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 아파트 층간소음 탈출기
봉봉 지음 / 북스토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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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에 담긴 층간소음 탈출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다. 그만큼 층간소음을 비롯해 사생활 공간보장, 주차문제를 비롯한 여러 논란거리가 우리 삶에 중요한 문제로 깊이 관여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심히 까다롭거나 예민한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에 삶의 공간은 많은 사람의 생각을 그렇게 이끌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 매우 대단히 예민한 사람이다)

나는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고, 집은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있어 구조상 넓은 테라스를 포함하고 있다. 그 테라스를 보고 나는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진 자태에 매료되어 이내 귀신에게 홀린 듯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있었지만 이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그 공간이 무용지물 같은 존재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닥다닥 옆 건물과 붙어있는 연립주택단지의 환경에서 그 멋진 테라스는 다른 집의 창을 맞대고 있는 기묘한 공간이었고 특히나 사생활이 네 생활이 되는 독특한 공유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매번 그 비워진 테라스를 보며 단지 전세라는 이유로 나름의 안도감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내 집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다른 방식으로 감사했다.
집에 대한 고민은 나이의 숫자가 늘어감에 따라 누구나 한 번쯤은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어릴 때야 부모가 마련한 공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혜택을 받고 자라지만 곧 그 책임이 본인을 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건 금방이다. 삶에는 정말 많은 노력과 고생을 수반한다. “집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멋진 여배우를 내세운 광고가 만들어낸 일루젼에 깜빡 속는 어른은 없을 테지만, 사람들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얼토당토않은 공간에 대한 판타지를 스멀스멀 자욱한 안개처럼 껴안고 산다. 단독주택을 소유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멋진 일일까. 작가는 이 책에서 단독주택에 거처를 마련하게 된 이야기들을 사뿐사뿐 자취를 남기듯 기록해 두었다. “맞아 이런 고민을 할 수도 있겠구나”, “엄청나게 고생을 했겠는걸!” 하며 문장들 속에 남겨진 작가의 감정들과 고민을 사소하게 엿보면서 나는 단독주택에 대한 환상을 깨부순다. 리모델링하는 단독주택에 건물주 스스로가 가스를 끌어다 써야 한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알았겠는가. (심지어 옆집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4학년이 된 작가는 꽤 위트있고 유쾌한 문장으로 집이라는 주거공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누구나 멋지고 뛰어난 집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공통으로 자리잡혀 있지만 정말 나의 기호에 빗대어 마련해 가는 공간에 대한 고민은 과연 무엇이었을지, 아직 구체적으로 해보지 않은 생각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느낌이 든다.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공간은 많은 점에서 생각을 제어하고 마련하는 계기가 됨이 분명하고 때문에 무엇보다 집에 대한 고민이 누구에게나 필요하게 된 시점은 아닐까. 담담하게 집어 든 가벼운 책이 꽤 무거운 주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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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쓰임 - 사소한 일상도 콘텐츠로 만드는 마케터의 감각
생각노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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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딱히 읽지 않아도 될 정도의 딱 그만한 한 권.
작가는 한때 인기가 있던 싸이월드에 컨텐츠를 담다가 쉽게 망해버린 것을 경험하고 개인 블로그는 기업이 제시하는 플랫폼이 아닌 워드프레스로 발행할 것을 제안하면서, 책의 후반부에서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사용의 이점만 늘어놓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독자에게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할 것을 권하면서.
이렇듯 이 책은 작가가 만들어놓은 성공신화(?)가 마치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일반론처럼 읽혀 조금은 꺼림칙하게 불편하다. 작가는 책을 집어 든 독자들에게 한 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요된 것인지, 매 챕터마다 곳곳이 남겨둔 할 일 리스트를 만들어 읽는 내내 부담을 주었다. 과연 ‘생각의 쓰임’이라는 대단한 타이틀에 대단한 내용이 아닐 수가 없다.
작가는 본인 나름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근데 모든 사람이 꼭 그렇게 살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분명 그렇지는 않기에 다름의 관점이 과연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의도치 않게 느끼게 된다. (이게 본래 의도였다면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가 없다!) 좋다는 것들 주절주절 옆에서 떠들어 보았자 듣는 사람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다면 우이독경이 다름없다. 생각이 쓰인다는 거창한 주제를 들이밀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잘 생각하고 그 생각을 소비하며 생산하고 있다. 특출나게 뛰어난 무언가의 결과를 내야 생각이 두드러지고 위대해지는 게 아니다. 그저 주목받고 싶어서 누군가의 위에서는 그 사소한 우월감을 조금이나마 느끼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서로를 강요하지는 말자. 이미 여러모로 피곤한 사회에 선택지는 너무 많고 밀려드는 정보는 감당하기가 어렵다. 다소 이 한 권이 그 시류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 조금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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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여행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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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퇴사만큼 달콤한 단어는 없을것 같다. 뭔가 대단한 결정권을 가진것 처럼 늘 만지작거리며 막상 꺼내지는 못하고 주춤거리게 되는 그 매혹적인 두음절. 나는 오늘도 퇴사를 꿈꾼다.

출근해서 아무렇지않게 책상에 올려두니 동료들이 웃었다. 책 제목이 아무래도 “퇴사는 여행”이라니, 출근하면서 읽기에는 불온서적마냥 부적절해 보였을까. 조금이라도 부추김을 당해보려 골라둔 이유도 있었다. 다른 저서에서 이미 작가의 글에 빠져있었기에 퇴사를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호기심이 가득했다.
사실 여행서적으로 분류해도 무방할(퇴사는 사유일뿐 주제는 아니었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아있다. 사실 작가가 2017년에 무얼 했는지 기록한 일기같다. 퇴사는 부착적인 토픽일 뿐 작가에게는 이미 이 책을 내며 또 하나의 직업을 갖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이 됐다.
갭이어를 두고 하고싶은 일을하며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 주창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렇게 행동했다면 한달에 네번은 퇴사했을 터. 환상과 달콤한 얘기를 버무리지만 책을 덮으면 현실이다. 내가 고리타분한 자세로 버티는건지 작가가 현실인지는 조금 고민이 된다.

어찌되었든 퇴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늘 꿈꾸지만 꿈꿀때만 가장 완벽하고 매력적인 바로 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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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이베이 안그라픽스의 ‘A’ 시리즈
오가와 나호 지음, 박지민 옮김 / 안그라픽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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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귀엽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냥 귀여운 그림 자체를 넘어서 그걸 그린 작가는 얼마나 더 귀여운 성품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다.
주변 사람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본인도 그릴수 있을것 같다 했다. 꼭 그런 반응을 내는 작품은 그 만큼 엄청난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되는것을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접근성이 쉬어 보인다는 것이 나는 가장 어렵다.

나는 대만을 좋아한다. 대만에 무지했던 과거가 있었던 기억이 무안하게 여겨질 정도로. 아무 생각없이 여행으로 간적이 있었지만 정말 아무 계획도 없이 갔다왔다. 다시는 방문할것 같지 않아서 환전한 대만달러도 미련없이 당연하게 다시 원화로 돌려버렸다.
근데 사람이 생각이 짧았다. 그렇게 아무생각없는 여행자를 아무렇지않게 너그럽게 보내고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여기를 가보세요 우린 이만큼 멋지고 뛰어납니다. 시끄럽게 스스로를 받드는 자세는 없었다. 당시에는 낡고 고리타분해 보였고 정리되지않고 구식의 텁텁한 느낌만 선입견으로 받아들였다. 뭐가 대단한 여행자인지 스스로를 높이고 타국을 낮춰 보며 평가했었다. 지나보니 단단한 오해로 무장된 내가 있었다. 유럽의 멋진 고성들이 있어야 그게 제대로 된 여행처럼 바보같이 생각했던 멍청한 시절이었다.

작가의 아름답고 귀여운 그림들에 나도모르게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멋지고 대단한 공간이 많은 타이베이를 한눈에 사랑하지 않았다니. 뒤늦게나마 깨달아서 다행인지 모른다. 그녀가 소개해준 멋진 팁을 한아름 가득 안고서 타이베이로 떠날준비는 다 된것 같은데, 그때가 언제 올지 꿈같은 달콤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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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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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한 순간에 잘못된 버릇이었음이 들통났다. 남과 다름을 나의 우월성을 우선시 하기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기적이고 편협적인건 늘 남들이었는데 그 화살이 나를 향하고 있음을 애써 무시했다.
저자는 사회 곳곳에 숨겨진 차별을 까발리며 독자를 부끄럽게 한다. 그게 학습되고 습관적으로 내재화된 수동적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따금한 지적을 내보였다. 모든 챕터 하나 하나가 흥미로워서 각 분야를 따로 떼네어 심층있는 얘기를 듣고싶다 생각했다. 이렇게 까지 깊이내린 차별적 관점이 내재화 되어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기는 커녕 놀라워서 대응조차 못하겠다.
인간이 결국 이기적이라는 것을 재확인했고 사회가 두려울정도로 올곧지 않음을 안다. 알고있지만 그렇게 포장된 차별의 매력을 다시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새 잊혀질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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