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 보고서 1 - 오감과 성기편
강승귀.권병두 지음 / 지수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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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권으로 나누어진 성문화 보고서는 다양하면서도 풍부한 사례와 적절한 화보, 때로는 코믹한 속설들을 자유자재로 제공해준다. 필요에 의해 성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성문화 보고서'의 경우 마치 성백과사전과 같은 인상을 준다. 에세이식이 아니라 정말 과학적인 사실들을 풀어서 쉽게 해석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지하철에서 펴 놓고 읽기에는 민만하리만큼, 적나라한 화보나 그림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성에 관한 왠만한 연구는 죄다 모아 놓아 기본적인 성지식을 쌓기엔 충분할 듯하다. 성적인 모든 인체의 반응, 생각, 습관, 규칙 들을 과학적으로 해설해준다.

청소년이 보기엔 강도가 센 편이지만, 자녀 교육이나 성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라면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성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현대 미술에 관련된 잡지 화보를 보면 왠만한 포르노 잡지 저리가라 할만한 사진이나 그림이 한 둘이 아니니 말이다.

'성'은 성인인 남녀가 즐김과 동시에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런 반면에 우리나라 성인들은 이에 너무나 무지하다. 대학에서는 성과 관련된 강의가 항상 제일 빨리 마감이 된다. 중고등학교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에 대해 그저 섹스와 관련된 부분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성은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오면서 수많은 문화적 함의와 인류학적, 생물학적, 진화론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학문과는 달리 인간의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성, 남성을 막론하고 자기 몸의 기본적인 매커니즘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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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의학의 만남 -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명화 속 삶과 죽음 명화 속 이야기 3
문국진 지음 / 예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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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호감을 줄만한 미술서이다. 의학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림을 너무 한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관점에 실망하거나 지루해 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미술을 다룬 다른 책보다는 약간 건조하다고 느껴질 정도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며, 신화, 화가의 삶, 에피소드 등은 충분히 나타나 있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꽤 흥미로운 내용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제목에서 주장하다시피 그림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각종 질환이나 인체의 특징들이 이 책이 매력이다. 약간 껄끄러웠던 부분은 생피박리, 형벌을 통해서 살펴본 해부학의 시초 등 저자가 법의학자이기 때문에 주목한 듯한 주제와 그림이었다.

르네상스시대의 유명한 화가인 다비드나 렘브란트의 그림으로 생살을 벗겨내거나 해부학 실험을 여과없이 그려낸 것을 칼라 화보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거의 형벌을 살펴보면, 요즘의 것은 상대도 되지 않을 듯 하다. 여성약탈, 노출된 강간, 문란한 성도덕, 근친상간과 근친혼 등 성에 관련된 내용들 또한 어느정도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그외 '예수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는 내용이나 '발그림' 관한 고찰, '결핵에 걸린 여인은 아름답다', '고흐가 그린 두 의사'의 차이점, '거지 소년 그림' 등에서는 작가의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깝지만 그림이 그려진 시대도 시대지만, 그림의 선택에 이나 해석에 있어서도 여성비하적인 부분이 많아 썩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다. 작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은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되었으며 남성의 부속물, 어머니 등으로만 한정지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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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임레 케르테스 지음, 박종대, 모명숙 옮김 / 다른우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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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문제일까? 이 소설에서의 '운명'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순응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누군가 빌려준 책이었지만, 크게 감동적으로 읽지는 못했던 것 같다. 우리는, 또는 세계 사람들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글들을 무수히 읽어 왔다. 인체실험을 당했던 우리 민족이나, 위안부로 끌려갔던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그저 값싼 동정표를 얻고자 하는 제스추어정도로만 보이는데 비하면...유태인 학살은 고난과 고통의 상징으로 보인다.

이는 국력의 차이일까? 나는 '안네의 일기'를 좋아하고, 로맹가리의 소설을 좋아한다. 유태계 작가들의 특유의 냉소와 그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끈질김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우리 나라는 과거를 되짚어 보고 반성하지 않으려는 것인가? 우리나라에도 무수한 작가들이 있는데...왜 우리의 역사는 늘 은폐되고 잊혀져 가는 것인지 안타깝다. 유태계 작가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잊지 않고 되새기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런 노력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싶다.

사설이 길었지만, '운명'을 보고 이번에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 소설도 유태인들...즉 다른 민족에 의해 말살정책의 희생양이 된 민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운명'이라는 소설은 유태인들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 중에 약간 색다른 변주였다. 마치 주인공이 둘인 것처럼 이야기 속의 화자는 감정을 배제하며 상황 속의 자신에 대해 묘사한다. 수용소의 비참한 생활 속에서 거의 시체나 다름없이 되어 버린 자기 자신을 아무 감정없이 묘사한다는 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작가가 이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해서 주인공의 운명적인 고통과 역경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너무 엄청나서 인간의 힘으로는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은 것으로 말이다. 또는 반대로 어떤 삶에도 고통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속에서 주인공과 같이 현실과 자아를 완전히 분리시킨 후에 어떤 운명에도 체념하거나 굴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닐까? 운명이라는 이 책 제목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이 책을 몇 번 더 읽어 본 후에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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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간은 섹스머신을 만들었다
호그 레빈스 지음, 한지엽 옮김 / 엔북(nbook)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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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성 관련 발명품에 관한 이야기이다. 피임도구, 자위 방지 도구, 브래지어, 정조대 등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림과 함께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만약 성문화적인 측면의 내용을 기대한다면 다른 책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 책은 정보제공의 측면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시대별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기구들도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는 있다.

지금 보면 어처구니 없는 자위 방지 도구는 정말 살인적인 무기에 가깝다. 자위를 죄악시하는 청교도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멀쩡하고 정상적인 남성들이 정신병자로 몰렸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마녀사냥'보다 더한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를 낳는 기계라 불려도 과언이 아닐만큼...예전에 우리 어머니들도 십 수년을 애를 낳고 키우는 것에 평생을 보낸 적이 있다. 서양이라고 해서 별 다른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과거의 모든 발명이 현재의 기본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서양여성들이 사용했다는 무수한 피임기구 또한 정교하게 만들어진 갑옷이나 쇳덩어리의 느낌밖에 들지 않으니...참 무서운 일이다.

신체에 상처가 나거나 불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심지어 여성의 몸안에 넣는 페서리 중에서는 강간이나 성폭행을 방지하기위해 날카로운 칼 같은 것을 달아 남성의 성기를 자를 수 있도록 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적인 기록에 의거한 성 관련 도구의 발전과 상세한 그림을 통해 현대의 성과학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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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성과학탐사 탐사와 산책 13
이인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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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을 다룬 책은 보통 뻔한 사실만을 늘어놓은 것들이 많다. 숨겨진 정보나, 깊이있는 지식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성과학서가 많은 반면,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성을 바라본다는 것이 장점이다.

각 테마별로 나누어 성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인간의 성, 동물의 성, 성적 신호, 생식, 성문화, 성적 터부, 성폭력, 피임, 성풍속, 성경 속의 성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고대의 사례, 과학적인 지식, 성문화적인 요소, 심리학적인 측면 등을 골고루 섞어 금세 책 한권을 다 읽게 만들었다. 게다가 각 주제에 알맞은 미술 작품 화보는 물론 자료 사진의 풍부함이 독서를 훨씬 가치있게 만들어 준다.

사람은 왜 성생활을 할까? 동물과는 다른 점은 무엇일까? 불과 1세기 전과 현재의 성인식의 차이는 엄청나다. 예를 들어 수음을 자주 하면 정신이상이 생긴다고 생각한 것...심지어 미국인들이 아침식사로 먹는 콘플레이크가 자위하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음식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성문화적인 측면과 인식의 변화, 과학적 증명을 적절히 잘 사용했다는 점이다. 다른 포유동물과 다르게 인간에게 발정기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들이 자유롭게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여성들이 배란기를 숨기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남성들이 자신의 아이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누구의 아이인지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더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남성들의 정자가 한 여성의 몸 속에 들어가면 서로를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운다. 그 뿐이겠는가? 남성들은 자신의 아이를 가지기 위해 여성들이 자녀를 키우는 수유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들을 무참히 학살하게 된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간 또한 종족에 알맞은 방식으로 진화해온 셈이다. 문화적으로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것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 상세하며 재미있는 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가볍지 않고, 무겁지도 않으며 성을 진지하게 탐구한 흔적이 엿보인다. 무수한 사례와 자료 수집, 그림, 학문적인 성과가 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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