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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사랑 ㅣ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평점 :
- 4월의 어느날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 남편은 나와 헤어지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식탁을 치우면서 내게 그 사실을 통보했다
시작부터 일상이 부서진다 15년의 결혼생활은 '공허함'을 내세운 남편은 모든 일상의 노력에서 발을 뺀 채 내연녀와 잠적했고, -도장안찍었으니까 내연녀지- 올가는 배신감과 절망감에 정신이 무너지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게 된다. 아이들 역시 불안한 상황에 표류하지만 고통은 오로지 올가의 몫이다.
고통-절망- 분노-체념-인정을 거쳐가며 무너진 자신을 다시 세워가는 올가의 내면묘사는 책의 80프로를 차지하는데, 피가 뚝뚝 흐르는 날것의 잔인함과 피흘리는 짐승의 처절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남편놈만큼 잔인하진 않아...)
- 결국 이웃집 여자는 모든것을 잃었다. 이름마저 잃어버렸다. 그녀는 불쌍한 여자가 되었다 (p.20)
올가의 기억속엔 불쌍한 여자가 산다. 바람난 남편이 떠나버리고 남은 이웃집 여자는 이름없이 '불쌍한여자'가 되었고 올가는 남편이 떠난 순간 '불쌍한여자'를 떠올리며 동일시한다
- 사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특히 벌써부터 피에몬테 지방 억양을 쓰는 잔니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p.121)
남편의 흔적인 아이들, 특히 피에몬테지방을 좋아했던 남편의 흔적이 더 보이는 잔니를 상처주고 싶어한다. 이것은 남편의 모든것을 지우고싶지만 모든것을 지워낼 수 없어 번뇌하는 여자의 묘사다. 찬양해 마지않는 그 '모성'보다 상처받은 사람의 고통이 먼저라 자식에 대한 증오까지도 날것으로 드러낸다
- 욕망은 선택적이다. 욕망의 대상이 아닌것은 무참히 잘려나간디. 남편의 욕망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것이었고, 현재 나의 욕망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p.191)
버림받은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며 괴로워하고, 내연녀에서 찾으며 분노했지만 결국 남편이 원인임을 깨닫는다
- 죽음의 손길이 스쳐 지나간 몸은 얼마나 무거운가. 삶은 가벼운것이다. 아무도 그런 삶을 무겁게 만들 수 없다. (p.288)
올가는 원치않지만 남편이 원해서 키우게 된 개 오토. 그 오토가 죽고 사체를 치우며 남겨진자의 무게를 느낀다. 떠난 남편은 가볍게 갔지만 남은 올가의 삶은 그저 무겁다
- 부부관계는 너무나도 복잡한 것이다. 이런저런 재료를 마구섞어 거품이 부글부글 이는 혼합물 같다. 완전히 갈라서고 난 다음에도 부부는 은밀히 서로의 삶에 계속 영향을 준다. 그러니 부부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영원한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 (p.322)
남편의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남편과 자신을 분리하려고 노력한다. 이 부분은 뭐라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울 것 같다. 평생의 상흔으로 남겨둬야한다니.
- 아이들에게 다른 개를 선물해 주고 싶어 (p.361)
야 이자식아 너랑 내연녀가 키우라고. (멱살)
첫 문장을 읽자마자 머릿속으로 '아니 이자식이??' 가 바로 떠올랐는데, 올가의 처절한 내면묘사에 잠시 잊고있었다가 거의 마지막에
- 당신이 아이들을 더 많이 봐줘야겠어. 카를라가 힘들어해.(p.365)
이 대목에서 결국 목구멍 너머 튀어나온다
이 개자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