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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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상징, 미국 경찰보고서.
지구 반대편에서 미국의 공권력의 상징, 미국 경찰의 구조와 현재를 읽는다는게 얼마나 낯선일인가하면 미드 와이어를 보면서 한국경찰을 떠올리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
미국은 이주민의 나라, 여러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 각 주마다 다른 법을 가진 자치와 연방의 나라, 불문법과 의회의 나라 미국. 우리나라는 긴 시간 단일민족에 가깝고, 인종도 단일인종에, 한나라에 하나의 법이 통용되며, 자치보다는 중앙집권적 성격이 우세하며 성문법을 따르는 작은 땅덩이의 반도국가다. 이렇게 닮은구석 없는 두 나라의 경찰에 대한 이해 역시 정 반대지점에 있다.
몃년전까지 미드 수사물에 열광했다.범죄형태가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시리즈물은 정말 즐거운데 수사공조 엉킬땐 내 속이 다 뒤집어질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답답함이 나의 무지에서 시작되었음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우리나라 경찰로 대입해 보니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 시스템이란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형태에 근거하여 만들어야한다는 것도.
자치경찰의 형태를 우리나라 경찰시스템에 대입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치제도의 확립인데, 인구밀집이 서울경기, 혹은 몃개의 광역시에 집중(몰빵!)되어있는 지금의 인구분포를 보자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재원 없는 제도의 실효성은 말 안해도 이미. 미국은 땅덩이가 넓고 면적당 인구수가 적다보니 자치경찰 제도가 당연히 필요할텐데, 우리나라는 그만큼 면적이 넓은 것도 아니고, 옆동네 차타고 넘어가면 금방인 곳이니 자치의 개념이 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미국과 달리 '우리가 남이가'와 더불어 '좋은게 좋은거지' 가 만연한 작은 단위지역에서 공권력에 법의눈길이 닿을까. 글쎄. 굉장히 비현실적인데.) 하지만 경찰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조설립은 충분히 다른 형태로도 있어야한다 생각이 들고
수많은 다른 문화적 차이점 중에서 '총기소지'에 관한 이야기에 경각심을 가지며 읽게 되는데, 유럽인의 이주로 시작된 국가이다보니 미국 원주민들과의 전쟁(참.. 순화했다)에 대항하기 위해 총기소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이해하려 해도 총기소지가 불법인 나라 사람인지라 겁나고 무섭기만하다. 특히 자기방어용으로 총을 가지고 다니다 경찰과 마주쳤을때 오해한 경찰에게 총을 맞아 죽을수도 있다는 문장에선 총이 스스로를 지키려고 존재하는 물건인지 의심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수렵용 총 같은 경우 허가제로 소유 가능하고, 수렵 역시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곳에서만 한정적으로 이루어지는걸로 알고 있다. 자연에서 마주칠 수 있는 큰 짐승들에게서 자신을 지킬 용도로 총이 필요하다면 그정도로도 안되는걸까. 마약과 갱단 때문인가.
보고서에 가까울만큼 의견보다는 사실관계에 주목한 제도 이야기라 보고서에 가깝고, 애매한 구석 없이 깔끔한 의견게재가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 '나는 경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경찰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 고 했듯 자신의 의견이 어느 방향에서 서술되는지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 문장을 책을 읽는 내내 잊지 않고 읽는다면 대한민국 경찰제도의 보완방법과 함께 치안인력 부족 지역에 대한 대안들을 생각해 볼 만 하다. 우리나라의 경찰제도에 변화를 도모하자면 너무 큰 문화적 배경차이를 가진 미국 보다는 절충할 수 있는 곳의 제도를 좀 더 찾아보고싶은 마음이 들어 남미, 혹은 유럽의 치안형태를 검색해 보았지만 미국경찰에 대한 정보 만큼 자세히 나온 것이 없어 비교해 생각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EU의 경찰제도 형태를 비교해 볼 수 있었으면... (아시아에선 경찰제도를 비교해 볼 만한 나라가 .... 음..)
꼬릿말1) 총기소지 방법 완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오픈캐리와 컨실드캐리에 대한 과거와 현재 생각!! 우와! 이런거 너무 재밌다! (우리나라가 총기소지불허니까 재밌겠지)
꼬릿말2) 우리나라 소방관의 PTSD의 위험이 언급된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처럼 경찰관의 업무상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할 것이라 생각되어서 미국의 경찰은 업무상 재해인정과 재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궁금했다. 우리나라의 제도와 비교해보며 제도적 개혁보다 기존 경찰관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실례들이 더 많이 실렸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실려있긴 한데 적어서)
꼬릿말3) 작년 5월에 벌어진 조지플로이드 사건때 문제가 된 경찰서 자체를 없애버렸다는 부분을 읽으며 2014년 해체된 해경이 문득 생각나고......
#미국 #경찰 #제도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bookstagram #book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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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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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장르를 뭐라해야할까. 강연집? 서평집? 서문모음(이건 어디에 넣나)? 그냥 어슐러 르 귄 쯤 하자.

침묵의 사춘기를 보냈다. 극렬한 사춘기를 보낸 혈육들을 생각하면 효녀였다고 자신한다. 물론 그 때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효녀냐 하면 시키는대로 입시필독서는 모조리 줄거리를 외운 후 수업시간엔 조용했다(잤다) 반항의 씨앗도 같이 잠자는 줄 모르고. 자유가 주어졌고 시간이 남아돌던 대학교 1학년때 조소작업실 용접기 위에 올려있던 선배 책을 주섬주섬 읽은게 어스시 연대기다.(아마 2권- 가물가물한것이 재독할때가 되었나보다) 이 세계 문명인의 피부색이 저 세계에선 야만인의 피부색이 되는 전복의 세계.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펼쳐진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자체를 재창조한 책 한권 덕분에 반항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세계의 당연한 것에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평범,주류,보통'과 멀어졌다. 나는 내 질문들이 유난한 것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 물을만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답을 얻지 못할지언정 질문마저 막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부정받을 때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가 자책하고 혼자 위로하고 스스로 단단해져야 했다. 돌아보니 SF가 '문학'으로 인정받는 여정과 닮았다.
비평가와 교수와 문단의 무시와 묵살에 살아남으려는 무한한 부딪힘의 연속, 출판사와 독자에게 존중받고자 하는 작가의 바램, 그러면서도 치밀한 세계관과 설득력있는 서사로 독자에게 작품을 넘어 장르의 신뢰를 주고자 노력한 작가들을 생각한다.(물론 타협한 작가도 있었겠지) 안전한 세계 틈새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생태계 교란종 취급 받으며 뿌리내리고 사는 미지의 유입종 취급에도 불구하고.
90년동안 (최소 그가 작가생활을 한 60년동안) 문단의 안과 겉, 작품의 속과 밖, 작가와 독자로서 저 과정들을 지켜보고 고민했을 어슐러 르 귄의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이 그래서 반갑다.
책의 서문에는 분명 '이 책은 나이가 많아지고 에너지 총량이 줄어서' 강연(1부) 와 에세이 (2부), 그리고 1000자 전후의 서평(3부)과 같은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했건만, 군더더기라곤 찾아보기 힘든 간결한 문장과 글에 대한 우아한 애정표현, 거기에 더해진 주저없는 비판은 줄어든 에너지의 총량을 체감할 수 없다. 총량이 아닌 부피가 줄었을 뿐, 에너지의 밀도는 증가했다. 짧은 글 하나를 읽고 머릿속으로 얼마나 많은 혼잣말을 했는지, 얼마나 자주 내적 박수를 쳤는지,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 문장은 얼마나 많았던지. 그의 능력과 통찰력에 기반한 에두름없는 비판은 묘한 쾌감을 일으킨다. 종종 독후감에 가까운 서평을 쓰며 얼마나 말을 고르고 골라 '귀족적화법'으로 써야했는지 그 갑갑함을 한번이라도 겪어봤다면 읽는 내내 속으로 웃지 않을수 없다. (살만루슈디의 책 중 2년 8개월 28일의 서평을 아주 감명깊게(!) 공감하며 읽었다.- 예 선생님,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연설 <자유>는 어떤가. 미국 문학과 출판계를 향한 쓴소리를 (미국 문학에 공헌을 인정하는 상) 내셔널 북 파운데이션 메달 수락 연설로 외친 담력이란. 그러니 '형편없는 책에 대한 죽여주는 혹평을 읽으면 죄책감없이 즐겁다'-(P.12)는 문장을 이 책의 대표문장으로 꼽을 수 밖에.


<내셔널 북 파운데이션 메달 수락연설 中>​

『 책은 그냥 상품이 아닙니다. 이익 추구는 종종 예술의 지향과 갈등을 빚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속에 살고 자본주의의 힘은 벗어날 수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치면 왕들의 절대권력도 그랬지요. 인간이 만들어낸 권력이라면 인간이 저항하고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저항과 변화는 예술에서 시작될 떄가 많고, 그 중에서도 우리의 예술 말의 예술일 때가 많아요.
저는 길고 좋은 작가생활을 보냈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했습니다 이제 그 끝에 다다라서 미국 문학이 싸구려로 팔려나가는 꼴을 보고싶진 않군요. 글쓰기와 출판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정당한 몫을 원하고 또 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얻어야 할 보상의 이름은 이익이 아니에요. 자유입니다.』- p.201 
죽여주는 혹평 혹은 미사여구를 삭제한 비판을 어떻게 담았을까. 치열한 현실성 없는 작품은 작가의 소망충족일 뿐(P.368/ 피플오브더북) 이라 일갈한다. 합리적이고 기본적인 설정을 무시한 SF작품의 한계성(P.418 / 만조의 바다 위에서)을 토로하고, 독자에겐 모든 문학이 그렇듯 SF도(당연히 문학이니까) 나태한 마음으로 읽히지 않는다(P.433/ 엠버시타운) 고 첨언한다. 중류층 작가가 중류층 독자를 위해 글을 써온 최근 수세기의 글(P.474/ 바닥에서 일어서서)을 조망하는 작가의 통찰과 함께 '전통에 맞게 출판사나 비평가들의 구멍에 밀어넣을 수 없는 소설을 경계선,페미니스트,지역적이라며 폄하의 라벨을 붙여 소위 전문가들이 작품을 무시하고 모욕할 수 있는' (P.486 / 도싯이야기) 출판계의 가면을 떼어낸다. 순문학과 sf를 갈라놓는 문단과 작가들의 편협함에도 예외없다(432). 천 자 남짓한 서평 몃개만 보아도 이 책의 밀도는, 글의 정확성은 보통의 에세이로 치부하기 어렵다. 어슐러 르 귄의 강연 중 '장르' 이야기를 보자. 분류하고 정의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장르가 서평가와 출판사와 서점과 도서관 카테고리분류를 위해 오용된 점을 짚고, 문학계의 상업소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과정과, 인터넷-e북-에서 답을 찾는 장르문학들에 가능성을 짚는 글이 단 다섯장이다. 탁월함은 간결함에 있다(p.439)는 그의 의견을 자신의 글로 증명한 셈이다.
작가가 쓴 서평과 서문은 독자에게 책을 읽을 때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작가에겐 글을 쓸 때 유의해야할 점들도 환기해주는 것 까진 좋았으나 읽어보고싶은 작품, 들여다봐야할 것 같은 작가가 장바구니를 늘린 점은 정말 치명적이다. 좋아하는 작품이어야 쓸 수 있는 서문에 무려 세편이나 등장하는 H,G 웰스와 서문과 서평에 다 들어있는 주제 사라마구를 눈여겨본다. 그 뿐이면 참 다행이련만.....
덧1) 이전의 에세이집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가 인간 어슐러 르 귄의 이야기가 주였다면, 이번 책은 작가와 독자로서의 어슐러 르 귄 이야기라서 완벽하게 내 취향. 독설과 유머와 성찰이 넘실넘실.
덧2) 라임과 오렌지의 상큼한 배색은 겉표지 뿐 아니라 쪽수표기, 작품의 영문표기, 조각글 제목의 설명부분에 등장하는데, 내지의 라임색과 배색을 맞추기 위해 오렌지색 플래그를 붙였다. 쓸모없는데 유난한 정성을 들인만큼 예뻐서 뿌듯하다.
덧3) 본문 글자체 무엇인가요. 예뻐요 정말. 가독성 최고. 마음 편안.

그녀는 모두 그 로 통일. 
자신의 추상적 사고 능력이 스패니얼견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p.54) 라는 망언을 남기셨으니. 통재라....
내가 이 곳에 쓰는 글을 서평이라 할 수 있나. 낯이 뜨겁긴하다만 나는 작가가 아니라 독후감 창작자니까 괜찮다고 해야겠다. #뻔뻔


#서평 #서문 #강연 #UrsulaLeGuin ##문학 #세계문학 #세계문학전집 #고전 #고전문학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 #bookstagram #book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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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리커버 에디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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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18년의 리커버를 아직도 잊지못해 찾아헤멘다. 정말 역대급 리커버였는데 어째서 그때 못샀는지 모르겠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 리커버 양장버전 한번만 더 만들어주소서 (질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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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유산 - 역사와 과학을 꿰는 교차 상상력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기획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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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x유산 #고려대학교공과대학기획 #동아시아 #지원도서 ​

 

* 유물에서 기술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을, 과거에서 현재를, 현재에서 미래를.

추상적으로 말 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 특히 과학과 역사의 콜라보를 구체적 예시를 들어 열가지 주제로 공들여 만든 책이다.
동궐도와 드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고려청자의 비색과 디스플레이로 색깔의 복원기술을, 조선백자의 무늬와 반도체의 리소그래피로 보는 무늬이야기, 조선의 사인검과 기가스틸 로 보는 한국의 제련기술과 사람을 살리는 기술에 대해, 보성관과 보성사 그리고 21세기 기록- 아카이브 로 보는 정보의 가치, 조선의 대동여지도와 자율주행 자동차로 보는 지도이야기, 또 다른 한양의 지도 수선전도와 스마트시티로 보는 계획도시, 직접 달리는 마패와 달리는 통신 5G로 소통과 시간의 가치를, 혼천시계와 양자통신으로 가치의 융합을, 무덤 옆에서 발견된 태항아리와 냉동인간 유전자가위같은 바이오기술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총 열개의 단원으로 이루어졌다.
이 열개의 이야기는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강연의 열가지 주제와 같다, 강연의 부제가 '우리 유산에 새겨진 첨단 미래를 읽다' 였던것처럼 각 장은 우리나라의 유산과 현대의 기술을 하나씩 혹은 한 묶음씩 매칭해 과학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야하는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열개의 주제 중 기억에 남는 단원 몃가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첫번째는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에 의해 맥이 끊긴 한국의 제련기술과 사람을 살리는 검, 사인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의 검 (도 말고 검) 은 박물관에서 볼 때 마다 한참을 넋놓고 본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공격성이 느껴지는 刀와 달리  劍은 단단한 방어의지가 먼저 느껴진다. 특히 사인검의 이야기, 인년인월인일인시에 만든 검에 적힌 검결(사진2)은 정말 감동이었다. 제련기술이 복원되어 조선의 사인검 말고도 삼국시대, 특히 고구려의 검들도 복원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지키는 검, 사인검이 현대의 내진철근으로 또다시 사람들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해 하기도 했다.

두번째는 마지막 단원 태항아리와 바이오기술이었다.

탯줄을 담는 태항아리가 무덤 옆에서 발견된 이야기가 연대와 고대 두 학교의 위치-(연세대는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이씨의 무덤 수경원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연대와, 정조의 후궁 원빈 홍씨의 무덤이 있던 인명원 자리에 고대 이공대 캠퍼스가 자리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탯줄을 담는 태항아리가 무덤 옆에서 발견되는 일이 있었는데 아마도 전쟁으로 인해 기록이 유실되어 실수로(!) 그리 된 것 같다는 추정까지, 흥미로운 주제가 하나로 물흐르듯 연결되어 홀린듯 읽었다. 삶과 죽음이란 주제와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 이야기라니. 실제 강연으로 들었으면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아쉽기만하다. (다시 대학 가야하나?)

물론 이후에 이어지는 유전자가위와 냉동인간, 바이오기술이 인간윤리 안에서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야할지 남긴 숙제는 삶과 죽음의 고민만큼이나 무겁고 복잡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이야기들이 과거와 현재가 이만큼 잘 이어져 온 것 처럼 현재와 미래도 여전히 인간에 이롭게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준 것 같아 깔끔한 기분으로 책장을 닫을 수 있었다.
과거에서 미래를 본다는 추상적인 말을 구체적 예시를 들어 아주 부드럽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머리 식히려고 들었던 주말에 적절했다. 과학분야와 역사 사료가 공신력있으면서 어렵지 않게 담겨있어서 몰랐던 점들을 새로 알게 되어 기쁘고 새로운 시각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코로나가 끝나면 고대 안에 있는 애기능 터와 고대 박물관에 가봐야지.
< 소소한 생각들 >
1. 혼천시계에서 하늘을 읽는 역법은 '누가 다루고 관장할 것인가 하는 통치의 문제'가 된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나인폭스갬빗!!! 하고 속으로 외쳤고

2. 양자컴퓨터의 중첩성과 얽힘성의 설명을 읽을 땐 '정말 온 힘을 다해 쉽게 설명해주시려고 애쓰셨다'는 마음을 전달받았지만 이해는 못했다.(전적으로 내 탓이다)

3. 21P, 왕세자 출궁도를 보면서 도대체 이 사진에 왕세자 어딨느냐며 윌리를 찾아라 찾듯 삽화에서 왕세자 찾던 나 자신이 순간 어이없기도 했다. (근데 누가 왕세자인지 아시는분?)

4. 5G 읽는데 공유기 먹통이라 와이파이 안되던 어이없는 순간도 있었고, (그래서 책읽다말고 컴 전선을 뒤엎으며 와이파이 공유기를 통쨰로 바꿔버림)

5. 대동여지도의 직선이 물류와 교통과 사람을 잇는 관계망이고 링크와 노드를 도입한 첫 교통망 모델이었다는 사실에 김정호는 현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공감각 천재였는데 아직 환생을 못하고 있는거라 여겨졌다.

6. 하지만 디지털 아카이브 단원에선 @@위키로 대표되는 인터넷 아카이브를 생각하며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첨단유산 #주말 #일요일 #과학 #역사 #과거 #현대 #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 #bookstagram #book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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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 1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비타민 외 지음 / 푸른약국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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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번째 책을 여섯 작가님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내가 고른 문장들>
​#비타민 #수저
​이층집의 단정한 기억은 수저가 닳고 헤지도록 평생 파내면서 추억하기위해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머리가 굵어지곤 수저를 철근삼아 저만의 이층집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완성을 못해도 괜찮습니다.
『부부란 원래 그렇게 서로가 불쌍하고 마음이 아픈 사이인 걸까? 그런거면 왜 결혼을 할까? 부부가 되는 건 너무 슬픈 일인데.』 p.13
#코로나블루 #조영주
​마스크가 위험의 침임을 막아주기도 했지만 불안을 내다버릴 구멍마저 막아버렸지요. 이제 곧 끝나갑니다. 조금만 더 버텨요 우리.
『말은 그러면서도 경찰은 수갑보다 마스크를 먼저 씌웠다.』 p.52
#사물과사람들 #해사
​제 손에 들린 책은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해봤습니다.
'너의 집착에 진저리가 쳐질 것 같아.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 라고 한다면 뭐라해야하나요.
가장 제 취향이었던 작품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영원히 정지하고자 했던 과거를 영원히 멈취지 않는 사물로 가리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한때 죽음을 원했던 그가 이제 생명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까 혹은 지나친 아이러니일까. 그의 삶에서 신과 보험은 각각 어떤 영역을 차지하고 있을까.』 -.p.57
#공생 #유혼
저도 유미처럼 뭔가를 모읍니다. 책 말고 원석이요. 히말라야 백수정, 녹침,은침,금침,흑침수정, 카이아나이트, 잉카로즈와 플래티넘 루틸라이트 외 많은 원석을 모았습니다.
이해한다 유미.
『그런데 언제까지? 대체 언제까지 참고 목 안으로 삼키고 버텨야 하나? 그만해야겟다는 결정을 내리려면 어느정도까지 화가 나야 하나? 행복은 크기의 무제가 아니라 빈도의 문제라는 말은 성진의 모토였다. 하지만 불행도 마찬가지였다.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빈도의 문제였다. 엄청난 진상 한명보다 자잘한 진상 열 명이 사람을 더 질리게 만들었다.』p.104
#모로누우면 #박이서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원하는 것'을 배우고있는가 매 순간 고민했어요.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대부분 그렇게 자랐을텐데,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 사실을 잊어요. 손녀딸이 책 읽는걸 무엇보다 싫어했던 할머니 덕분에 모든 손자손녀 중 가장 많이 읽는 손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선생님이 되길 원했던 엄마 덕분에 가장 싫은 직업이 선생님이란 걸 엄마와 할머니는 모르십니다. 인생은 타인에게 간절히 바라는 건 절대로 주지 않더라고요.
『" 민서는 경란이만큼 똑똑해요 더 똑똑해져서 혹시 잘못되면 어떡합니까. 남들하고 다르게 살다가 경란이처럼... "
   " 다르게 키운다고 꼭 다른사람이 되지도 않고요. " 』p.124
#만두대첩 #정차차
​만두 좋아하시나요? 저는 글쎄요. 재료 하나하나는 좋은데 그걸 섞어놓으면 별로더라고요. 특히 김치만두 싫어합니다. 맛있는 만두를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아마 제 속에 만두 한덩이가 들어앉아서 더 이상의 만두는 사양하는 걸 지도 모르죠.
『 규격 외. 자신이 말해놓고도 잘 어울려서 웃기고 슬펐다. 그렇지. 어디 하나 문제될 곳 없지만 어느 한구석 온전한 건 아니지. 그래서 인생을 알차고 보람있게 사는 것보다 허술하고 엉성하게 사는 걸 더 잘하지.』p.170
#미안해 #엽기부족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잔혹하고 끔찍한 고통은 부모가 자식에게 가하는 학대이다' 라는 첫 문장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입양아를 학대하고 살해한 입양부모의 사건을 보면서 이 문장의 무게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 있다면 아마 이것일거에요.​
『" 밥 줘."​
   " 아까 먹었잖아. 밥 먹은 기억을 자꾸 잊어버리는거야 . 엄마 이렇게 먹다간 위장 버려요." 』p.185
#스트라디바리우스의행방불명 #8비트
​사라졌다가 어느날 갑자기 돌아온 스트라디바리우스 '트랭키'의 뒷 이야기. 어떤 액션영화보다도 흥미진진했어요. 인간의 욕망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른 살마에게 실수를 한다. 그러나 넘어사는 안 될 선이 분명히 있따. 전폭적인 애정과 지원을 베풀어준 사람이라면 더더욱, 받은 만큼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거나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말은 일종의 강박이나 허상이 아닐까.』 p.212
​덧) 작가님, 표선생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왠지 아시죠??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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