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벌써 마흔이라니
김가락 지음 / 좋은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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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마흔을 맞이하며 맞닥뜨린 시간, 몸, 관계, 돈.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담담하게 기록한 중년 에세이.


 Review
서른 즈음에 우리가 두려워했던 것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었다면,

마흔 즈음에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을까'라는
질문이 우리를 괴롭힌다
p.8

이 무거운 숨이 느껴지는 듯한 문장은, 이 책과 어느 40대의 삶을 관통한다.
'내가 벌써 마흔이라니'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이미 지나온 삶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되짚는 기록이다.

 저자는 20대의 질주와 30대의 분투를 지나 마흔에 이르러 처음으로 ‘뒤’를 돌아본다.
그 계기는 거창하지 않다.
거울 앞에 선 얼굴의 잔주름같은 변화.
과거보다 쉽게 피로해지는 몸.
청첩장보다 부고장이 익숙해지는 인간관계 같은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장면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그 사소함이 이 책의 핵심이다.
누구나 겪지만, 애써 말로 옮기지 않았던 순간들이.
차분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지점이다.
한때는 절대적인 존재였던 부모가,
실수하고 흔들리며 살아온 ‘한 사람’이었다는 깨달음.
그리고 자신 역시 그 자리에 다가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장면은
세대의 반복과 삶의 유한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 책의 시선은 비관도, 과도한 위로도 아니다. 다만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20대에는 돈은 없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30대에는 결혼, 주택 마련, 아이 교육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40대
이제는 '돈'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삶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재테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고,
잘못된 선택은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게 된다.
p.169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적인 ‘돈’과 ‘선택’의 무게가 드러난다.
40대의 재테크는 풍요로운 삶,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책임의 문제로 다가온다.

아직 나는 20대 후반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40대가 된 나를 만나러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에세이 '내가 벌써 마흔이라니'는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정리해준다.
지금까지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남은 시간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

이 책은 흔들리는 마흔을 위한 위로이자,
그 문턱을 앞둔 이들에게 건네는 예고편 같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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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 힘들 때 나를 지켜 주는 내 손안의 작은 상담소
김호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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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원인 모를 번아웃과 정서적 고통의 뿌리를 ‘마음아이’와 뇌의 작동 방식으로 풀어내며,

스스로를 치유하도록 안내하는 심리 회복서.




 Review

이 책을 읽다 보면, 여러 사례와 이야기에서 번번히 멈춰 선다.


‘아, 나도 이랬구나’ 하는 순간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왜 분명히 힘들고, 괴로운데

무엇때문에 그런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하지 못하는지를 차분히 짚는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랜 기간동안 감정을 무시하는 법만 배워왔기 때문이다.


"선생님, 대체 뭐가 힘든 건지 모르겠어요."

 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많은 곳을 찾아 헤메다가, 먼 하늘을 앉지도 못하고 날던 새처럼 저를 찾아오시곤 합니다. 그리곤 하시는 첫 말씀이 대부분 이러합니다. 너무 힘든데, 뭐가 힘든지 모르겠다고요.

p.4


현실을 살아내는 데 급급해 감정을 번거로운 짐처럼 밀어 넣고,

그 결과가 멀쩡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번아웃이나 공황, 무기력으로 튀어나온다.


이 책의 강점은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호성 저자는 상담 경험에서 검증된 ‘치유 프로세스’를 책에서도 그대로 펼쳐 보인다.

이제는 아픈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올 필요가 없도록.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의 치유 프로세스를 따라가면

내가 무엇때문에 힘들었는지 감정을 알아차리는 수준을 넘어,

상처입은 뇌를 회복시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혹은 더 나은 일상을 만들 수 있도록.

뇌가 실제로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룰 수 있게 된다.


특히 ‘마음아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인 '자기 이해'를 구체적인 작업으로 바꿔준다.


감정지도를 그리고,

감정일기를 쓰고,

과거의 자신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과정은 낯설지만

아픈 현대인들에게 필요했던 일이다.


우리의 상처는 다들 이런 식입니다. 다들 어떻게든 견디려, 지나가 보려, 억누르고 모른 척 해 보려 애쓰지만 결국 속에 켜켜이 쌓이고 쌓여 우리가 가장 약해졌을 때, 가장 중요한 순간에 고개를 듭니다.

p.130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결국 자기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메시지다.

다른 자기계발서나, 힐링을 목적으로 한 책들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문구임에도

김호성 저자가 말하는 메시지는 또 다른 온도로 다가온다.


냉정하지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이 책은 독자를 의존적인 내담자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를 쥐여준다.

상담소에 갈 힘조차 없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마음이 아프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건네는 일종의 자신 사용 설명서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애써온 사람들에게,

이제는 자신 편에 서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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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셀프 인테리어 교과서 - 하이엔드 디자인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전략
미대오빠(이제희) 지음 / 좋은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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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업체에게 모두 맡기는 턴키와 모두 직접 진행하는 셀프 인테리어 사이에서 비용과 퀄리티의 장점만 합친 대안을 제시하며, 소비자가 주도권을 쥔 인테리어의 전 과정을 단계별로 안내하는 실전 가이드.




 Review

인테리어 하려 하면 늘 같은 질문에 부딪힌다.


단가를 줄이자니 퀄리티가 아쉽고, 좋은 걸 쓰자니 견적이 감당 안 되는 순간이 꼭 온다.

다이어트 된 단가에 벌크업 된 퀄리티로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인테리어 방법이 없을까?

p.6


이 책은 그 딜레마의 틈새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반셀프 인테리어 교과서'는 “인테리어의 주도권을 누가 쥐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반셀프 인테리어를 소비자가 디자인과 자재, 일정에 관여하되, 기술과 품질은 전문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이 책의 강점은 초보자도 할 수 있게 그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아주 구체적인 예시와 경험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건축학도로써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철거’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철거를 파괴 단계가 아니라, 집의 상태를 진단하는 과정으로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내 집이 단열이 잘 되어있나, 누수와 곰팡이는 없나 알 일이 없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위해, 철거를 시작하면 여기서 집의 민낯이 드러난다.

누수, 곰팡이, 단열 문제 같은 숨겨진 정보들이 이 시점에서 드러나며, 이는 이후 공정과 비용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사를 미리 아는 사람이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사람을 위해 쓴 설명이라 더욱 신뢰가 생긴다.


창호는 집의 '외피'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외부와 내부를 가르는 경계이며, 빛과 공기, 소리, 온도를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구조물이다.

p.50


 창호, 바닥, 조명 등에 대한 설명도 단순한 자재 특성의 소개에 머물지 않고

각 부분들이 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엇을 특히 신경써야하는지 차근차근 나아간다. 

창호를 ‘집의 외피’, 바닥을 ‘공간의 중심축’, 조명을 ‘배치가 아닌 설계의 영역’으로 설명하는 방식은, 인테리어를 미관이 아닌 삶을 위한 각각의 구조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는 초보자에게 특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어디에 비용을 써야 후회가 적은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문서화’다.

 반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피해는 기술이나 정보 문제가 아니라, 기록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합의 내용을 카톡, 문자, 문서로 남기는 것만으로도 분쟁의 절반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은,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라는 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든 감정은 ‘이대로만 따라가면 되겠다’는 확신이었다.

일정 짜기, 공정 순서 이해, 가격 견적, 전문가 선택까지.

인테리어의 높은 진입장벽들을 하나씩 낮춰준다.

 집 전체를 뜯어 고치지 않더라도, 일부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 취향대로 손보는 데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지식들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집은 일터를 제외하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나와 가족에게 맞게 설계할 수 있다는 건,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절반 가까이 비용을 줄이면서도, 업체의 정형화된 디자인이 아닌 내가 고른 자재와 구조로 완성한 공간에서 산다는 경험.

 이 책은 그 가능성을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여준다.


 '반셀프 인테리어 교과서'는 나만의 공간을 꿈이라 하지 않는다.

대신,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과 알아야 할 것을 정확히 나열한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있다.


 집을 다듬는 건 결국, 내 삶을 더 단단히 다진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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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 옳은 방식으로 질문해야 답이 보인다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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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전제 아래, ‘옳은 질문’이 어떻게 개인의 사고와 삶, 그리고 사회의 방향까지 바꾸는지를 탐구하는 책.





  Review

“잘못된 질문에는 맞는 답이 없다.”


이 문장은 '질문의 격'을 관통하는 핵심이자,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는 늘 답을 요구받으며 자랐다.

시험지에는 정답이 있었고, 사회는 빠른 응답을 유능함으로 간주했다.

질문은 미숙함이나 무지, 심지어 멍청함의 증거로 취급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질문하는 인간’이 아니라 ‘답변하는 기계’로 길들여져 왔다.


도서 '질문의 격'의 저자 유선경은 이 책에서

질문을 단순한 의사표현이나 호기심의 도구로 보지 않는다.

질문은 사고의 방향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며,

삶의 선택과 판단의 질을 좌우하는 기준이라고 말한다.


질문이 없으면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없다.

이 말을 뒤집으면 질문을 하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하면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다.

p.78


 이 이야기는 현실에서 묻혀버렸던 사실이다.

우리는 충분히 생각하고 있다고 믿으며 살았으나,

사실은 주어진 질문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이 '질문'이 사회 구조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짚어내는 부분이다.

저자는 우리가 왜 질문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를

가정, 학교, 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설명한다.

답을 ‘맞히는’ 사람이 인정받는 구조 속에서 질문하는 능력은 자연히 퇴화되었고,

인간은 사유하는 존재에서 기능하는 존재로 이동했다.


이는 노동과 경제, 그리고 인간 소외의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질문을 잃은 인간은 결국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못한 채,

주어진 목표를 수행하는 기계부품으로 남게 된다.


'질문의 격'이 지금의 시점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AI의 등장 덕분이다.

이제 웬만한 ‘답’은 인공지능이 더 빠르고 그럴듯하게 제시한다.

이 변화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


무엇을 아느냐보다, 무엇을 묻느냐가 중요해진 시대.

'질문의 격'은 이 지점에서 질문을 가장 인간적인 능력이란 걸 상기시킨다.


질문은 맥락을 파악하고,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고,

목적을 분명히 해야 가능한 행위다.

이는 곧 어휘력과 문해력, 사고력의 총합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옳은 방식으로 질문하는 법’은 실용적고, 철학적이다.

의문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질문의 범주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

‘왜’ 대신 ‘어떻게’를 묻는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에는 분명히 옳은 방식과 잘못된 방식이 존재한다.

잘못된 방식으로 질문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소설가 어슐러 K. 르 귄의 말마따나 "잘못된 질문에는 맞는 답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질문을 하면서 방황하고 허비한다.

p.25


이 모든 이야기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로 이어진다.

질문을 바꾸면 답이 달라지고,

답이 달라지면 삶의 방향 또한 달라진다.


'질문의 격'은 더 나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더 나은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질문이 아직 옳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 질문을 다시 세울 수 있는 힘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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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그레이트 게임 : 에너지 안보·외교, 국가의 미래와 힘을 결정하다! - 대한민국의 선택과 전략은?
안세현 지음 / 서울시립대학교출판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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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에너지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의 구조를 분석하며, 미·중·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에너지 게임’ 속에서 한국이 처한 취약성과 전략적 선택지를 짚는다.


 Review

우리는 에너지를 너무 오래 ‘경제 문제’로만 취급해 왔다.

전기요금, 유가, 난방비 같은 숫자 뒤에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묻는 일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했다.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은 바로 그 무관심을 부숴버린다.

에너지는 시장의 재화이기 이전에, 국가의 생존을 가르는 힘이라는 사실.


 저자는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질서를 '소리 없는 전쟁'으로 규정한다.

총성과 폭격은 없지만, 파이프라인과 항로, 계약서와 투자 결정이 국경과 동맹을 재편한다. 


 특히 한국처럼 에너지의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이 전쟁에서 결코 중립일 수 없다. 어느 편에 서건, 가장 앞의 총알받이가 될 운명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장 한국 코 앞의 타이완 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곧 서해와 제주, 7광구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과 함께.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천연가스에 대한 설명이다.

석유보다 깨끗하다는 이미지 뒤에 가려진 복잡한 조건들,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장기적 신뢰, 파이프라인이라는 비유연적 인프라가 만들어내는 정치적 종속 관계.

 파이프라인은 모기의 침처럼 천연가스를 끌어내지만, 가스를 가져간 쪽은 그것보다 더 한 것들, 가령, '자유'를 잃게 되는 관계다.


 에너지 공급은 결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장기간 얽히는 이해관계의 사슬이라는 점이 또렷해진다. 결국 지하의 자원이 아니라, 지상의 정치와 외교가 에너지 흐름을 결정한다는 저자의 분석은 러우전쟁 이후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동북아 정세를 다루는 장에서는 책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중국의 에너지 야망,

 러시아의 가스 전략,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후쿠시마 이후 흔들린 원자력 정책까지.


 각각의 사건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에너지는 언제든 외교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사용되어 왔다.

이 구조 속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안보’가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 고립을 심화시키는 선택이라는 지적은 냉정하다.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상실한 국가는 에너지 네트워크에 편입될 수 없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혼란의 해법을 섣불리 단순화하지 않는다.

 에너지 문제에는 만능 해답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 안보 역량 강화, 공공 에너지 기업의 기반, 민간 투자와 인재 양성이라는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이상론이 아니라, 선택을 미룰수록 비용이 커지는 구조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에너지 그레이트 게임'은 읽는 독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불안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현실을 인식했을 때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감정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와 가스가 어디에서 오고, 어떤 정치적 계산 위에 놓여 있는지를 이해하는 순간, 에너지는 더 이상 일상적인 자원이 아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이 거대한 게임판 위에서, 우리는 어떤 말로 움직일 준비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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