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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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밖의 세상이 너를 찌르거들랑 아프다고 소리치며 사는것 처럼 살고, 네 안의 모든 것이 죽어버렸거든 조금 기다리렴. 연꽃 씨앗이 천년을 잠들었다 깨어나듯 언젠가는 살아날테니.>>

◆ 심시선 여사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지 십년 째 되던 해, 지내지 않던 제사를 지내겠다며 하와이로 날아간 가족들. 나물과 전과 고기 대신 하와이에서 기뻣던 순간, 소중한 것들을 구해 제사상에 올리기로 합의하고 각자 제사상에 올릴 것들을 구하러 다니는데....

◆ 책 속 모든 인물에 모든 시간대에 모든 공간에 웃고 울고 고통받고 감내하고 무심한 모든 감정에 내 조각들이 숨어있다.  인물을 눈에 담을 때 마다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나를 수거하는 작업이었다면 믿어질까. 인물들이 잃은 것들은 나도 잃은 것이고 그들의 선택과 고민과 염려도, 동력을 잃고 고인 분노마저 닮아서 문장과 문단과 페이지와 단원을 넘을때마다 주워담았다. 주섬주섬 조각을 모아 목과 허리를 굽혀 끙끙대며 조각을 맞춰봤다. 죄다 깨지고 닳고 흩어져 존재한다고 할 수 있나 싶던 내가 엉성하고 볼품없게라도 있기는 한 그런 게 되었다.  좀 엇붙고 헐렁하고 가로세로가 안맞아도 괜찮겠지.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 나오더라도 상심할 필요 없다. 완성된 조각은 더 큰 그림의 점과 선이 되어 우리들의 연결점을 증명해 줄 테니까. 허술한 듯 단단하고 연약한듯 질기게 이어져왔을 불가해함도.

◆ 최초의 장미가 동아시아에서 뿌리를 내리고 덩굴을 얽어 살았다. 심시선의 트리플 s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이곳에서 멈추더라도 장미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미지의 대륙에서 새 생태계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에서 세계의 많은 곳으로 갔던 사진신부들과 파독 간호사들, 광부들, 자신이 아닌 세월의 의지로 시베리아 험난한 동토에, 미국의 농장과 공장에 세계 곳곳에 내려앉아 살아남은 사람들처럼. 그 시작은 가늠할 도리 없이 아득하지만 작고 적당한 파도가 아니라 큰 파도 뒤에 오리라고 믿는다.  바로 앞에 도착한 파도를 타지 못하더라도 파도는 끝나지 않고 계속 될것이고 고꾸라지고 물을 먹고 가능한 일인가 끊임의심에 의심을 더하는 시간을 지나 더 큰 파도를 타고 올라서면  좀 더 멀리 보일테지. 그림에서 휘적휘적 나온 심시선 여사가 명혜가 숨겨둔 주름치마를 찾아입고 커피를 내리며 단단하게 건네 올 메세지가 그 큰 파도 꼭대기 하얀 물거품에 담겨있다 믿는다. 
"Live  a litte."
모던걸. 우리의 모던 걸. 내 모든 것의 뿌리.
나와 당신의 애방과 시선으로부터,
고이고 흐르는 각자와 모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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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에서 작가님께 드리는 답신.

뽀글. 뽀글. 뽀글. 보글보글보글 뽀그르르르... (해석 - 좋아서 천국갔다는 이야기) ​
★ 이미 고인이 된 심시선 여사의 생전 글이 각 장 초반에 놓였는데, 글 너무 너무 ... 네.. 좋아요. 어느 페이지를 펴도 다 좋긴 한데 유난히 더 많이 좋아요.
★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p.21  녹취록 중.
맞습니다 심시선 선생님. 모른척 했지만 사실은 알면서 자주 잊고 가끔 떠올리고 일부러 다시 모른척 하는 거랍니다. 조금 더 살아볼게요. 그러면  먼 미래에 조금 더 갖춘 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정세랑작가님 작품 중 최애로 급격하게 모셔짐. 모든 페이지가 죄다 좋아서 기절. 동네서점 버전 초판을 샀는데, 일반서점용 초판을 안산걸 후회합니다. 두권 있으신분 제게 한권만 팔아주세요.ㅠㅠ (이게 뭐람)
★ 정세랑작가님 독일 뒤셀도르프 20주년 제사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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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알 수 있지. 21세기 사람들이니까. 그런 악의가 존재한다는 걸 알지. p.143
◈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되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 실행이었다.p.178
◈  낳지 않아. 사람이 사람에게 염산을 던지는 세계에 살러 오라고 할 수 없어요. p.321
​◈  네가 아니면 누가 낳아? 나보다 덜 다친 사람. 나보다 세상을 덜 괴로워하는 사람이. 뉴스를 그냥 통과시킬 수 있는 쪽이. p.322
◈  애도에서 다음 애도의 웅덩으로 텀벙텀벙 걸으면서도 다 놓아버리지 않는 것은 내가 먼저 죽은 사람들의 기록관이어서였다. p.239
◈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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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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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의전장에서 #토머스헤이거 #동아시아

            
* 생명이 쉽게 지던 시기에 태어난 인류의 의약품, 설파제의 시작과 발전을 담은 과학 세계사.
『저자는 성분을 어디서 얻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합리적이고, 그에 따라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인체 내의 특정 세균들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모든 성분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라 설파제는 세계 최초의 항생제다.』
-내 주변의 항생제란 진통제만큼이나 익숙한 약물이다. 우리가 쓰는 항생제가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탄생했는지, 어떤 역사적 사건들을 만나 변화를 겪는지까지 궁금해 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미 뭐 그거까지 알고 약을 먹어야하냐는 타박이 들리는듯) 약을 통한 세계사를 읽는다고 접근한다면 이만큼 재밌는 역사서도 없다.
이 책은 연쇄구균 감염에 유효한 프론토실을 발견해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지목된 독일의 생화학자 게르하르트 도미크의 연구기록을 따라간다.  1차 세계대전에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전사한 전우들을 기억하고자 시작했던 그의 연구가 주변국의 알력다툼과 독일 제국주의, 광기로 흐르는 나치의 선동, 쾰른 대공습에 주변인의 죽음을 겪으며 환멸을 느끼고 조국의 헌신보다는 연구에 전념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한 개인으로서 전쟁을 바라본 도미크와 전쟁을 도운 기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한 생화학자 도미크 사이의 간극이 서술되는 부분은 사료를 기초한 묘사로 연대기라기 보다는 역사서느낌에 근접하다. 그럼에도 브룬힐드 폼젤의 어느 독일인의 삶이 떠오르는 전범의 법정장면과 전후 득세과정까지 한 인간의 서사와 의약품의 서사, 정치서사까지 어느 하나 놓치는 부분 없음에도 몰입감이 상당하다.
20세기 초 유럽의 양차 세계대전은  역사에 상처를 남겼다. 근현대 세계사 중 인간의 목숨이 가장 쉬웠던 시절에 많은 사람을 살리게 될 항생제-설파제-가 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다. 거기에 의약품의 역할과 민간인의 의료현황, 주변국의 정세에 따라 달라지는 의약산업의 목표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1900년대 초반의 유럽 화학기업이 어떻게 거대 기업으로성장하는가, 의약 카르텔이 가져온 심각한 문제들로 야기된 근대의 미국 의 의약품 법 개혁과  FDA까지, 글자가 나름 촘한 (삽화도 없다) 약 450페이지 책을 쉴새 없이 읽게 된다. 의약의 역사가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내가 비전문가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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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에 대해 발췌하거나 요약하진 않겠다. 이 책을 처음 폈을때 내가 가진 걱정(어렵겠구나)이 어느새 즐거움으로 바뀌는 경험을 다른 분들도 해보시길 원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려울까봐 안봤으면 어떡할 뻔 했다니.
- 몃가지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1. 초기 약물안정성 확인은 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행해졌다. 식민지 국가의 국민, 탄광 노동자들 혹은 군대. 유색인종과 농촌지역의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 
2..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일부 의약품은 미지의 대륙 정복을 위해 연구되었다는 사실. (식민지확장용)
3. 나치는 유대인 뿐 아니라 일반 노동수용소의 여성들에게 설파제 인체실험을 했는데, 원인이 프라하의 백정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의 죽음에 설파제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밝히기 위해서라니 기가막힐뿐이고..
3. 미국이 영양제의 천국 (a.k.a 아이허브)으로 불리게 된 배경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했다. (제약카르텔)
4. 예방위주의 기존 치료접근법은 공중보건의 이해와 닿았기에 오히려 공중보건의 개념이 더 넓었으나 의약품의 발전으로 예방보다는 증상 발현 후 치료에 중점을 둔 현재의 치료접근방식은 공중보건의 폭이 좁아지는 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의견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공중보건이 더 나아질거라 생각했지 그렇지 않을수 있다는 의견은 전혀 고려해본적이 없었음.
5. 현재 동물권에서 가장 문제삼는 축산업의 공장식 농장 시스템 탄생에 설파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 정말 상상도 못해본....
- 저자 토머스 헤이거의 전작, 공기의 연금술은 'NOT' 이과생인 나에게 쉽지 않았지만 이 책은 의약학 서적이라기엔 한 과학자의 일대기를 따라 보는 역사서에 가까운데다 이미 양차 세계대전 전후의 유럽사를 훑어본 적이 있어서 아주 즐겁게 읽었다. 거기에 책의 말미에 각 장마다 참고한 문헌의 목록과 각 목록을 어떤 방식으로 글에 사용했는지 꼼꼼히, 책임감있게 서술한 작가의 확인작업에 신뢰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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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토트릭세이트가 설파제에서 파생됐다니.. 약물부작용과 독성 조심합시다.
*  이야.. 존스홉킨스 의대랑 거대 제약기업 바이엘 사가 이렇게 시작하고 저렇게 부를 쌓았구나아~
* 그와중에 2차세계대전 중 일본은 설파제가 거의 없었다고? 아니 왜?? 생체실험을 그렇게 했으면서?? 전국민의 가미가제화인가. 역시 노이해..
* 원제는 the demon under the microscope. 현미경 아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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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설파제 #thomashager #thedemonunderthemicroscope#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데일리 #일상 #📚 #bookstagram #book #reading #daily


>크나큰 진전은 사람을 구하는 데서가 아니라 죽이는 데서 이루어졌다. P.54
>대다수 과학자는 위대한 선각자보다 불안해하는 중간관리자와 비슷한 삶을 산다. 현실에서 과학자가 하는 일은 좋든 나쁘든 대부부 돈으로 귀결된다. 진리추구의 모습과 방향이 연구비 추구에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P.102
> 위대한 발견의 영예를 한 사람에게 돌리는 노벨상 방식은 산업적 과학 연구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없었다. 한 사람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은 축구대회 우승 트로피를 선수 한명에게만 주는 것과 같다. P.370
>도마크의 개인적 감정은 그의 직업적 삶과 다소 상충했다. 그가 인류의 유익을 위해 일햇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일하는 회사가 나치의 전시 목표 추구에 온전히 가담한 것 또한 사실이다. P407
>첫 기적의 약물 설파제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과학에는 기적같은 건 없다는 사실이다. 대단한 약물이 발견될 때마다 고르고의 피처럼 두가지 상반된 결과가 따른다. 하나는 긍정적이고 치유적이고 이로우며 다른 하나는 부정적이고 종종 의도와 다르고 이따금 치명적이다.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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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까마귀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3
박지안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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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우릴지켜줄거야 #하얀까마귀 #박지안 #허블

            
* SF가 우릴 지켜줄거야 시리즈의 세번째 책입니다. 나머지 두권이 여러 단편이 수록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 한권에 한 작품만 있습니다.
* 게임 BJ 주노는 온라인 게임 채널 개국 1주년을 맞아 가상현실 게임 생방송 특집에 출연합니다
가상현실 게임 'IMO 2' 는 플레이어의 심층 심리를 파고들어 공포의 근원을 건드리는 사이코 호러 게임입니다. 자신의 트라우마나 잊고 싶은 과거의 기억이 게임에 반영되는거지요.  BJ주노는 과거조작의혹을 벗어나고 재기하기위한 발판으로 이 게임을 선택합니다만 게임에 갇히게 되요.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왜곡되었고 자신이 외면했던 죄책감과 고통이라는 사실앞에서 같은 선택을 할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택으로 다른 결말을 만들 것인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아영과 주노의 일그러진 우정의 끝을 다시 마주한 주노가 가져올  이 게임의 결말처럼요. ​
​​
* 10대 학생시절의 우정과 질투, 왕따, 학교폭력, BJ유튜버와 댓글창에 쏟아지는 악플들이 소재로 쓰였습니다. 신선하기도 하지만 묘사들이 거북해서 취향은 아니었어요. 지난번 핏빛자오선은 이보다도 훨씬 고어했지만 작품 전체가 가진 주제가 잔인한 묘사의 당위성을 충분히 뒷받침되었다 여겨졌는데, 이번 것은 잔인한 표현의 부분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주제보다 표현이 먼저 다가와 쉬었다 읽었습니다.
앤솔러지 드라마 시네마틱 SF8 의 하얀 까마귀의 원작소설이기도 한데 드라마에선 이 부분들을 어떻게 풀었을지 모르겠네요. 결말을 어떻게 잡았을지도 궁금하고요. 무엇보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묘사의 무게감이 잘 맞았으면...

* 세 권의 시리즈 중 한권을 고르라면 독립의 오단계를 꼽겠습니다.
- 과거를 기억 못하는 자는 과거를 반복한다. -조지 산타야나 p.26

너희들은 선과 악이 만화영화나 드라마처럼 쉽게 구별된다고 믿고 있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아. 특히 스스로 착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거짓말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왜냐하면 '선하다'라는 말은 '타인을 의심히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기 때문이야. p.40

​- 까마귀는 왜 대체 왜 신에게 거짓말을 했을까?
 거짓말쟁이에다 성격이 나빠서 그런것 아닐까요? 아폴론의 아내를 질투했을 수도 있고요.
미움받고 싶지 않았던 거야. 아폴론 신에게. 하지만 그 결과는 아무 죄 없는 사람의 죽음으로 끝났지.
아폴론은 애초에 까마귀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p.53

- ​IMO는 인간의 공포를 근원부터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에 싸여 사람들이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를 잊어버렸다. 플레이어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스릴을 즐기려는 것이지 끔찍한 트라우마를 영상으로 지켜보거나 괴물들에게 팔다리가 뜯겨 나가는 체험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P.55

​- 거짓말은 사람을 죽인다. 그 다음에 진실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에르만  P.123
​​

#SF #SF8 #시네마틱드라마SF8 #코로니스를구해줘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데일리 #일상 #📚 #bookstagram #book #readi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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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오단계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2
이루카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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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우릴지켜줄거야 #독립의오단계 #이루카 #허블
            
- 가족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현실을 넘어선 연대의 제시.
SF가 우릴 지켜줄거야 시리즈 두번째 책 독립의 오단계입니다.
이번 책은 이루카 작가님의 세개의 단편인데요 각각의 특색이 있으면서 긴장감 있는 전개가 아주 좋았어요.
* 첫번째 단편 『독립의 오단계』 는  기계인 피고를 가운데에 둔 법정물이에요. 기계가 가진 생명 자체가 물성으로 간주되는 법의 해석에 떼라 인간에게 귀속되는 소유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계에게 자아가 생긴다면, 그 자아를 어떻게 인정할것인가 굉장히 심오한 주제를 담고있어요. 하지만 자식에게 집착하는 (인간기준에 따른 생물학적)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게서 영원히 독립하고 싶어하는 아들, 인정받지 못한 기계의 자아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새로운 가족인 어머니에관한 서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러니까 법정물에 올가미가 찹찹찹...)

>네가 어떤 꿈을 꿀 수 있을지 생각해 봐. 경험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의식속에 쌓여가지. 네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네가 꾸는 꿈도 달라질거야. P.51

>기계들 대부분은 인간이 되고 싶어하거든.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리모델링하다보니 생존 본능이 새겨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P.69

>인간의 뇌와 더 완벽히 결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계속 생겨난다면, 일부든 전부든, 주입과 수정이 반복되어 성장한 인공지능과 기계와의 결합 비율이 지금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완전해진다면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기계라고 할 수 있지? 그 비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지? P.73

* 두번째 작품은 『새벽의 은빛 늑대』 입니다. 대기오염이 극심해져 더이상 마스크와 공기정화 필터 없이 살 수 없게 된 어느 미래, 여성 바이크 동호회 은빛늑대의 두슬기, 윤예리, 정해민 세 사람이 비혼 이후 노년을 6번 케어 센터에서 보내며 일어난 일들에 관한 소설입니다. 비혼, 여성바이크 클럽, 혈연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지금도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생기고 있으니 아마도 미래에는 더 많은, 예상하지 못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날테니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설정인 것 같아요.

> 공기란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도 공기를 사고팔게 되는 세상이 올거라고는 믿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P.146

* 세번째 작품은 『루나벤더의 귀가』 입니다. 헤븐 나이츠 게임 속에 자아가 잠든 백진주를 찾기 위해 게임 안으로 들어간 문보라는 퀘스트를 완료해야만 백진주를 찾아 같이 나올수가 있습니다. 게임 밖 현실에는 두 사람의 나이든 신체가 잠들어 있고, 게임회사와 백진주의 혈연임을 내세워 회사 지분과 유산을 탐내는 백제강의 견제를 막는 고유리가 고군분투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랜덤SOS'로 공격이 아닌 도움에 가장 큰 프리패스권을 쥐어줬다는 데 있습니다.
여성 유저들을 중심으로 부정하게 공격당한다거나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때 그들만의 암호같은 인삿말, '친애하는 헤븐나이츠 자매들...로 시작하는 무작위 메세지를 발송할 수 있고 이 메세지를 받은 랜덤유저는 위험한 상황의 여성 유저를 돕습니다
앞서 두 작품에서도 여성의 연대에 관한 작품을 읽었지만 이렇게 게임 시스템으로 정착된 형태의 여성연대를 작품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가상이건 현실이건 여성의 연대는 지금도 미래에도 계속될 것임을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 가상현실 경험은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 둘 사이의 괴리를 가져와서는 안되었다. 어떤 기술이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문보라의 철칙이었다. 가상현실게임에서의 경험은 실제 현실에서도 유저들에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P.196

> 중요한건 지금 진주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는 거야. 진주가 지내왔던 시간을 가장 잘 알고, 앞으로도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진주를 인정하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더 행복하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 할 사람. 우린 가족이니까 P.200

> 화면 가득 수없이 흐르는 데이터들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고유리는 알고 있었다. 루루골드가 루나벤더를 향하고 있었다. P.208

>>>이번책 아주 재밌었어요. 특히 첫작품과 마지막 작품은 짧지만 아주 쫄깃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짧은 단편 SF를 본 기분이었어요
첫번째 작품은  SF 앤솔러지 드라마 <인간증명>의 원작이기도 하죠. ,,, 깜빡했어요 ㅋㅋ 내일은 하얀 까마귀를 읽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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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김혜진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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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우릴지켜줄거야 #깃털 #김혜진 #허블            

* 작고 가벼운 판형,  sf 단편 세개에 담긴 인간다움에 대한 가볍지 않은 고민.
어제까지 무겁고 눅진한 책을 읽은 터라 가볍게 세권짜리 중 첫번째 권을 가볍게 읽었습니다.
​3권으로 구성된 SF가 우릴 지켜줄거야 시리즈 첫번째 책, 김혜진 작가님의 깃털입니다. 150페이지 남짓한 두께와 쏜살문고보다 살짝 작은 판형으로 휴대성이 좋아요. 가방안에 가지고 다니면서 출퇴근때 읽기 적당합니다. (일단 가벼우면 합격!)
이 작은 책에 단편이 세개 들어있어요.
첫번째는 우주섬에 거주하는 한 남자가 죽은 후 자신의 유해를 지구에서 우주장으로 치루길 원하는 한 남자와 로봇새로 장례를 치뤄주는 지구 거주자 세영의 이야기 『깃털』입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녀의 얼굴과 새의 얼굴이 하나가 된 것 처럼 보였고 그 짧은 순간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줄기 바람을 일으켰다. 마치 먼 옛날의 제사장을 ​마주하는 기분과도 비슷했다 P.14
​- 지구에서 치루는 우주장도 고귀합니다. P.23​

두번째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10년간 의식없이 요양병원에 있는 성한의 어머니와 7년째 어머니를 돌보는 로봇간병인, 장기간병으로 지친 성환 의 이야기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입니다.  장기간병에 지쳐 자살을 꿈꾸는 성환을 살리기 위해 TRS가 신부와 나눈 대화가 백미에요. MBC 앤솔러지 드라마 <간호중>의 원작이기도 하구요. 신을 따르는 신부가 조물주와 창조물인 신과 인간을 대변한다면 TRS를 만든 인간도 TRS에겐 조물주일텐데, 신부가 말하는 신과 인간의 관계와는 달라야하는지 묻는 장면에서 살짝 소름돋았어요. 드라마를 봐야하나,,ㅎㅎ

​-"인간이 당신을 창조했어요. 그래요, 그러니까 인간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환자를 죽이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하신 인간입니다."
"인간도 저를 사랑으로 만들었나요?" p.73

세번째 작품은 해상도시에 생겨난 지하계급과 지상계급을 넘어선 진화(아가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짧지만 흡입력이 좋고 힘있는 서사로 읽는동안 머리위로 물음표를 띄우지 않아도 됩니다만  죽음과 남겨진 사람의 삶과 그 이후 먼 미래를 관통하여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일은 겨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들이 기다려온 진화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때에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이루어졌다. p.129
​​

@ 표지 너무 곱..곱다..
@ 비 계속 오다가 오늘 하루 잠깐 안오는데도 살것 같아요. 과자봉지 두개클리어해서 그런가. 망했네....  

#SF #단편소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책추천 #책리뷰 #독후감 #데일리 #일상 #📚 #bookstagram #book #readi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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