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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오단계 ㅣ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2
이루카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평점 :
#SF가우릴지켜줄거야 #독립의오단계 #이루카 #허블
- 가족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현실을 넘어선 연대의 제시.
SF가 우릴 지켜줄거야 시리즈 두번째 책 독립의 오단계입니다.
이번 책은 이루카 작가님의 세개의 단편인데요 각각의 특색이 있으면서 긴장감 있는 전개가 아주 좋았어요.
* 첫번째 단편 『독립의 오단계』 는 기계인 피고를 가운데에 둔 법정물이에요. 기계가 가진 생명 자체가 물성으로 간주되는 법의 해석에 떼라 인간에게 귀속되는 소유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계에게 자아가 생긴다면, 그 자아를 어떻게 인정할것인가 굉장히 심오한 주제를 담고있어요. 하지만 자식에게 집착하는 (인간기준에 따른 생물학적)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게서 영원히 독립하고 싶어하는 아들, 인정받지 못한 기계의 자아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새로운 가족인 어머니에관한 서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러니까 법정물에 올가미가 찹찹찹...)
>네가 어떤 꿈을 꿀 수 있을지 생각해 봐. 경험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의식속에 쌓여가지. 네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네가 꾸는 꿈도 달라질거야. P.51
>기계들 대부분은 인간이 되고 싶어하거든.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리모델링하다보니 생존 본능이 새겨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P.69
>인간의 뇌와 더 완벽히 결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계속 생겨난다면, 일부든 전부든, 주입과 수정이 반복되어 성장한 인공지능과 기계와의 결합 비율이 지금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완전해진다면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기계라고 할 수 있지? 그 비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지? P.73
* 두번째 작품은 『새벽의 은빛 늑대』 입니다. 대기오염이 극심해져 더이상 마스크와 공기정화 필터 없이 살 수 없게 된 어느 미래, 여성 바이크 동호회 은빛늑대의 두슬기, 윤예리, 정해민 세 사람이 비혼 이후 노년을 6번 케어 센터에서 보내며 일어난 일들에 관한 소설입니다. 비혼, 여성바이크 클럽, 혈연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지금도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생기고 있으니 아마도 미래에는 더 많은, 예상하지 못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날테니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설정인 것 같아요.
> 공기란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도 공기를 사고팔게 되는 세상이 올거라고는 믿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P.146
* 세번째 작품은 『루나벤더의 귀가』 입니다. 헤븐 나이츠 게임 속에 자아가 잠든 백진주를 찾기 위해 게임 안으로 들어간 문보라는 퀘스트를 완료해야만 백진주를 찾아 같이 나올수가 있습니다. 게임 밖 현실에는 두 사람의 나이든 신체가 잠들어 있고, 게임회사와 백진주의 혈연임을 내세워 회사 지분과 유산을 탐내는 백제강의 견제를 막는 고유리가 고군분투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랜덤SOS'로 공격이 아닌 도움에 가장 큰 프리패스권을 쥐어줬다는 데 있습니다.
여성 유저들을 중심으로 부정하게 공격당한다거나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때 그들만의 암호같은 인삿말, '친애하는 헤븐나이츠 자매들...로 시작하는 무작위 메세지를 발송할 수 있고 이 메세지를 받은 랜덤유저는 위험한 상황의 여성 유저를 돕습니다
앞서 두 작품에서도 여성의 연대에 관한 작품을 읽었지만 이렇게 게임 시스템으로 정착된 형태의 여성연대를 작품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가상이건 현실이건 여성의 연대는 지금도 미래에도 계속될 것임을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 가상현실 경험은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 둘 사이의 괴리를 가져와서는 안되었다. 어떤 기술이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문보라의 철칙이었다. 가상현실게임에서의 경험은 실제 현실에서도 유저들에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P.196
> 중요한건 지금 진주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는 거야. 진주가 지내왔던 시간을 가장 잘 알고, 앞으로도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진주를 인정하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더 행복하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 할 사람. 우린 가족이니까 P.200
> 화면 가득 수없이 흐르는 데이터들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고유리는 알고 있었다. 루루골드가 루나벤더를 향하고 있었다. P.208
>>>이번책 아주 재밌었어요. 특히 첫작품과 마지막 작품은 짧지만 아주 쫄깃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짧은 단편 SF를 본 기분이었어요
첫번째 작품은 SF 앤솔러지 드라마 <인간증명>의 원작이기도 하죠. ,,, 깜빡했어요 ㅋㅋ 내일은 하얀 까마귀를 읽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