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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성과학탐사 ㅣ 탐사와 산책 13
이인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성을 다룬 책은 보통 뻔한 사실만을 늘어놓은 것들이 많다. 숨겨진 정보나, 깊이있는 지식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성과학서가 많은 반면,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성을 바라본다는 것이 장점이다.
각 테마별로 나누어 성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인간의 성, 동물의 성, 성적 신호, 생식, 성문화, 성적 터부, 성폭력, 피임, 성풍속, 성경 속의 성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고대의 사례, 과학적인 지식, 성문화적인 요소, 심리학적인 측면 등을 골고루 섞어 금세 책 한권을 다 읽게 만들었다. 게다가 각 주제에 알맞은 미술 작품 화보는 물론 자료 사진의 풍부함이 독서를 훨씬 가치있게 만들어 준다.
사람은 왜 성생활을 할까? 동물과는 다른 점은 무엇일까? 불과 1세기 전과 현재의 성인식의 차이는 엄청나다. 예를 들어 수음을 자주 하면 정신이상이 생긴다고 생각한 것...심지어 미국인들이 아침식사로 먹는 콘플레이크가 자위하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음식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성문화적인 측면과 인식의 변화, 과학적 증명을 적절히 잘 사용했다는 점이다. 다른 포유동물과 다르게 인간에게 발정기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들이 자유롭게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여성들이 배란기를 숨기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남성들이 자신의 아이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누구의 아이인지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더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남성들의 정자가 한 여성의 몸 속에 들어가면 서로를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운다. 그 뿐이겠는가? 남성들은 자신의 아이를 가지기 위해 여성들이 자녀를 키우는 수유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들을 무참히 학살하게 된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간 또한 종족에 알맞은 방식으로 진화해온 셈이다. 문화적으로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것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 상세하며 재미있는 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가볍지 않고, 무겁지도 않으며 성을 진지하게 탐구한 흔적이 엿보인다. 무수한 사례와 자료 수집, 그림, 학문적인 성과가 잘 어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