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인 이시한 작가는 북튜브 '시한책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보는 '책읽어드립니다'의 도서선정위원이기도 하다. 지식편의점이라고 제목은 독자가 책을 읽으며 거시적 흐름을 꿰뚫고 재미있게 인사이트를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한다. 머릿 속에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지식을 이어 구조를 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상당히 공감됐다. 특히 나에게 부족한 지점이라 더 집중하며 읽었던 것 같다.

그가 말하는 '생각하는 인간'은 총 세 개의 레벨로 구분된다.

레벨1. 질문하는 인간

레벨2. 탐구하는 인간

레벨3. 생각하는 인간

이를 위해 각 레벨에 따른 고전을 소개하면서 인류사의 흐름을 이야기하는데, 평소 많이 들어본 고전들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레벨 1 질문하는 인간 편에서는 사피엔스를 시작으로 총균쇠, 그리스 로마 신화,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레벨 2 탐구하는 인간 편에서는 국가, 장미의 이름, 군주론, 리바이어던, 로빈슨 크루소, 법의 정신, 에밀, 월든, 자유론, 1984를 다룬다.

레벨 3 생각하는 인간 편에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기적 유전자, 멋진 신세계, 코스모스를 다룬다.

인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사피엔스


사피엔스 종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죽음까지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인류로 진화하고 있다.

사피엔스는 여러 영상과 글을 통해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었고, 책장에도 꽂혀 있는 책이지만 뭔가 범접하기 어려워 아직 읽지 못한 책이다. 사피엔스에서는 다양한 인간 종들 중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결과는 결코 정상적인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의 조상이 존속 살해, 사촌 살인을 한 주범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피엔스가 유일한 종으로 살아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능력이 바로 '구체적인 언어를 통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었다. 언어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집단적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수렵채집에서 농사짓기로 먹고 사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이동하는 삶에서 정착하는 삶으로, 소규모 집단에서 대규모 집단으로 변화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바른 과정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이기심이 지구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죽음까지 선택 사항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하는 그는 지금 같은 기술 발전 속도가 사피엔스 혁명 끝자락의 수혜 또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결론은 우리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생산성 툴을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날씨 예측, AI의 발전 등 인간이 발전하고자 하는 모든 행동들은 환경을 통제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더 많은 것을 통제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활동하는 우리에게 죽음마저 선택사항이 된다면 인간은 과연 신의 영역에 서게 될까?

왜 백인들이

세계사의 주류가 되었을까?

총, 균, 쇠


이에 대한 방대한 양의 총,균,쇠의 결론은 '환경결정론', 즉 운이다.

백인들이 세계사의 주류가 된 이유는 우연히 그들이 살게 되었던 지리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고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말한다. 식물의 작물화와 동물의 가축화가 그 핵심 개념이다.

식물을 작물화해서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빨리 전환할 수 있었던 사람들, 동물을 가축화해서 수렵하지 않더라도 고기를 공급받고 가축들의 노동력을 농사짓는 데 쓸 수 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빨리 발전해 보다 우수한 문명을 이룩해냈다.

흔히들 '가정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인류사에서도 역시 환경이 중요한 요소였나 보다. 그리고 더욱이 개인들의 지적 능력이 아니라 환경 덕분에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면 자신의 환경에 감사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서양 문화를 설명하려면 두 축,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알아야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헤브라이즘은 기독교 문화를, 헬레니즘은 그리스 문화를 뜻한다. 유럽을 지배했던 가톨릭 문화는 개인들에게 신앙심을 강조했고, 이런 경향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르네상스 운동,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이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욕망을 이겨내지 못해 불륜을 저지르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신의 모습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스 로마 신화 뿐만 아니라 이후에 다루는 다른 챕터들에서도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그리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옛날에 흥사단에서 단기간 유럽 연수를 갔을 때 곳곳에 보이는 성당을 지날 때마다 한 교수님께서 끊임없이 유럽사를 이야기해주셨는데, 무교인 나에게는 유럽인들에게 종교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보고 싶으면 역사가가 기술한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기술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라.

역사란 무엇인가

보통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만큼 결론을 정해놓고 결론에 맞추어 합리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얼마 전 한 포스팅을 하면서 나역시 느낀 지점인데, 사실을 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장하는 의견에 초점을 맞춰 작성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어떠한 정보를 접했을 때 의심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스스로 사고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해야 한다.

인간의 신체적 능력이나 정신적 능력은 거의 비슷해서 자연권을 무한히 추구하다 보면 늘 갈등과 전쟁 상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리바이어던

군주론과 리바이어던 부분을 읽으면서는 성악설을 전체로 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의 공동체 트렌드는 성선설에 기반한 소통과 협업인 만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들의 주장을 담은 책이 여전히 고전으로 불리우며 많은 이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이 매우 설득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토론되지 않는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생각과 토론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주장에서 시작해 많은 사람들의 토론과 논쟁을 거친 제도는 조금 더 현실적이 되고, 여러 사람의 사정에 잘 맞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최근 관심 갖고 있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화를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모두의 동의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고,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면 결국 더 많은 소통을 통해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퍼실리테이터이다.

지난 주말, 2박 3일 간 흥사단에서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에 참여해 이론과 실습을 공부했는데 그 포스팅도 조만간 올릴 예정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될 경우 결국 우정, 사랑, 명예, 도덕, 윤리 같은 것들이 모두 소멸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댈은 시장경제가 인간을 다시 계급화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질문한다. 물론 돈의 힘은 예전부터 강했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침범할 수 없는 것이 과거에는 있었다면, 지금은 그 범위가 점점 축소되고 있지 않나?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행태에는 크게 2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 번째는 '공정성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부패'이다. 인간이 더욱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국민주권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를 만들어왔는데 또다시 돈에 의해 지배받게 되는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가 아님은 확실하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시대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라는 책은 수많은 책에서 인용되고, 또 주변에서 여러 번 추천받은 책이기에 조만간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를 과학기술로 실현해낸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용하는 언어를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인간의 자유의지를 제한한다.

요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 시스템'이 우리를 멋진 신세계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매체를 통해 '내 취향을 추천해준다'는 편리함으로 콘텐츠와 시간을 소비하지만 이는 우리의 편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다른 것에 관심 갖고 경험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을 써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인류사의 발전과정을 고전을 통해 다룬 이 책은 읽는 내내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고, 나아가 이 흐름 뒤에는 어떠한 일이 펼쳐지게 될 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특히 책을 읽으며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는데 저자의 필체가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어 어려운 고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내가 읽게 될 어떤 책이 후세에 '고전'으로 남게 될까 하는 호기심도 생기고, 내가 살아가는 동안 국가와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잘 사는' 삶일지 생각해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번에 읽은 '생각하는 인간 편'에 이어 2021년에 '성장하는 인간 편', '신이 된 인간 편'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다음 편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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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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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굶기는 식사가 가능한가?

이번 흐름출판에서 나온 책은 지금껏 읽어보지 못했던 '건강' 카테고리의 책이라 무척 신선했다. 저자인 윌리엄 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이자 과학자, 강연가, 저자이다. 위에 첨부한 '암을 굶기는 식사가 가능한가'라는 TED영상은 1,1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이 책의 페이지 수는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다.

200페이지짜리 책과 비교샷. 실화인가요..?

표지디자인 Comment!

전체적인 디자인은 다소 무난해보인다. 건강과 관련된 내용이어서인지 깔끔한 디자인을 추구한 듯이 보였고, 책의 중앙 하단 부분에는 건강한 식재료들을 이미지로 넣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수월했다.

그러나 띠지를 포함하여 표지에 전반적으로 텍스트가 많아 제목을 한 번에 외우기는 쉽지 않았다. 표지를 보자마자 눈에 띄는 단어는 '암, 식사, 건강'인데 이 키워드들이 머릿속에서 얽히면서 '먹어서 암을 치료하는 법' 이런 식으로 제목을 기억하게 되더라.

그래도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이라는 제목이 매우 직관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약물 치료만으로는 건강을 지킬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애초에 병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질병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가 된다.

저자는 우선 건강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이란,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을 다해 몸을 보호하는 놀라운 방어체계 속에서 우리 몸의 세포와 기관들이 순조롭게 기능하는 활성 상태이다.

우리 몸의 5가지 방어체계

우리의 몸을 최선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5가지 방어체계는 아래와 같다.

1. 혈관신생

약 10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혈관이 산소와 영양소를 몸 안의 모든 세포와 조직에 운반하는데, 혈관신생은 이런 혈관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2. 재생

골수, 폐, 간, 그 외 체내의 거의 모든 기관에 산재하는 75,000개 이상의 줄기세포 덕분에 우리 몸은 날마다 재생된다.

3. 마이크로바이옴

우리 몸에는 거의 40조 마리 가까이 되는 박테리아가 살며, 그 대부분은 우리 몸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

4. DNA보호

DNA는 본래 유전자 지도이지만, 방어체계의 역할도 한다. DNA에는 태양의 복사열, 가정의 화학물질, 스트레스, 수면 부족, 식단 불균형 등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몸을 지켜준다.

5. 면역

면역 체계는 장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장을 잘 조절하면 암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거나 퇴치할 수 있으며, 그런 효과는 심지어 노인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5가지의 타고난 방어체계를 강화하면 우리 몸은 저절로 치유된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는 이 방어체계를 파괴시키는 식단을 습관화하고 있고, 병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개인 단위의 식단 조절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책의 목차

1부. 건강을 지키는 타고난 능력

2부. 먹어서 병을 이긴다

3부. 계획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라

책의 목차는 위에서 말한 몸의 자연 방어체계를 상세하게 설명한 뒤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실천요령을 말하며 5X5X5 플랜을 소개한다.

우리는 먹는 것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을까?

얼마 전 문득 들었던 생각인데, 우리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는 대표적인 활동이 '운동'이다. 그러나 운동 또한 잘못된 방식으로 하면 몸에 무리가 오는데, 일례로 나는 옛날에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유튜브에서 당시 유명했던 '레베카 운동'을 따라하다가 무릎에 염증이 생긴 적이 있다. 며칠 동안 걷기도 힘든 상태를 경험한 뒤로는 무분별한 운동 따라하기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음을 깨달았고, 지금은 홀로 할 수 있는 체형교정 운동인 SNPE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운동을 하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효과를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운동보다 훨씬 자주 접하는 '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왜냐면 무엇을 먹는가가 눈에 띄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을 제외하곤).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이다'는 말이 있듯, 수십년 동안의 식습관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를 변화시킨다. 책에서는 붉은 육류를 포함하여 몇 가지 안좋은 식품이 우리의 방어체계에 얼마나 치명적인 역할을 하는지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하는데, 그간 즐겨먹었던 식품으로 인해 내 재생능력을 저하시키고, 건강한 혈관신생을 억제했을지 생각하니 문득 반성하게 되었다.

건강한 식습관은 몸 뿐만 아니라 정신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전날 과식을 하거나 무거운 음식을 먹고 잠들면 다음 날 온몸이 찌뿌둥하고, 반대로 건강한 식사 후 공복감을 유지한 채로 잠들면 다음 날 아침 개운함을 느끼는 것이 그 증명일 것이다. (이러한 나의 몸상태를 알면서도 야식먹기를 반복하는 나는 무슨 문제일까, 과한 식탐이 문제일까, 탄수화물 중독이 원인일까 하는 고민을 잠깐 해보았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한 걸음

몸에 유익한 박테리아가 생존하기에 이로운 환경을 만드는 기본적인 음식 섭취 원칙 3가지와 그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자연식품을 통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다.

고대인들은 원시 곡물, 견과, 콩류, 과일 같은 섬유질이 풍부한 식량을 채집해 먹었다. 산업화된 식품을 먹는 현대적 식생활의 역사는 인류 전 역사의 0.02%밖에 안 되며, 인체의 영양학적 기능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식생활 양식이라는 의미이다.

2. 동물성 단백질은 덜 먹는다.

고기를 먹는 것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부담을 준다.18세 농업발달로 작물과 가축 관리 기술이 발전하며 곡식과 채소, 육류 모두 풍부해졌다. 20세기 후반 농업환경의 변화로 식품 공급이 전세계적인 범위로 확대됐다. 섬유질 섭취량이 줄면서 장 박테리아의 생태계가 나빠지고, 염증 발생을 막아주는 짧은사슬지방산 생성이 줄었다.

3. 신선한 자연식품을 더 많이 먹고, 가공식품은 덜 먹는다.

살균처리와 위생상태 개선으로 사람들이 병원균에 노출될 기회가 줄었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세균에 노출될 기회 또한 함께 줄어들었다. 이러한 경험 법칙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로는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시골마을과 이탈리아 피렌체 아이들의 식습관과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사하고 대조한 작업에서 알 수 있다.

커피, 과연 좋은걸까

나쁜걸까?

대체적으로 나온 식품들은 콩, 호두, 잎채소 등 누가 봐도 몸에 좋은 식품들이었지만 커피를 다룬 부분이 인상 깊었다. 커피가 몸에 좋은가에 대해서는 상반된 정보들이 많다. 특히 카페인 성분이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자가 제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일 커피를 마시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텔로미어가 더 길었다고 한다.

커피의 사례는 어떤 식품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할 때, 일부 성분만을 토대로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식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난 후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5X5X5 플랜

읽기 전부터 가장 궁금하기도 했던 5X5X5 플랜의 의미는 '5가지 건강방어체계에 도움이 되는 5가지 건강식품을 선택해서 매일 5번에 걸쳐 먹는다.'이다.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는 건강식품목록을 참고하여 맞춤형 선호식품목록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매일 5가지씩 선택하면 된다. 엄격하게 지켜야만 하는 식단도 아니고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지킬 수 있는 플랜이다.

5X5X5 플랜은 적응성과 회복 탄력성이 있는가 여부가 이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열쇠이다. 그러니 우리는 꾸준히 실천하되, 친구와의 만남이나 어쩔 수 없는 회식 등의 상황에는 융통성 있게 마음 먹는 태도가 필요하다.

너무나 바쁜 직장인이라면?

만약 너무나 바쁜 직장인이라면 아래 방법이 도움될 것이다.

1. 일요일에 선호식품목록을 살필 시간을 따로 만들어둔다. 그리고 새로운 주가 시작되기 전 미리 검토하여 날마다 먹을 식품 5가지씩을 고른다.

2.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도 따로 목록을 만들게 하고, 목록을 비교하고 결합해서 장을 보거나 식단을 계획하거나 요리할 때 활용한다.

3. 선택한 식품들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요리를 만들어두면 일주일 동안의 저녁거리가 준비되고, 남은 음식은 점심으로 먹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날마다 준비할 생각에 쓸 정신적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다.

또 다른 팁으로는 견과와 과일 같은 몸에 좋은 간식을 쉽게 꺼내먹을 수 있게 준비해 두거나 신선한 농산물과 여러 식재료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재미를 추구하는 청년들에게는 목표달성여부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다운받아 활용하는 것도 건강식단법을 습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추천하는데, 대상에 따른 세세한 제안형태가 재미있었다.

5X5X5 플랜에 도움되는 요령

1. 몇 끼는 거른다.

책에서도 간헐적 단식과 소식(원래 식단의 80% 정도만 섭취하는 것)이 몸의 방어체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인플루언서들을 보면 과식하거나 음주를 한 다음 날에는 일정 시간의 공복을 유지하고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하는데, 몸을 회복시키는 데 좋은 방법인 듯하여 나도 따라해보고 있다.

2. 억지로 먹어치우지 않는다.

일본의 문화 중 '식사를 할 때에는 배의 8/10 정도만 채우는'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 방법을 매우 추천한다. 위의 소식 개념과도 비슷한데, 우리가 느끼는 포만감은 실제로 배가 꽉 찬 뒤에도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난 뒤 느껴진다고 하니, 먹는 양을 조절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필요하다. 더 구체적으로 타이밍을 설명하자면, 저자는 첫 수저만큼의 맛이 나지 않을 때 멈추라고 말한다.(보통 배고플 때 먹는 첫수저는 항상 맛있는데, 뒤로 갈수록 만족도가 떨어진다)

3. 몸을 의식하면서 먹는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이유를 떠올리면서 먹으라고 하는데, 건강을 위한 것임을 항상 의식하면서 식사를 해야 한다. 또한 식사를 할 때에는 핸드폰이나 TV를 보면서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지 않다. 오로지 나의 몸과 음식에 집중해 식사하는 것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4.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기

식사를 하는 것에는 심리적 만족감도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혼자 먹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행복한 식단관리를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5. 가끔은 생소한 음식도 먹어본다.

내가 즐기지 않는 음식들 중 건강방어체계를 증진하는 식품이 생각보다 많다. 나의 경우에는 특히 좋아하지 않는 해산물이 많은데, 책에서는 수많은 해산물을 언급하며 이것들이 몸에 좋은 근거를 설명한다. 저자는 6개월마다 선호식품목록을 업데이트하여 다른 식품에서 좋은 성분을 섭취해보라고 권한다.

지구 자체의 건강이 나빠지는 가운데 지구 어디에 살든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화학 독소, 오염, 방사능, 전염병에 갈수록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현대 의료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혁명적인 기술은 병을 치료하는 데 치중하는 접근방식을 유지하면서 보건의료의 기존 모델을 더 넓게 확대한 것에 그친다.

또한 사람들은 건강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DNA의 오류가 매일 일어난다는 것은 알지만, 그런데도 어째서 암이 더 발생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른다. 항암 면역요법이 발전하며 이제는 노인의 면역체계도 전이성 암세포를 제거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어떻게 해야 대부분의 암환자들에게서 이런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지만 정작 건강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에게 단순히 영양제를 챙겨먹는 방법이 아니라 일상의 식단을 관리하는 방법을 돌아볼 수 있도록 여러 시사점을 전해준 알찬 책이었다. 식품에 들어간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느 식품을 어느 정도로 섭취하면 좋은지, 상황에 따라 유익한 식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건강식 백과사전과 같은 느낌이어서 건강이 의심될 때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볼 책이다.

나는 환자들 수천 명을 진료한 의사이자 의학의 선두에서 활동해온 과학자로서, 병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애초에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즉, 사람들 각자의 손에 맡겨서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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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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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뇌과학을 접목하여 우리가 왜 이야기에 끌리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한 책으로, 먼저 책의 디자인과 내가 좋아하는 청박의 조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는 말로 서평을 시작한다 :)

최근 '시나리오'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이유는 유튜브 김미경TV에서 들었던 말 때문인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하여 우리는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기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보고 그 안에서 최적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던 차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시나리오를 쓸 것인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

결국 모두 죽는다.

출처 입력

모두가 모른 체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잊고 살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난다. 만약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이토록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차피 지속될 삶이라면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상황들에 더 덤덤해지지 않을까? 혹은 어떤 선택을 할 때에 지금보다 덜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선택할 때 꽤 중요한 요소인 '시간'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두려움에 대한 치료법이 바로 '이야기'라고 말한다. 또한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의 형태인 5막 플롯을 설명하며, 이러한 플롯이 존재하는 이유 또한 그 안의 '인물'을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인간을 이해함으로써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과학을 이해하면 무엇보다

공통으로 주어지는 '원칙' 이면에 존재하는'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근거를 알면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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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4개의 큰 목차를 제시하며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이야기의 다양한 포맷을 설명한다.

1. 만들어진 세계

2. 결함 있는 자아

3. 극적 질문

4. 플롯과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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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들이 즐거워할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을테고 나에게는 '내 시나리오'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으며 통틀어 우리 모두에게'왜 이 이야기가 이토록 재미있을까'를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 인간은 모두 '통제의 욕구'를 갖고 있다. 커가며 세계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에 따른 자신만의 통제 이론을 정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떠한 결함을 갖게 되며, 그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자' 끊임없이 정당화한다.

우리의 세계 모형에는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 신념이 들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데 정당한 이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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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감정이 드는 대상을 왜곡하여 바라보거나, 단편적 경험을 일반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결함적 자아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위기를 겪는지, 그리고 결국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고 영웅적 서사를 완성하는지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매끄러운 스토리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완성된 이야기는 어떤 독자에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다른 상상 모형을 만들어낸다.

어떤 것이 '끔찍하다'고 말하지 말고

독자가 끔찍하게 느끼도록 묘사하라.

형용사에 담긴 추상적 정보는

모형을 구축하는 뇌에는

묽은 귀리죽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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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궁금했다. ‘내 상상 속 볼드모트는 이런 모습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모습일까?’ (그러나 사실은 내 머릿 속의 상상 모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다른 볼드모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으니까)

촉각, 맛, 냄새, 소리를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 조합을 통해 우리는 모형을 구축한다.

"그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라는 문장보다 "그는 거친 하루를 보냈다"라는 문장에서 질감을 통해 표현을 극대화한다. 또한 "그녀는 부담을 느꼈다"라는 문장은 "그녀는 막중한 짐을 짊어졌다"라는 문장보다 단조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활용하여 우리는 이야기 속 인물에게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이는 책 속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에도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마케팅/브랜딩 측면에서 도움 될 만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는데, 그 중 하나는'페르소나 설정'에 관한 것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디자이너의 생각법 : 시프트'에서도 주요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페르소나 설정 작업을 가장 먼저 진행한다고 한다.

기업에서 페르소나 설정이란, 우리의 고객이 어떤 성향이며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과정이다. 한 마디로 타켓을 구체화하는 작업인데, 이 단계가 잘 수립되어야 기업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다.

책에서는 인물을 설정하는 방법 중 하나로 성격유형 검사인 Big5를 언급하며, 기존의 유명한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각 어느 유형의 인물이었는지 설명한다. 페르소나 설정이 어렵다면 이러한 성격유형 검사를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유대인 강제노동수용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나 미국에서 노예의 처지로 속박받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 작품은 대중으로 하여금 이야기에 강하게 도취시킨다. 그리고 도취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위로와 공감, 조언이라는 이야기의 순기능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이야기의 존재는 어쩌면 초연결, 초지능의 특징을 가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전보다도 더 중요해질지 모른다.

행복의 중요한 요소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 하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한테 왜 불행한 일이 일어났고 무엇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지에 관한 명확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삶을 통제한다고 느끼고 목표를 선택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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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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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이라고 쓴 추천사를 보고 짐작했어야 했다. 그 정도로 시간과 머리를 쓰며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는 물리학의 개념들을 도입하면서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사례들을 설명한다. 조직에서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의 혁신을 설명하는 데 활용된 개념은 상전이, 동적평형, 임계질량이 있다.

또한 모든 혁신의 시작은 얼토당토 않은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룬샷'이다.

룬샷(loonshot)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책에서는 수많은 룬샷의 순간들을 설명한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레이더 기술, 콜레스테롤을 치료하는 약이 개발되던 순간 등 인류의 역사적 순간들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의 판을 뒤집는 넷플릭스, 애플의 사례를 통해 조직설계의 힘을 깨달을 수 있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상전이의 개념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물질이 온도/압력/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물은 0도(임계온도)일 때 얼음으로 응고되며, 온도가 높아지면 다시 녹아 물이 된다. 저자는 이 물리현상을 조직에 비유하며 이 사이에서 어느 쪽 상태도 압도적이지 않은 순환관계인 동적평형 상태를 강조한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개인들이 공동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경력이나 승진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동기부여의 균형점이 이동한다.

2차 세계대전을 미국의 승리로 이끌어낸 과학자 버니바 부시는 기술적인 능력보다도 압도적인 시스템 설계능력으로 이 모든 성과를 이끌어낸다.

새로운 무기와 거기에 대항할 더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야 하는, 많은 것이 걸린 경쟁에서 약한 고리가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공급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현장으로 가져가는 일이었다.

버니바 부시

버니바 부시의 사례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군과 연구원들 사이에서의 역할이었다.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비아냥거림을 가지고 있는 성격이 다른 두 조직 사이에서 각 조직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심을 갖고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부시의 교두보 역할은 웬만큼의 사명감과 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기존의 성격을 유지하는 조직과 룬샷 조직을 서로를 분리시키되 룬샷의 테스트 프로젝트를 군인들이 수행해내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반영하는 등 두 조직의 존재감을 균형감 있게 유지하면서 전체조직의 완성도를 높이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초창기에 이 역할을 잘 수행해내지 못해 결국 애플에게서 버림받고 만다.) 실제로 버니바 부시의 공로를 기점으로 미국의 기초과학 연구가 빠른 속도로 발전되었다고 하니 미국 내에서의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 짐작된다.

저자는 룬샷을 보호하고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을 '부시-베일 법칙'이라고 부르며 아래의 가이드를 제시한다.

 

1.상태를 분리하라

2.동적평형을 만들어내라

3.시스템 사고를 퍼뜨려라

4.매직넘버를 높여라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보다 중요한 것은 '룬샷의 필요성을 얼마나 간절히 느끼는가'가 아닐까 싶다. 룬샷은 제품형 룬샷과 전략형 룬샷으로 구분된다. 제품형 룬샷은 기발한 제품을 개발하여 성공해내는 것이고, 전략형 룬샷은 전략의 변화를 통해 성공하는 것이다. 제품형 룬샷은 일반적으로 속도가 빠르고 변화가 뚜렷하다. 반대로 전략형 룬샷은 속도가 느리고 변화 또한 인지하기 어렵다. 책에서는 전략형 룬샷을 조금 더 비중있게 다룬다.

제품형 룬샷만이 아니라 더 미묘한 전략형 룬샷까지 육성할 줄 알아야 한다.

미국의 항공산업 규제 철폐 이후 대형 항공사 팬암과 아메리칸 항공의 사례를 통해서는 결국 제품형 룬샷을 전략형 룬샷이 이기는 모습을 알 수 있다. 아메리칸 항공은 전산화된 예약 시스템 '세이버'를 활용하여 자사 제품의 노출 위치를 조정하고, 승객들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큰 수익을 거둬들인다. 반면 팬암은 에어택시 설계, 제트기 구매 등 창의적인 제품형 룬샷을 설계하여 초반에는 많은 수익을 내지만 이를 지속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해 결국 실패를 안게 된다.

함정을 벗어나는 열쇠는 두 가지 리더십의 차이에 있다.

그것은 바로 시스템 사고와 결과주의 사고이다.

어떠한 결과을 맞았을 때 "왜 실패(혹은 성공)했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은 1차적 전략 또는 결과주의 사고이다. 반면 그 이면에 깔린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바로 2차적 전략 혹은 시스템 사고이다.

가장 약한 팀은 실패를 전혀 분석하지 않는 팀이며, 이는 전략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비판한다. 아마 현재를 그럭저럭 버텨나가는 수많은 조직들이 결과주의 사고를 취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사고는 '결과의 질'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질'까지도 꼼꼼히 점검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정과 결과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사고법이다. 얼마 전 조직개발 스터디 모임에서 발제했던 '크리스 아지리스'의 이중고리 모델이 이러한 시스템 사고의 기반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아이디어(룬샷)를 묵살하면서

당신은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있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든 위대한 룬샷의 사례를 읽으며 나는 어떤 목표를 갖고 시스템 사고를 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만약 내가 룬샷의 창시자가 되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분야 대가들의 스토리를 꾸준히 습득하고 내가 키울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들어야겠다.

기업가 뿐만 아니라 시스템 사고를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어렵지만 매-우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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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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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다 읽고 난 후 표지를 다시 보니, 주인공 샘의 침착한 모습, 그리고 눈동자 한 가운데에 위치한 INNOCENT라는 단어에서 긴장과 체념, 여러 감정이 느껴진다.

 

스릴러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다.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를 최근 들어 읽지 못했다. 지식, 실천을 위한 자기계발서, 사회과학도서를 위주로 읽다 보니 소설의 매력을 잊고 있던 나에게 이노센트 와이프는 엄청난 몰입감과 긴장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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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를 죽인 살인마의 죄명을 쓰고

사형수로 복역 중인 데니스 댄슨.

그와 사랑에 빠진 서맨사.

너무나 사랑한 남녀는 감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데니스의 누명이 벗겨져 드디어 함께 있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신혼생활은 끝없는 긴장감 속에서 지속되는데,

그는 정말 결백한 걸까?

왜 불안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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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는 샘의 시선, 그리고 음울한 데니스의 고향. 작가는 이 모든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싸늘하게 만드는 기분이었고, 샘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나까지 외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스릴러 소설이기에 나도 모르게 반전을 예측하고, 또 예상한 반전에 빗나가는 스토리를 읽으며 말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겼다.

 

특히 샘의 감정묘사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데니스의 작은 태도 하나가 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굳이 글로 쓰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로 세심하게 스토리로 풀어낸 문체를 보며 감탄했다. 또한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내가 주인공이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는 것인데, 스릴러 소설을 이 상상을 하며 읽으니 더 생생하게 인물들의 감정이 느껴져서 두렵기도 했다. 같은 여성이다 보니 샘과 린지에 주로 이입하여 책을 읽었는데, 데니스에 이입해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다 읽고 난 뒤에는 몇 가지 의문점들도 들었지만, 이런 부분들을 예측하며 나만의 스토리를 완성해보는 재미가 있었던 책이다. 특히나 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 아마 엄청난 몰입감을 느껴보게 될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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