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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야. -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
곽수인 외 33명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평점 :
4월, 가슴 아프다는 말로
부족한 달이다. 예전에 4월은 만우절이나 식목일이 떠오르는
달이었는데 이제 4월은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는 달이 되었다.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세월은, 또 세월호는
참 무심하기만 하다.
단원고 아이들의 목소리로 쓴 시 모음집이라길래 책꽂이에서 빼왔지만 마음이 아파서 한번에 몇 줄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정말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울면서 덮었다가 용기를 내어 펼쳐 또 몇 줄 읽기를
반복하며 이 시들이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한 조각이나마 위로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래보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남편인 심리기획가 이명수 선생님은 안산으로 이사를 가서 ‘이웃’이라는 치유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단원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뜨개질도 하고 일상을 살면서 어떻게든 다친 마음을 추스르려 애쓰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들 생일마다 그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생일 이벤트를 해준다고 한다. 지금은 없는 아이의
생일을 기념한다는 게 참 슬프다. 이 시들은 그 생일 파티 때 읽어 내려간 시들이다.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모들께 시인들이 아이의 목소리로
한 줄 한 줄 써내려 간 시다.
정혜신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사람들은 아이를 앞세운 부모 앞에서 아이 이야기를 최대한 안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준비 없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경우 누군가 자기 아이를 기억해주고 자기 아이와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라도 나눠주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의 생일을 기념해주고 그 아이와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그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생일 모임을 치유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다는 거다. 도저히 가슴에도 묻을 수 없는
아이를 누군가 함께 기억해주는 것이 그래도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내가 이 시를 읽으며 아이 한 명
한 명을 마음으로나마 그려주는 것도 혹시 이 부모님들께 위로가 되려나 싶어서 눈물을 삼키며 시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