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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큰 결정을 앞두고 집안 어르신들은 사주를 보거나 큰 무당을 찾으셨다. 이제는 결혼식이나 집안 대소사를 앞두고 '모두 다 잘 될 것이다' 자기주문에 힘을 더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운세를 검색하는 정도로 축소됐다. 특히 연말, 연초. 가장 흔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사주를 보자면. TMI로 내 사주는 치우친것도 없고 부족한 것도 없는데, 다만 극신약하고 욕한마디 없이 상대를 오체분시할 만큼의 현침살을 가진 팔자랬다. 지장간과 지지에 물이 가득한데 천간에는 해가 떠서 감정기복이 심하고 생의 전반이 스스로 우울하다고도 하더라. 거기에 본투비 오리지날 B형의 '욱' 성질머리와 해맑고 의식의 흐름대로 산다는 물고기자리의 기질이 더해졌으니 스스로 널을 뛰는 형국이다. 종합하자면 말 조심하고 둥글게 살고 감정조절 잘 하면서 행복한 상상을 하되 계획적인 생각도 하며 살라는 뜻이겠지.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오늘만해도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 몃개며 후회한 일이 몃개던가. 누우면 후회가 방울방울...
종교와 점성술과,사주와 MBTI 모두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거란 믿음, 인생이 당장 대박날거라 믿지는 않지만 크레센도로 좋아질거란 확신이 필요한 이 시대의 고통받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에서 출발했다. 종교는 존재하는지 안하는지 모를 무엇에서, 점성술은 우주 너머에서, 사주는 모든 인간이 가졌다는 출생 년월일시에 기반한 통계에서, MBTI는 개인의 반응 양태를 정리한 연구결과에서 개개인의 삶의 목적성을 확인하고싶어했다. 지나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가치있을거라 믿어야만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
인간이 사냥을 떄려치고 농사를 선택한 데에는 더욱 더 풍요로운 삶을 선사해줄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믿음이 종교이고 종교는 사람이 모여야하므로 자연스럽게 집단생활이 시작되었고, 첫 세대와 그 다음세대까지는 적응하기까지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거라 예측했다. 이 고통을 이겨내고 안정적인 농경사회로 진입하기까지 '믿음'이 없이는 힘들었겠지.
실수는 '우연히 어쩌다 한번'이고 사기는 '거짓말인 줄 알 때 성립'하는 것이지만 미신은 지속적인데다 거짓인 줄 모르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농경을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 표현한 부분을 작가의 개성과 감각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진실로 모든 이론을 교차검증하여 올바른 표현이냐 묻는다면 글쎄요 를 주겠지만.
길고긴 인류사에서 미신은 매 순간 모든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 유지되었다. 근대의 미신은 사상들이다. 특히 정치와 이어진 사상들. 현재의 고난을 더 나은 미래의 조건으로 만들어버리는 종교처럼 정치사상들은 민족주의나 전체주의의 광신, 폭력과 전쟁 같은 최악의 결과물을 낳기도 했다. 잘못인 줄 모르고 의심 한 점 없는 순수한 믿음이란 이렇게 위험하다. 농경사회처럼, 혹은 연금술이 과학의 근간이 된 것 처럼 언제나 좋은 결과물을 낳은 것은 아니나 어찌됐든 미신은 역사를 짜고 있다. 수천년 뒤의인간들이 (살아 있다면) 좋은 방향이었는지 나쁜 방향이었는지 평가할 것이다.
불안'감', 공포'감'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집단의 감정은 상상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다. 잘 직조된 이론, 완벽한 상황은 의심의 여지를 없앤다. 의심은 질주하는 맹신의 브레이크다. 글이 다양한 소재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 신선한 시각으로 시원시원하게 읽힌다고 하여 냉큼 맹신하지는 말자. 괴강살을 가진 작가가 과감하고 속도감있게 글을 썼듯, 작가가 예시로 사용한 신학, 철학, 혹은 모든 학문들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는가 확인하고 싶은 나는 INTJ 정관격이다.
비난에 가까운 비판적 의견을 자주 제시했다고 작가가 글의 말미에 적었듯, 전반적으로 비판에 거침이 없다. 차마 입밖으로 뱉지 못한 화를 대신 내어 준 것 같은 시원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엮는 작가의 신선한 시각을 경험하는것은 좋았으나 이것이 정설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굉장히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을 했다. 의심없는 믿음이 가져왔던 위험성은 책 내내 언급했으니 생략하고 세상뿐 아니라 책 역시 그리 받아들여야한다고 첨언한다.
이 책 전체에서 박수치며 공감했던 부분은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에 대한 환상 부분이었다. 월든을 읽으며 공감이 안가길래 데이비드 소로의 일대기를 읽었더니 더 이해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지은 집에서 육체노동만으로 생활을 영위했다는 소로가 친구의 도움으로 집을 지었고 그 집에서 삼십분만 걸으면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도시였으며, (출퇴근도 그것보다는 더 걸린다는 말에 빵 터짐) 후엔 아버지의 연필공장에서 일하면서 저택에서 여생을 보낸, 하고싶은거 다 하고 산 금수저의 한량같은 삶을 꼬집는 대목에선 후련하기까지 했다.
고전문학 버전 '나는 자연인이다' 랄까.
* 쿠팡과 공산주의. ㅋㅋㅋ 두 단어가 나란히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해봤는데 묘하게 이해가네요. 쿠팡 IS 뭔들.
* 242p 엄지손톱 두배만한 사진에 '크고 아름다운 혐짤'이라고 써있어서 이게 뭔가 뚫어져라 보다가 책 집어던질 뻔. 오 마이 아이즈...ㅠ_ㅠ 그게 왜 거기서 나와.
* 사주는 자기 단점을 다스리려고 보는거지 희망을 가지라고 보는게 아니더라고요. 간혹 조언을 가장해서 막말하는 역술가들이 있는데 그런 진상 만나셨거든 소금 뿌리고 맛난걸 많이 드시면 됩니다. 저 올해 운 엄청좋다는데 ........ 심지어 60년만에 한번 오는 천합지합의 해라는데 별것 없이 살던대로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 최근 들어 종교처럼 번지는 주식열풍. 10년 묵힐거 아님 하지마소서. 단명의 지름길입니다. (베트남 국채 절벽 떨어지고 3년만에 원금됐더라고요) 아니면 은행금리보단 나으니까 망할 일 없고 비싼 우량주 사서 이자보다 좀 더 받는다 생각하시던가. 하여간 주식이 종교처럼 변질되서 위험해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덧붙여 감정이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부분을 현대로 끌어와 생각해보고자 하신다면 마사 누스바움의 <정치적 감정>을 추천합니다.
-> 종교의 특징은 금지가 아니라 반대다. 신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신의 이름으로 하면 못할 것이 없다. 그것이 순교든 테러든 대량학살이든 종교의 힘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벌어진다. 사람이 순수한 악에 닿는 순간은 자기 믿음에 가득 찬 순간뿐이다. p..202
->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은 이 사상이 유치한가 아닌가가 아니라 왜 유치하고 단순한 사상이 그토록 위력을 발휘하는가 하는 점이다. p.269
-> 결국 모든 사상과 종교는 인간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독재를 행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조차 '이밥에 고깃국'을 약속한다. 환경주의자들 조차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갈 환경을 걱정한다.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