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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심리학과 뇌과학을 접목하여 우리가 왜 이야기에 끌리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한 책으로, 먼저 책의 디자인과 내가 좋아하는 청박의 조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는 말로 서평을 시작한다 :)
최근 '시나리오'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이유는 유튜브 김미경TV에서 들었던 말 때문인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하여 우리는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기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보고 그 안에서 최적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던 차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시나리오를 쓸 것인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
결국 모두 죽는다.
모두가 모른 체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잊고 살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난다. 만약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이토록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차피 지속될 삶이라면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상황들에 더 덤덤해지지 않을까? 혹은 어떤 선택을 할 때에 지금보다 덜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선택할 때 꽤 중요한 요소인 '시간'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두려움에 대한 치료법이 바로 '이야기'라고 말한다. 또한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의 형태인 5막 플롯을 설명하며, 이러한 플롯이 존재하는 이유 또한 그 안의 '인물'을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인간을 이해함으로써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과학을 이해하면 무엇보다
공통으로 주어지는 '원칙' 이면에 존재하는'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근거를 알면 힘이 생긴다.
저자는 4개의 큰 목차를 제시하며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이야기의 다양한 포맷을 설명한다.
1. 만들어진 세계
2. 결함 있는 자아
3. 극적 질문
4. 플롯과 결말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들이 즐거워할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을테고 나에게는 '내 시나리오'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으며 통틀어 우리 모두에게'왜 이 이야기가 이토록 재미있을까'를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 인간은 모두 '통제의 욕구'를 갖고 있다. 커가며 세계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에 따른 자신만의 통제 이론을 정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떠한 결함을 갖게 되며, 그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자' 끊임없이 정당화한다.
우리의 세계 모형에는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 신념이 들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데 정당한 이유를 찾는다.
부정적 감정이 드는 대상을 왜곡하여 바라보거나, 단편적 경험을 일반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결함적 자아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위기를 겪는지, 그리고 결국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고 영웅적 서사를 완성하는지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매끄러운 스토리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완성된 이야기는 어떤 독자에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다른 상상 모형을 만들어낸다.
어떤 것이 '끔찍하다'고 말하지 말고
독자가 끔찍하게 느끼도록 묘사하라.
형용사에 담긴 추상적 정보는
모형을 구축하는 뇌에는
묽은 귀리죽과 다르지 않다.
어렸을 때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궁금했다. ‘내 상상 속 볼드모트는 이런 모습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모습일까?’ (그러나 사실은 내 머릿 속의 상상 모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다른 볼드모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으니까)
촉각, 맛, 냄새, 소리를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 조합을 통해 우리는 모형을 구축한다.
"그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라는 문장보다 "그는 거친 하루를 보냈다"라는 문장에서 질감을 통해 표현을 극대화한다. 또한 "그녀는 부담을 느꼈다"라는 문장은 "그녀는 막중한 짐을 짊어졌다"라는 문장보다 단조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활용하여 우리는 이야기 속 인물에게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이는 책 속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에도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마케팅/브랜딩 측면에서 도움 될 만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는데, 그 중 하나는'페르소나 설정'에 관한 것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디자이너의 생각법 : 시프트'에서도 주요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페르소나 설정 작업을 가장 먼저 진행한다고 한다.
기업에서 페르소나 설정이란, 우리의 고객이 어떤 성향이며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과정이다. 한 마디로 타켓을 구체화하는 작업인데, 이 단계가 잘 수립되어야 기업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다.
책에서는 인물을 설정하는 방법 중 하나로 성격유형 검사인 Big5를 언급하며, 기존의 유명한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각 어느 유형의 인물이었는지 설명한다. 페르소나 설정이 어렵다면 이러한 성격유형 검사를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유대인 강제노동수용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나 미국에서 노예의 처지로 속박받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 작품은 대중으로 하여금 이야기에 강하게 도취시킨다. 그리고 도취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위로와 공감, 조언이라는 이야기의 순기능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이야기의 존재는 어쩌면 초연결, 초지능의 특징을 가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전보다도 더 중요해질지 모른다.
행복의 중요한 요소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 하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한테 왜 불행한 일이 일어났고 무엇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지에 관한 명확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삶을 통제한다고 느끼고 목표를 선택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