 이 주제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화두인지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작가가 언급하였듯 단순히 비건은 그 자체의 논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인간성 착취 노동’과 더불어 우리가 땅을 딛고 있는 ‘환경’과 지구 우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책임져야 할 주변 환경에 대한 고찰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비단 동물을 향한 화살만 인간이 촉발한 문제겠느냐마는 어쨌든 다른 주제까지 연이어 언급하자면 얘기의 끝이 보이지 않기에 비건에 한정된 주제로 이야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비건’이라는 두 단어가 어느새인가부터 마케팅이 거점을 두어야 할 신성한 영역으로 치부되기 시작하여 사회의 아름답게 안착된 만큼, 그 잘못된 언어의 인식으로 인해 이를 추종하고 강요하는 사상에 나는 거부감이 일었는지 모른다. 때문에 누구나 친환경, 비건, 윤리, 공정성을 시끄럽게 외치고 있으나, 그 누구도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자아 추구현상에 당연시되어야 할 책임감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작가의 말에 빗대어 큰 주장을 할 필요도 실천을 강요할 이유도 없다. 단순히 내 맘이 움직이고 그 소리를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고 싶다면 그걸로 충분하겠다. 그다음 스텝은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나 스스로 진행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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