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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 세인트존스 대학의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공부
조한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2월
평점 :
이 책은 조한별이라는 학생이 자신이 세인트존스라는 대학에 입학해서 얻은 배움의 종류와 과정에 대해 찬찬히 소개한
책이다. 저자 조한별은 세 딸 중 둘째 딸로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두 차례 학교를 휴학하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특별한 경험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부모님께 신세지지 않고 자기 힘으로 2,300만원이나 되는 학교를 장학금과 대출, 워크스터디와 같은 제도를
통해 멋지게 졸업하였다. 그리고 나서 이 학교에 입학해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본인이 배운 내용과 과정을
꼼꼼하게 소개하는 책을 펴낸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세인트존스라는 학교는 특별한 교육과정으로 이전부터 화제가 되어오던 학교였다고 한다. 세인트존스의 교육과정을 리버럴 아츠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인문학,
교양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에서 인문학이라고 하면 왠지 수학과
자연과학을 제외한 단어처럼 느껴지는데 세인트존스의 리버럴 아츠 과정에는 과학 실험을 하고 수학 공식을 해석하는 과정과 더불어 작곡을 하고 해부를
하는 과정까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인문학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유학문이라고 번역하면 어떨까 하면서 제안한다. 스티븐
잡스가 대학에서 전공한 학과도 리버럴 아츠 과정이라 한 때 우리나라에 크게 소개한 적이 있는 특별한 교육과정이 리버럴 아츠이다.
대학에서 특정 전공과목을 가르치지 않고 4년 내낸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이 학교 교육과정이라는 데 놀랐고, 고전만
읽는 게 아니라 과학실험, 해부, 작곡, 고대어 번역까지 하는 학교라는 데 또 놀랐다. 게다가 더 신기했던
것은 교수도 없고 시험도 없는 학교라는 사실. 학교에 대한 내 고정관념이 모두 깨어지는 느낌이었다. 세인트존스에서는 학생을 ‘조니’라고
부르고 교수를 ‘튜터’라고 부르면서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아닌 함께 토론하고 같이 생각해보는 매우 동등하고 평등한 관계로 서로가 맺어진다고 한다. 한
과목을 배우고 시험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이 참여한 세미나의 튜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간을
시험 대신한다니 독특하다는 말로 모자라는 것 같다.
정말 가장 쇼킹했던 것은 이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18세라는
거였다. 저자인 한별씨는 21살에 이 학교에 입학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일반적으로 18세에 이 학교에 입학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 학교의 학생들은 18살때부터 21살까지 고전을 무려 100권이나 읽고 교수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며 자신의 생각을 쌓아나간다는 말이 아닌가. 갑자기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업이 좀 초라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고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는 이 정도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게 놀랍고 부럽고 무섭기까지 했다. 이래 봬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한국 아이들인데 너무 우물 안에서만 기르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교육
현장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고민하겠지만 우리나라 교육환경도 더 새로워져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한별씨 덕분에 독특한 학교의 참신한 교육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