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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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이며, 아쿠타가와상이라는 멋들어진 수식어의 띠지가 책을 둘러쌌다. 제목만으로는 도통 어떤 이야기일지 가늠조차 할 수없는 궁금증에, 나는 저명한 수상작이라는 멋들어진 화려한 장식만 믿고 소설을 집어들었다.

덕후라고 흔히 일컫는 아이돌 팬문화는 대중적으로 조금 낯설긴하지만, 연예문화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누구나 한번쯤 강제적으로 흘려듣지 않지 않은 경우는 없을것이다. 옥외광고, 지하철 광고판, 버스정류장에서 보이는 아이돌 생일축하 전광판은 아주 흔한 예시이다. 전혀 생소한 누군가의 기념일을 모두에게 강요하듯 주입하는 기분이들어 나는 씁쓸하게 광고판을 지나치곤했다. 그토록 애정을 쏟고 삶을 지탱하는 존재로써의 셀럽은 어떤 대상이며, 과연 그들은 어떻게 한 개인에게 그리고 집단으로 영향을 미치는건가? 드러난 일상에서의 활동은 매우 최소한으로 비춰지지만 온라인에서의 그들의 움직임은 가히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남에 분명했다. 물론 어떤 잣대를 들이대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드는 노력은아니다. 사회는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미묘한 시류를 일본사회가 이 소설을 중심에 두고 조명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각자의 삶은 형태는 다양하고 서로다른 깊이가 있기에 아름답기도 불행하기도 하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기에 앞서 호기심이 일고 가까이다가가서 살펴보려는 시도는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횟수가 줄고있지만 나는 어렴풋이 알고있다. 있는 그대로의 개개인이 공존했을때의 사회가 얼마나 멋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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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Around Vol.78 Money And Pocket - 2021.7
어라운드 편집부 지음 / 어라운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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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딱히 기억나는게 없다.
격월로 발행되는 잡지 형태이지만 으레 생각하는 그런 ‘잡지’와는 다른 무게감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책을 구매하기 전 나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이번 달의 테마인 “소비”를 주제로 어떤 사람들이 한 권에 모여서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궁금했다. 주제는 따로 없었고 그냥 각자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별반 딱히 메인테마를 가지지 않아도 될 정도의 그런 인터뷰와 이야기들이 엮어있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인터뷰이도 있었지만 별 쓸데 없는 얘기를 주절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활자로 옮겨서 지면을 할애할 정도로 부질없는 글들을 왜 옮겼을까 하고 의문을 가졌다. 챕터의 편차가 너무 심했다. 어쨌든 본질은 잡지였다. 광고이미지로 가득찬 번쩍이는 유광의 종이만 없었을 뿐이지 글들이 미묘하게 어지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쓰고 소비하는 것은 자유라서, 절실하게 현명하고 가치있는 소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가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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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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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기를 읽는다. 조금 부적절해보이긴하지만, 작가가 세상에 펼쳐놓은 얘기니까 조금도 양심의 가책은 받지 않는다.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가 하루 하루의 매출과 서점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얘기로 한 권을 채웠다. 저자는 위트가 있으며 불친절하고 손님들은 버릇없으며 예의가 없었지만 그 안에서 보여진 서로의 일상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다.

손가락으로 책을 주문하고, 심지어 요새는 오전에 구매하면 퇴근전에 배송까지해준다는 서비스도 있다. 몇 년전에 나는 부피가 있는 종이책을 싹 정리해버리고 이북 단말기를 구매했다. 새로운 매체에서 만나는 책은 흥미로웠고 다시는 종이책 따윈 사지않을거라 결심했다. 근데 알게모르게 나는 자연스레 다시 종이책을 읽고 있다. 새로운 세상과 서비스가 도래하고있지만, 이상하게도 손때묻은 책이, 그리고 그 책을 파는 공간이 이따금씩 그립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어떻게 신기하게도 공존하며 서로의 가치를 존중받고있다. 이북이 준 처음의 신선함과 신기함은 잊혀져서 익숙해져 버린사이에 그 목적을 잃고 그냥 장/단점을 가진 하나의 포맷이 된것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서점을 간다. 중고책방에서 구매해서 중고책방주인의 일기를 읽다니. 이 책이야 말로 이북단말기로 읽는다면 저자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 합리적인 의심이 강하게 들어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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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예쁘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이 책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단어와 단어가 모여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되고 그 글들이 모여서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이 되었다.
챕터를 넘기는 내내 의아해 했다. 이게 소설인가 산문이었던가. 본인이 겪고 인터뷰했던 누군가에게 흔한 그런 시시한 장면들이 작가를 통해 이렇게 까지 생생하게 살아있고 숨쉬는 한 장면으로 전달될 수 도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지면에 펼쳐진 검은 글자들을 통해 그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작가는 라디오 피디라던데, 그들은 원래 이렇게 마법같은 재주로 글을 재미있게 잘 풀어낼 수 있나 했다. 그렇게 직업적인 배경으로나마 추측할 수 있는 작가의 재능이 부러웠고, 아름다운 글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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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 NOVELIST (잡스 - 소설가) - 소설가 :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 잡스 시리즈 4
매거진 B 편집부 지음 / REFERENCE BY B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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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매거진 편집부에서 이상한 시리즈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랜드나, 음식재료로 한 권 한 권 가짓수를 늘리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직업이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직업을 경험해 볼 수는 없기에 꽤 흥미로운 얘기를 엿볼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게다가 평생 만나 볼 수도 없는 저명한 작가들을 엄선해 두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포함해서.
책은 강요하듯 회색 하이라이트 처리된 “네가 주목해야할 바로 이 문장”으로 가득하다. 나는 거북했다. 눈에 거슬리는건 둘째치더라도, 왜 그렇게까지 이미 주관적으로 편집된 작가의 이야기를 또 한번 주입식으로 큐레이팅하는 것일까. 이건 이미지로 잡다해 분산된 시각을 조금이나마 텍스트로 모으려는 잡지도 아닐뿐더러 책을 읽는 독자를 향한 오만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주위를 환기 시키기 위한 챕터 사이의 삽입 인용문들(인터뷰 흐름에 전혀 도움도 안된다; 최대한 눈길을 안주려 노력하게 된다), 과도한 블럭으로 구획된 주석들은 꽤나 불쾌한 편집으로 읽는 내내 시야를 불편하게 했다. 아마 그렇게 구성하면 있어보이는 한 권 처럼 시선을 사로잡으리라는 기획자의 막연한 상상으로 넘치는 열정만 두드러져 보였다. 배경이 B매거진에서 출발한 탓인지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들의 색깔이라면 색깔이겠지만, 인터뷰의 충실한 텍스트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글들이 오히려 퇴색되어 보여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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