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볼라뇨 : 마지막 인터뷰>라는 영어판 책에 있는 인터뷰를 한글로 옮겨봤어요. 해석이 잘 안 되는 구절은 그냥 원문 그대로 적었고요. (누가 좀 알려주시길 ^^;;)
인터뷰어의 이름은 엑토르 소토와 마티아스 브라보입니다. (잘못 해석한 부분이 많겠지만;;) 재미있게 보시길. 혹시 저작권... 뭐 이런 거에 문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문학은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HS/MB : 라틴 아메리카 붐 작가들과의 관계는 어때요?
RB : 좋아요, 아주 좋아요. 물론 독자로서 말이에요. 어쨌거나 ‘붐’은 불명확한 개념이에요. 그건 사람들이 어떤 변수를 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에르네스토) 사바토는 포함되나요 아니면 포함되지 않나요? (*후안 카를로스) 오네티는 어떻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겠죠. 저에겐 ‘붐’의 초석 같은 (*후안) 룰포 역시 빠졌고요.
HS/MB : 그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들이 너무 받들어졌기 때문이겠죠. 점점 더 명예가 회복되고 있는 (*아우구스토) 몬테로소나 오네티 같은 조용한 존재들에 대해서는 불공평했고요. 그들은 시간의 흐름과 관련을 맺고 있어요.
RB : 전 그렇게 믿지 않아요. 바르가스 요사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학은 거대하잖아요.
HS/MB : 대성당이죠.
RB : 대성당보다 더 대단하죠. 시간이 그들을 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요사의 작업은 어마어마하잖아요. 거기엔 들어가는 지점과 나오는 지점이 수천 개가 있어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학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은 둘 다 유명인사죠. 그들이 단지 문학계의 인사인 건 아니잖아요. 바르가스 요사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죠.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정치적으로 무게감이 있고 매우 영향력이 있죠. 이런 사실이 뭔가를 조금 왜곡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사회계급적인 면에서 그들의 위치를 보지 않을 순 없죠. 그들은 뛰어난 사람들이고 자신들 뒤를 따르는 사람들, 그러니까 제 세대의 작가들보다 뛰어나요. 가령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민음사) (or <대령에게 편지는 오지 않는다>(*범한출판사)) 같은 책은 정말 완벽하죠.
HS/MB : 붐 시기 동안 ‘붐’ 작품을 읽고 나서부터, 당신은 시인의 관점으로 책을 읽은 게 틀림없어요. 그 기간 동안 당신은 시만 썼어요.
RB : 맞아요. 하지만 전 서사물을 많이 읽었어요. 제가 시인의 관점으로 책을 읽는 건 분명하지만 그건 어떤 면에선 부끄러운 일이죠. 만약 화자의 관점으로 책을 읽었다면 전 아마 더 많이 배웠을 거예요. 어쩌면 소설의 내부 구조를 보는 방식에서 틈이 있었을 거예요. 다른 관점으로 읽는 걸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겠죠.
HS/MB : 전 당신이 작은 플롯들을 짜고 그것들을 전체 소설에서 끼워맞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작업이 결국 어떻게 될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둔 아이디어가 있는지 없는지는 비록 확신할 수 없지만요.
RB : 전 항상 아이디어가 있어요.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마다, 머릿속에 매우 정교한 구조가 있어요.
HS/MB : 매우 정교하군요. 알겠습니다. But it does not prevent each of your phrases, given the rhythm and inflection you infuse them with, from being justified, though not always in the service of the novel's unfolding plot.
RB : 글쎄요, 그건 좀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모든 산문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빚과 관련이 있죠. 그건 주의를 기울여 언어에 가까워지려는 시도, 약간의 손질로 이루어져요. 전 당신의 말이 매우 고마워요, but I don't assign great relevance to hygienic definitions of my work. 그런 면에서 전 까다로워요. <야만스러운 탐정들>보다 더 멀리가지 않고 매우 나쁘게 된 것처럼 보이는 구절이나 단락이 있어요. 그것들은 제게 끔찍하게 보여요.
HS/MB : 당신의 책들은 특정한 세계에 뚜렷하게 접근해요. 그건 작가들의 세계이고, 강박적인 인물들이나 패배자들 사이에 있는, 다소 주변부적인 사람들의 세계예요. 당신의 이야기와 소설들은 또한 같은 상황이나 같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요.
RB : 같은 논쟁으로 돌아가기도 하고요.
HS/MB : 맞아요. 당신의 캐릭터들은 혁명적인 예술이나 세계 변혁을 위한 운동가들이에요. 그건 당신 세대의 계획이었죠.
RB : 예술을 혁명화하고 삶을 바꾸는 건 랭보가 계획한 목표였어요. 그리고 사랑을 재창조하는 것도요. 마음속으로는 삶을 예술적인 작업으로 만드는 거였겠죠.
HS/MB :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 묘사한 세계의 일부이고 그것을 향해 애정이 있는 것처럼 보여요.
RB : 저는 저 자신을 용서하고자 애쓰고 있어요.
HS/MB : 당신은 그 계획에 대해 변명하지도 않았고 그것에 대해 열광적이지도 않았어요. 그렇다고 당신이 무덤 파는 일꾼, 그러니까 비평가인 것도 아니었고요.
RB : 전 생존자예요. 전 이 계획에 대해 엄청난 애정을 느껴요. 그것의 과잉이나 무절제, 일탈에도 불구하고요. 그 계획은 대책 없이 낭만적이고, 본래 혁명적이지만, 많은 집단과 예술가 세대의 실패로 보였죠. 비록, 심지어 현재에도, 서구 예술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이 비전에 빚을 지고 있지만요.
HS/MB : 이 시기에 평가 절하된 개념이 있다면, 그건 혁명에 대한 것이겠네요.
RB : 혁명에 대한 생각은 제가 스무 살이던 무렵에 이미 평가 절하됐어요. 그건 저에게 진실이에요. 그 나이에, 전 트로츠키주의자였고 소련에서 제가 본 건 반혁명이었어요. 전 제가 역사적인 운동을 지지했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그와 반대로, 뭔가 충돌했다고 느꼈죠. 그건 <야만스러운 탐정들>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HS/MB : 우리는 당신 인생의 어떤 부분이 거대한 혁명적인 열정에 의해 생명이 불어넣어졌다고 상상했어요.
RB : 정확하게 상상한 거예요 전 모든 것에 반대했어요. 뉴욕과 모스크바에 반대했고, 런던과 아바에 반대했으며 파리와 베이징에 반대했죠. 심지어 급진주의 속에서 발생된 고립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HS/MB : 생존했다는 감각은 그것 때문인가요?
RB : 아니요. 전 좀 더 글자 그대로의 면에서 생존자인 것처럼 느껴요. 전 죽지 않았잖아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건 제 많은 친구들이 죽었기 때문이에요. 무장한 혁명의 투쟁에서 죽거나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아니면 에이즈로 죽었죠. 비록 생존한 누군가는 지금 스페인 문단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지만요.
HS/MB : 작가들은 늘 그들의 영감에 대해 질문을 받고 그건 요즘에도 예외가 아닐 거예요. 일부는 삶에서 더 많이 영감을 받지만, 다른 사람들은 문학에서 더 많이 받죠.
RB : 저와 관계있는 건 둘 다예요.
HS/MB :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매우 문학적인 작가죠. 하나로만 말해보자면요.
RB : 글쎄요, 만약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면, 그리고 제가 아무것도 선택할 필요가 없도록 신이 기도한다면, 전 문학을 선택했을 거예요. 만약 거대한 도서관이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열차표를 제공받았다면 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도서관을 잡았을 거예요. 게다가 도서관과 함께라면, 제 여행은 훨씬 더 길어졌겠죠.
HS/MB : 보르헤스처럼 당신은 책을 읽으면서 살아 왔군요.
RB : 그럭저럭 우리는 모두 책에 닻을 내리고 있어요. 도서관은 인간, 혹은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에 대한 상징이죠. 정치범 수용소가 인간에게 가장 나쁜 상징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HS/MB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순수하게 좋은 감정을 위한 성역은 아니죠. 그것은 또한 증오나 분노를 위한 피난처이기도 하고요.
RB : 동의해요. 하지만 그 속에 좋은 감정들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죠. 보르헤스가 좋은 작가는 대개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보르헤스인 게 분명해요, 사실상 그는 모든 것을 말했으니까요. 나쁜 사람인데 좋은 작가인 경우는 드물죠. 한 명 정도 생각나네요.
HS/MB : 누구죠?
RB : 루이 페르디낭 셀리느, 위대한 작가면서 개새끼죠. 비열한 인간이에요. 그가 최악으로 비열했던 순간이 고결한 아우라로 덮여 있는 건 놀라운 일이죠. 글의 힘 때문일 거예요.
HS/MB : 라틴 아메리카와 스페인 작가들 중 어느 쪽이 당신과 문학적으로 형제지간이죠?
RB : 기본적으로는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 쪽에 있지만 스페인 사람들 쪽에도 있어요. 라틴 아메리카와 스페인 작가들을 분리할 수 없다고 믿어요.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 속에서 사니까요. 최소한 전 그런 국경들을 건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세대에선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의 토대가 섞여 있어요. 같은 방식으로 그들은 또 다른 모더니즘 - 어쩌면 이 시기에 스페인 문학에서 가장 혁명적인 운동 - 시대 속에서 섞여 있고요. 자신의 표현력 때문에, 하비에르 마리아스 같은 작가들은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위대한 작가죠. 같은 이유로 젊은 스페인 작가들은 로드리오 레이 로사나 후안 비요로 같은 엄청난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아야 했죠. 저는 대서양의 이쪽 저쪽에 있는 작가들 - 레이 로사, 비요로, 마리아스, 빌라 마타스, 벨렌 고페기, 빅토리아 드 스테파노 - 모두와 찍은 사진 때문에 예외적으로 축복을 받았죠.
HS/MB : 번역이나 축약본으로 우리의 우상들(제임스, 스탕달, 프루스트)을 읽는 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것은 문학입니까? 그걸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면 글은 동등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 가능한데요.
RB : 그것들은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문학은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잖아요. 보르헤스는 번역할 수 없는 작가가 있다고 말했어요. 케베도를 예로 말했던 것 같아요. 가시아 로르카와 다른 작가들도 포함시킬 수 있겠죠.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돈 키호테> 같은 작품은 심지어 최악의 번역가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사실상, 엄청난 페이지의 손실이나 심지어는 폭력적인 상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고요. 따라서, 나쁜 번역이나 불완전하고 축약된 2차물에 반대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여, <돈 키호테>의 어떤 판본이라도 중국이나 아프리카의 독자들에게 여전히 말할 거리가 많죠. 그리고 그건 문학이에요.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을 겁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그건 그 나름대로의 운명일 거예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