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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선택한 의사 : 더 피지션 1
노아 고든 지음, 김소영 옮김 / 해나무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신은 왜 그에게 생명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주었을까.
주인공 롭 J. 콜은 중세 영국에서 태어나 기독교인으로 나고 자랐지만 부모사망 후 형제들과 헤어져 이발 외과의사 바버의 조수로 유럽을 떠도는 삶을 살았다. 유랑의 시간동안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이발 외과의가 아닌 진정으로 하고싶은 일을 찾은 후 꿈을 이루기위해 2년에 걸쳐 페르시아까지 이동한다. 페르시아까지 가는 여정동안 유대인인 척 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언어와 종교를 배워 페르시아에 도착했을때 롭 J.콜은 이새 벤 벤자민이 되어있었다.
롭의 여정은 핍박받던 유대인의 삶을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페르시아에 도착해서는 이슬람 문화와 정치를 살짝이나마 엿보게한다. 종교들이 의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소설 안에 잘 녹여져있다.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책이 아닌가 생각 할수 있지만, 여행자로서의 모험과 위험, 롭 개인의 내면과 심리적변화상태, 어린 롭이 성인이 될때까지 질풍노도의 시기(?) 와 로맨스도 그의 성장에 맞게 쓰여졌다.
이 작품이 2권짜리에 판형도 크고 권당 500페이지가 넘어서 지루하다거나 같은 사건의 반복이 된다거나 하며 독자가 지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우려가 있었는데, 전개가 막힘이 없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정치적,문화적,종교적 서사가 고증이 잘 되어있어 걸리는 부분 없이 잘 읽힌다. 원제의 문장력과 별개로 쓸데없는 수사를 붙이지 않은 깔끔한 번역도 가독성을 높이는데 큰 힘을 보탰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할만한 소설책이다.
바로 지난주에 읽었던 인종주의의 책 내용에서 본 <첫번째 증오대상이 된 인종> 인 유대인에 대한 서사들이 많이 와닿았다.
그 시대의 각 종교들이 가지던 특성과 제3자로서 바라보게되는 각각의 종교들의 모습들도 무심하지만 가볍지 않게 담겨있다. 유럽 내의 크고작은 국가/종교/인종 간의 미묘한 갈등상황도 특별한 설명 없이 등장인물의 대화와 행동에 담겨있어서 작가연혁을 다시한번 보게 되었다. 역시나....그렇군.
좀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 독자들에게 이렇게 잘 쓰여진 소설이 읽히게 된것이 반갑다.
이 책은 더 피지션(ThePhysician ), 샤먼 (Shaman), 선택 (Matters of Choice) 의 3부작의 첫 파트인데 나머지 두 작품도 곧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권 표지의 지팡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이다.
2권 표지의 사자는 고대 페르시아에서 왕의 상징이다.
*스포없이 서평을 쓰려니 진짜 어려운것...
*1권과 2권을 따로 서평하려니 더 어려운것....2권에는 1+2권의 개인적 느낌을 담아야겠다.
*하여간 이 책은 어디하나 걸리는것 없이 모든 재미를 담았다.
P.135
-만약에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눈이 없고 너만 눈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남들이 못보는 것을 보겠죠.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귀가 없는데 너만 귀가 있다면? 보통 사람들에게 없는 감각을 너만 지니고 있다면? 너만.... 특별한 재능을 부여받았다면 말이다.
어디까지나 만약인데, 네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아맞힐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재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죄가 될 거다."
푸멈 벤디디 (Fumum Vendidi).
p.269
-당신의 왜 굳이 의사가 되려고 하죠? 더 힘들게 일해야 하고 돈을 많이 번다는 보장도 없는데.
-망가진 손가락을 잘라내고 깨끗한 마디만 남기는 법도 알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치료를 받고 돈을 내지요. 하지만 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전혀 몰라요. 난 무식하다구요. 좀 더 배우면 몃 명이라도 더 도울 수 있을 것 아니겠어요?
-앞으로 거듭 태어나 계속 의학만 공부한다고 해도 어떻게 치료해야할지 전혀 알 수 없는 환자들을 만나게 될거에요. 당신이 말하는 그 좌절은 치료의 길을 택한 사람들이 하게 되는 고민의 일부이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