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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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결정을 앞두고 집안 어르신들은 사주를 보거나 큰 무당을 찾으셨다. 이제는 결혼식이나 집안 대소사를 앞두고 '모두 다 잘 될 것이다' 자기주문에 힘을 더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운세를 검색하는 정도로 축소됐다. 특히 연말, 연초. 가장 흔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사주를 보자면. TMI로 내 사주는 치우친것도 없고 부족한 것도 없는데, 다만 극신약하고 욕한마디 없이 상대를 오체분시할 만큼의 현침살을 가진 팔자랬다. 지장간과 지지에 물이 가득한데 천간에는 해가 떠서 감정기복이 심하고 생의 전반이 스스로 우울하다고도 하더라. 거기에 본투비 오리지날 B형의 '욱' 성질머리와 해맑고 의식의 흐름대로 산다는 물고기자리의 기질이 더해졌으니 스스로 널을 뛰는 형국이다. 종합하자면​ 말 조심하고 둥글게 살고 감정조절 잘 하면서 행복한 상상을 하되 계획적인 생각도 하며 살라는 뜻이겠지.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오늘만해도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 몃개며 후회한 일이 몃개던가. 누우면 후회가 방울방울...


종교와 점성술과,사주와 MBTI 모두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거란 믿음, 인생이 당장 대박날거라 믿지는 않지만 크레센도로 좋아질거란 확신이 필요한 이 시대의 고통받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에서 출발했다. 종교는 존재하는지 안하는지 모를 무엇에서, 점성술은 우주 너머에서, 사주는 모든 인간이 가졌다는 출생 년월일시에 기반한 통계에서, MBTI는 개인의 반응 양태를 정리한 연구결과에서 개개인의 삶의 목적성을 확인하고싶어했다. 지나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가치있을거라 믿어야만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 


인간이 사냥을 떄려치고 농사를 선택한 데에는 더욱 더 풍요로운 삶을 선사해줄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믿음이 종교이고 종교는 사람이 모여야하므로 자연스럽게 집단생활이 시작되었고, 첫 세대와 그 다음세대까지는 적응하기까지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거라 예측했다. 이 고통을 이겨내고 안정적인 농경사회로 진입하기까지 '믿음'이 없이는 힘들었겠지. 

실수는 '우연히 어쩌다 한번'이고 사기는 '거짓말인 줄 알 때 성립'하는 것이지만 미신은 지속적인데다 거짓인 줄 모르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농경을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 표현한 부분을 작가의 개성과 감각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진실로 모든 이론을 교차검증하여 올바른 표현이냐 묻는다면 글쎄요 를 주겠지만.


길고긴 인류사에서 미신은 매 순간 모든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 유지되었다. 근대의 미신은 사상들이다. 특히 정치와 이어진 사상들. 현재의 고난을 더 나은 미래의 조건으로 만들어버리는 종교처럼 정치사상들은 민족주의나 전체주의의 광신, 폭력과 전쟁 같은 최악의 결과물을 낳기도 했다. 잘못인 줄 모르고 의심 한 점 없는 순수한 믿음이란 이렇게 위험하다. 농경사회처럼, 혹은 연금술이 과학의 근간이 된 것 처럼 언제나 좋은 결과물을 낳은 것은 아니나 어찌됐든 미신은 역사를 짜고 있다. 수천년 뒤의인간들이 (살아 있다면) 좋은 방향이었는지 나쁜 방향이었는지 평가할 것이다.


불안'감', 공포'감'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집단의 감정은 상상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다. 잘 직조된 이론, 완벽한 상황은 의심의 여지를 없앤다. 의심은 질주하는 맹신의 브레이크다. 글이 다양한 소재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 신선한 시각으로 시원시원하게 읽힌다고 하여 냉큼 맹신하지는 말자. 괴강살을 가진 작가가 과감하고 속도감있게 글을 썼듯, 작가가 예시로 사용한 신학, 철학, 혹은 모든 학문들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는가 확인하고 싶은 나는 INTJ 정관격이다. 

비난에 가까운 비판적 의견을 자주 제시했다고 작가가 글의 말미에 적었듯, 전반적으로 비판에 거침이 없다. 차마 입밖으로 뱉지 못한 화를 대신 내어 준 것 같은 시원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엮는 작가의 신선한 시각을 경험하는것은 좋았으나 이것이 정설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굉장히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을 했다. 의심없는 믿음이 가져왔던 위험성은 책 내내 언급했으니 생략하고 세상뿐 아니라 책 역시 그리 받아들여야한다고 첨언한다.


이 책 전체에서 박수치며 공감했던 부분은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에 대한 환상 부분이었다. 월든을 읽으며 공감이 안가길래 데이비드 소로의 일대기를 읽었더니 더 이해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지은 집에서 육체노동만으로 생활을 영위했다는 소로가 친구의 도움으로 집을 지었고 그 집에서 삼십분만 걸으면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도시였으며, (출퇴근도 그것보다는 더 걸린다는 말에 빵 터짐) 후엔 아버지의 연필공장에서 일하면서 저택에서 여생을 보낸, 하고싶은거 다 하고 산 금수저의 한량같은 삶을 꼬집는 대목에선 후련하기까지 했다. 

고전문학 버전 '나는 자연인이다' 랄까. 


* 쿠팡과 공산주의. ㅋㅋㅋ 두 단어가 나란히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해봤는데 묘하게 이해가네요. 쿠팡 IS 뭔들.


* 242p 엄지손톱 두배만한 사진에 '크고 아름다운 혐짤'이라고 써있어서 이게 뭔가 뚫어져라 보다가 책 집어던질 뻔. 오 마이 아이즈...ㅠ_ㅠ 그게 왜 거기서 나와.


* 사주는 자기 단점을 다스리려고 보는거지 희망을 가지라고 보는게 아니더라고요. 간혹 조언을 가장해서 막말하는 역술가들이 있는데 그런 진상 만나셨거든 소금 뿌리고 맛난걸 많이 드시면 됩니다. 저 올해 운 엄청좋다는데 ........ 심지어 60년만에 한번 오는 천합지합의 해라는데 별것 없이 살던대로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 최근 들어 종교처럼 번지는 주식열풍. 10년 묵힐거 아님 하지마소서. 단명의 지름길입니다. (베트남 국채 절벽 떨어지고 3년만에 원금됐더라고요) ​아니면 은행금리보단 나으니까 망할 일 없고 비싼 우량주 사서 이자보다 좀 더 받는다 생각하시던가. 하여간 주식이 종교처럼 변질되서 위험해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덧붙여 감정이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부분을 현대로 끌어와 생각해보고자 하신다면 마사 누스바움의 <정치적 감정>을 추천합니다. ​


​​

-> 종교의 특징은 금지가 아니라 반대다. 신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신의 이름으로 하면 못할 것이 없다. 그것이 순교든 테러든 대량학살이든 종교의 힘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벌어진다. 사람이 순수한 악에 닿는 순간은 자기 믿음에 가득 찬 순간뿐이다. p..202


->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은 이 사상이 유치한가 아닌가가 아니라 왜 유치하고 단순한 사상이 그토록 위력을 발휘하는가 하는 점이다. p.269


-> 결국 모든 사상과 종교는 인간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독재를 행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조차 '이밥에 고깃국'을 약속한다. 환경주의자들 조차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갈 환경을 걱정한다.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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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1~20 세트 - 전20권 - RETRO PAN
신일숙 지음 / 거북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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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등짝맞으면서 교과서 아래 숨겨보고 전과아래 넣어놓고 봤던 책을 드디어 제가 돈벌어서 삽니다. 감개무량하네요. 기왕 살거 이십년전에 샀음 더 좋았겠지만요ㅜㅜ 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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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3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완결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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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갬빗 #3권 #이윤하 #동아시아 #허블
​ Revenant Gun (망령의 무기 혹은 주군의 총)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지휘할 것인지 명확히 그려지지 않는 한 아무도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도 전쟁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전쟁론』 - Karl von Clausewitz

 

누군가의 핏값으로 유지되었던 표준역법 세상이 전복되었다. 그러면 세상은 다시 좋아졌을까. 그럴리가. 사는 사람은 그대로인것을. ​
제국은 표준역법을 유지하는 보호령과 새로운 역법을 받아들인 초기민주주의 형태 협정국으로 나뉘었다. 보호령엔 켈의 이네세르가, 협정국엔 켈 브레잔이 수장이 되어 켈은 서로가 칼을 겨눠야 하는 상태가 되었고 사라진 니라이 쿠젠은 이 틈을 노려 자신의 총, 제다오를 부활시켰다.
체리스가 제다오의 유리질조각 일부를 흡수하여 제다오의 능력을 받아들였던 1권의 끝부분이 3권과 맞물린다. 체리스가 흡수한 유리질 조각 일부에 담긴 기억을 상실한 채 불멸의 새 육체에 들어간 새로운 제다오가 탄생했다. 세계 최강의 전술능력에 불멸의 육신을 얻었으니 900년을 살아온 쿠젠으로선 완벽한 총을 얻은 셈이다. 물론 제다오가 행했던 수백만의 살육 기억을 제외한다면.
수백만을 죽이는데 조금의 동요도 없는 니라이 쿠젠. 그가 900년 전 칠두관의 권력을 가지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골목에서 굶어죽어가는 소녀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나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면서 서서히 변해갔다. 그렇게 시작을 잊은 권력자는 재앙이 되었고 자신이 창조한 총이 자신을 겨누게 만들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서비터와 이동수단으로만 여겨졌던 나방이 이지를 가지고 자유를 갈망하는 생명체로 의지를 행하는 마지막은 인간에겐 안타깝고 그들에겐 다행이었다. 인간에겐 안타까우나 동물과 식물들에겐 너무나 다행인 일들이 있듯이. ​

 

3권은 앞선 1권과 2권에 비해 서로에게 가진 애정과 증오가 잘 드러난다. 그래서 켈 브레잔이 이네세르와 함께 정치가로서 성장하고, 니라이 쿠젠의 긴생에가 변질되고, 살육의 조각을 넘겨받은 체리스와 열일곱으로 돌아간 제다오의 서사가 차곡차곡 쌓여 결말에 이르게 한다. 특히 켈 다네스와 제다오의 서사와 그 결말은 1600페이지 가득한 전투와 정치적 수 싸움을 넘어선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 결말이 아니기도 어렵겠다만)
1권과 2권에서 느낀 빈 구멍들이 3권에 와서야 비로소 채워진 느낌이다. 다시한번 적지만 시리즈물은 끝까지 읽어야....

 

슈오스 제다오와 카라크 제다오 쉬칸, 켈 체리스와 아제웬 체리스. 같지만 다른 사람,학살자의 기억을 가진 아제웬 체리스가 므웬족의 정착지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살자의 기억을 잃었으나 스스로가 번제의 여우였음을 알고 있는 카라크 제다오 쉬칸이 슈오스의 윤리교육의 기틀을 만들기까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이론이 아니라 마음이, 전략과 전술이 아니라 호의가 그 길을 터 줄 것이다. 쿠젠의 변질된 목적과 비틀어진 방향이 일으킨 결과를 생각한다면 미코데즈와 제훈, 브레잔과 이네세르와 같은 정치가들이 쿠젠의 길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 브레잔과 미우잔의 현실남매 티키타카 (으르렁)
- 2권에선 이스트라데즈가 짠내나더니 3권에선 다네스가... 엉엉엉엉 폭풍오열. (;´༎ຶД༎ຶ`)
- 브레잔은, 집에선 까치집에 늘어진 반팔티 차림으로 궁시렁대고 성질 버럭 내면서도 묻는말엔 꼬박꼬박 답하는, 저거 멀쩡하게 살긴 하나 싶은데 밖에선 할 일 잘 하고 다닌다는, 어딘가 헐랭한 내 동생 느낌이다. 그러니까 트세야, 네가 고생이 많겠다 크크크크크킄ㅋㅋㅋ
- 2권에서 짧고 굵게 각인되었던 자니인 치안판사가 다시 등장해서 반가웠고, 키루에브 살아있어서 고맙다.​
- 직전에 읽은 책이 휴고상 수상작이었고, 이 책은 휴고상 노미네이트 작품. 부서진 대지들 3부작과 살짝 비교하자면 부서진 대지들은 약간은 촉촉하고 말랑말랑하다는 생각을 한 반면 나인폭스갬빗은 정치와 전술 비중이 크다보니 설정이 더 촘촘하고 문체가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군부가 배경이라 당연한가.​
#증정도서 #SF #스페이스오페라 #구미호 #설화 #제국의기계3부작 # #트릴로지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 #bookstagram #book #reading #RevenantGun #NineFoxGambit #RevenantGun

 

 

 

🔖 과거에는 이단들도 '무고한 사람들'이었어. p.113 <켈 브레잔>

🔖 떡이 진 머리카락. 한떄는 분명 예뻤을 눈. 하지만 내가 곁에 다가같을 때, 아이의 눈은 이미 부어오른 채 감겨있었다. 우리나라는 수천 개 행성에 세력을 뻗칠 만큼 강력하다. 그런데도 분파 사관학교 바로 옆 골목에서 어린아이가 굶어 죽는 것조차 막지 못한다. p.129  <쿠젠의 기록 中>

🔖 당신도 망설여지나보군요.
누가 안 그렇겠습니까? 이러한 고민을 멈추는 그날, 우리는 패배하는 겁니다.
말은 잘 하는군요. 목숨을 잃을 사람들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되겠지만요.
이게 전쟁입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죽어나가죠.
- p.162 브레잔과 키루에브의 대화 中

​🔖 잔혹한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서 개인의 삶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행복을 주는 단순하고 사소한 일에 몰두할 시간이 확보된다면, 좀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을 방법 대신 말이죠. p.174  <미코데즈>

​🔖 과거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명예롭게 전진하는 것 뿐이다. 그 어떤 속죄로도 부족하리라는 사실을 마음에 깊이 새긴 채로. p.222 <가라크 제다오>

​🔖 폭정이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일자리를 주고,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는 했지. 이단자에겐 해당되지 않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언제나 그 대가를 치러야 했어. p.368 <아제웬 체리스>

​🔖 드디어 완벽한 장군을, 완벽한 총을 창조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총에 영혼을 주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어. p.558  <인형>

​🔖 실패한 방법론을 계쏙 적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죠. 어쩌면 호의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585  <제훈>

​🔖 교과과정을 원하신다고요? 세 단어면 충분할 겁니다. '나처럼만 하지 마라' p.593  <가라크 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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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2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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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갬빗 #2권 #이윤하 #동아시아
Raven Stratagem (큰까마귀의 전략)
<체제의 균열은 내부로부터 시작되고>
-처음부터 게임판은 세개였던 셈이죠? 제다오는 하픈과 싸웠지만 그건 진짜 전장이 아니었어요. 육두관들은 제다오가 하픈을 이용해서 자기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대중여론을 통해 전쟁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죠. 그 역시 진짜 전장은 아니었어요. 진짜 전쟁은.....p.514 ​

 

 

1권은 결박자 체리스가 제다오의 의지를 건네받아 하나가 되는걸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2권은 제다오로 행동하는 체리스가 켈의 백조매듭 함대의 지휘권을 가지게 된 후 함대 내부의 갈등, 외부의 갈등을 좀 더 깊이있게 다루면서 전쟁속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육두정부,혹은 육두관을 포함한 관료들 얻는 부와 명예 혹은 개인적영달을 위해 벌이는 소수민족의 말살, 인간의 조직 부속화, 강요된 선택-진형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며 1권보다 디테일하고 섬세한 재미를 준다. 거기에 p277~279에 이르는 제다오의 대사를 읽노라면 대의로 포장한 정치가의 선민의식이 발현되는 형태는 이러한 것이겠구나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이라 전쟁이 우아할 지경이라니. 인간이 배제된 전술과 정치는 정교하고 무자비하다.
표준역법만이 강요되는 현재 체제를 바꾸기 위해 대량학살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신념체계를 전복하려는 자와 신념체계를 지키기 위해 수백만의 학살을 막는 육두정 연합. 양쪽이 이루려는 것 모두가 전쟁으로 흘릴 타인의 핏값으로 얻어질 결과물이지만  2권 끝엔 새로운 역법이 적용된 세상으로 마무리된다. 1권에서는 함대의 절멸으로 끝이 났다면 2권은 표준역법세상의 전복으로 마무리 된 셈이다. 3권은 아마도 새로운 역법이 적용된 새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 스스로 브라에 탈라를 발동시킨 키루에브, 3권에선 꼭 살아주라
​- 미코데츠와 이스트라데즈, 그들 사랑의 결말은....ಥ_ಥ
- 아름다운 것을 수집하는 쿠젠, 나랑 쫌 닮았네 킬킬킬킬​

 

 

 

 

​🔖 여우 한마리는 사냥개 한 마리보다 영리하지. 하지만 무리 지은 사냥개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야.나는 적절하게 움직이는 관료제가 그 어떤 폭탄보다도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p.70 미코데츠
🔖 이단자들은 항상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닐세. 반란에 필요한 건 사람이야. 237 제다오
🔖 나는 자국의 시민을 학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오지 않는 사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따고 생각하네 p.330 키루에브
🔖 우리가 못박힌 이 세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안이 있다면, 부디 그 새로운 세상의 법조문을 시체로 써 내려가지 말고, 더 나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줬으면 한다. p.339 자니인
🔖 이기심으로 요약할 수 있는 문제를 비이성적인 자비 탓으로 돌리면 안되는 법이지. p.349 니라이 쿠젠
​🔖 자네들은 켈 이전에 인간일세. 선택할 권리가 있어. p.386 제다오
​🔖 그저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를, 그 가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죽고싶었습니다. 434 키루에브​
​🔖 나는 그저 옳은 행동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p.4387 브레잔​

#SF #스페이스오페라 #구미호 #설화 #제국의기계3부작 # #트릴로지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 #bookstagram #book #reading #Machineriesofempiretrilogy #NineFoxGam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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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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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ineries Of Epire Trilogy (제국의 기계)

인간적인 숫자, 숫자같은 인간의 온도차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이 작품은 Machineries Of Epire Trilogy (제국의 기계) 가 1부, Raven Stratagem (큰까마귀의 전략)가 2부, Revenant Gun (망령의 무기정도 될테지만 마지막 문장을 봐서는 주군의 총 이 될수도 있겠다) 가 3부로 총 3부작이다. 1권 복습을 마치고 2권을 거의 다 읽어가는 중에 정리겸 피드를 쓴다.

켈 체리스 복종과 자의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자. 서비터의 이지를 존중하는 자. 사지로 몰아넣은 아군에게 죄책감을 가진 자. 전투중 진형본능에 반하는 행위로 불명예를 얻어 산개하는 바늘요새의 역법부식을 막기위해 슈오스 제다오의 결박자가 된다 ​ 
 슈오스 제다오 전술천재 대반역자 대량학살자로 기록된 자. 400년간 망령상태로 속박되어있다가 역법부식을 막고자 이지가 있는 그림자상태로 켈 체리스에게 결박된 채 함께한다. 정말 대반역자이고 대량학살자였을까.  
나인폭스 갬빗 (NineFox  Gambit)
갬빗, 그러니까 '첫 수'에 방점을 찍고 읽어보자면 작품의 첫 수는 켈 체리스에게 결박된 대반역자 망령 슈오스 제다오가 되겠다. 한집을 나고 반집을 내주며 진행되는 전투가 전쟁의 승패를 어떻게 가르게 될 것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읽게된다. 1권 끝에 이르면 초반과 달리 전쟁의 의미가 달라지는데,  두번째 의미로서의 갬빗- 판세를 뒤집기위해 희생시키는 말- 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숫자와 역법 뒤에 있던 사람들의 목숨이 '희생된 말들'이란 의미에 다다르고 제다오와 체리스가 전쟁의미와 의지를 통합시키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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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을 기본 틀로 삼는 sf의 한 장르인 스페이스 오페라다. 게다가 일반 전투씬도 아니고 우주가 배경인 미래지향적 전투씬이니 웬만한 상상력을 가지곤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세계관도 현재사회를 약간 변형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뒤엎어버린 상황이니 속도감있게 읽힐리가 없지. 이 시리즈의 1권은 1년 반 전에 출간되자마자 읽었는데, 그때도 쉽게 읽히지 않았고 다시 읽어도 쉽지 않겠구나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다행히 2권과 3권이 동시에 나와 시리즈가 마무리되면서 시리즈 안내서가 같이 발간되었다. 책 옆에 무선노트를 펴놓고 다이어그램으로 관계도를 그려가며 읽었던 그때에 비해 상당히 수월하게 읽히니 얼마나 다행인가.
​슈오스 제다오는 켈 체리스에게 그림자상태로 결박되어 구미호(아홉개의 꼬리) 형태의 그림자가 된다. 이렇게 구미호설화를 기반했지만  햄버거와 스테이크, 감자튀김 대신 김치와 파, 삼계탕(2권에 나옴)이 등장하는 우주전쟁소설은 비동양권(비한국인) 국가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낯설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동양권이라니. 묘한 쾌감이..) 거기에 과학보다도 수학(역법)에 기초한 세계관이라  더 낯설겠구나.​ 다행히도 읽고보니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수학용어는 몰라도 그만이다. 역법을 숫자가 아니라 체제라고 치환하면 읽기 수월하다. 신념체제를 강화하기위해 사용하는 것이 물리법칙일 뿐.
전투의 패배도 전쟁의 전략으로 이용하는 것은 책 속이나 책 밖이나 다르지 않으니 걱정마시라. 가장 싸게 먹히고 설득력있는 패배를 위해 많은 수의 아군을 기꺼이 죽음으로 밀어넣고, 파벌싸움에 늘어난 아군의 희생을 무감하게 숫자로 치환시키고, 외부의 침략이 아닌 내부의 알력다툼에 체제가 삐걱대는것도 똑같지 않은가. 각자의 기준에서나 이단일 뿐 반대편에겐 그저 침략자라는 사실도, 적군의 목숨이 우리 아군의 목숨과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행하는 살육은 책의 안과 밖 동일하게 잔혹할테니.
단지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새로이 세계관을 재설정해야하는 수고는 해야한다. 나는 이 과정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관을 머리 한켠에 따로 구축하는 과정을 좋아하지 않으실 독자분들도 계실테니 미리 적는다. (안내서가 있더라도 머릿속에 그리는 일은 별개의 문제)
​1권 복습 마치고 2권을 읽고있는 지금에서야 적는데, 1권은 그저 인트로였을 뿐. 2권이 본격 시작이로구나. 역시 시리즈물은 뜨문뜨문 읽으면 안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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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부터 온갖 한글로 된 것들을 다 읽는데도 시(詩) 만은 십년에 다섯권도 안 읽일었다. 그것이 작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독자가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코드가 안맞아서일 수도 있고 맞는 작품을 찾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는걸 말하고 싶었다. 친절하게 해설집까지 만드신 것을 보고 애쓰신다는 마음과 함께 한켠으론 SF라는 장르기에 미리 옆으로 밀려난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쓰인다.
1판 1쇄때 보았던 오타 세 개가 모두 수정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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