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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도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시골에는 잠깐씩 놀러간 기억밖에 없는 나에게 각종 풀과 꽃들은 전부 ‘이름 모를 것들’이었다. 간혹 엄마와 함께 걸을 때에는 엄마에게 여쭤봤고, 엄마는 그런 나에게 “이것도 몰라?”라며 들풀과 꽃의 이름을 하나씩 알려주곤 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우리의 아이는 이 꽃들의 이름을 나보다도 모르겠지? 도시에서 보기 힘든 꽃과 풀들을 수업시간에 배우려나? 사진만 찍어도 이름을 알려주는 앱도 나오겠지? 그런데 과연 그 앱을 사람들이 설치할까?
프리랜서 저자이자 가평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는 넝쿨, 돌마눌, 부레옥잠에서부터 시작해 처음 들어보는 유홍초, 미국자리공, 갯까치수염 등 여러 꽃과 풀의 이름을 적으며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이야기한다.
에세이를 자주 읽지 않는데, 바쁜 와중에 가끔 읽는 에세이는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따뜻한 위로를 주어 마음이 편해진다. 다양한 경험에서 느낀 점들을 글로 풀어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저자에게는 얼마나 많은 행복과 슬픔들이 있었을까. 나중에 내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게 된다면 그 책은 어떤 분위기를 풍기게 될지 궁금하다.
요즘 친구들은 스스로에게 자격을 부여해요.
남이 인정하는 자격에 도달하려고
애쓰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거죠.
프리랜서가 된 후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내 가치를 내가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내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때 남들의 가격을 비교하여 책정하기 보다 내 스스로 생각하는 돈의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작업물의 단가를 정하는 것도 나에게는 아직 서툰 부분이라 초반에는 ‘나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각종 재능기부사이트에서 저렴한 단가의 평균으로 내 단가를 책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업을 진행할 때 깊은 고민과 시간이 들어가는 만큼의 단가를 책정하지 않으면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피로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최근에는 그에 맞는 단가를 정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 가치를 스스로 믿고 일한다면 언젠가는 그에 맞는 대우를 받는 날이 올거라 여기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성장하는 방법일 것이다.
개는 냄새로 사회생활을 한다.
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풍부하고 다양한
냄새를 맡아야 안정감 있게 잘 자란다.
어떤 존재이든 성장하는 조건은 비슷하다.
다양한 경험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를테고 그렇다고 모든 경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우리의 삶은 긴 만큼 하고 싶은 경험을 충분히 해보는 삶을 살고 싶다.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만족스럽다.
만약 졸업 직후 인턴으로 활동했던 회사에서 제안했던 것처럼 정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시점에 이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이 내맘대로 돌아가지 않고 다양한 경험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만큼,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 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꽤 설렌다.
이 책을 통해 받은 위로와 힘으로 다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