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 - 흔들리는 내 인생을 위한 첫 『논어』 인문학
제갈 건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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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가끔 삶이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 치 앞이 깜깜해 아무것도, 아무생각도 하기 싫은 순간이 온다. 나는 책 속으로 파고드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책 제목 <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나는, 오늘은 ‘어떻게 버텨내야 할 것인가’라는 답을 찾고 싶었다. 오늘을 나는 왜 살아야 할까? 죽고 싶은 만큼 괴로운데.

논어를 읽어본 적이 있다. 20대에는 전공책으로, 30대에는 수험서로, 그리고 40대에 지금. 같은 문장을 보고 있지만, 그때마다 읽는 나의 태도는 달랐다.

공자는 중용의 덕이 지극하다고 했다. 비교와 경쟁을 관두면 누구나 오래 할 수 있다고.
中庸其至矣乎 民鮮能久矣 중용의 덕이란 지극하지만, 이를 오래 할 수 있는 백성이 드물다.
여기서 재밌었던 부분은 저자가 알려준 동양의 ‘딴사람이 됐다’라는 말의 의미다.

- 變에 성공한 딴사람: 물리적 모양이 바뀐 것.
ex. 뚱뚱했던 사람이 마른 사람으로 바뀌거나, 캔을 밟아 찌그러뜨리는 일은 모두 變의 영역.
- 化로 성공한 딴사람: 화학적 성질이 바뀌는 것.
ex. 얼음이 물이 되고 다시 물이 수증기가 되듯이, 이전에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뀌는 것. 인간에게 化란, 그 인격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꼭 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 ‘정말 저 사람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딴사람’이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이 變化했다고 말한다. 진정한 변화는 몸 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갈고 닦아야만 완성되는 것이라 저자는 설명한다.

天生我材必有用 이 문구를 보니, 웃음이 난다.
이백의 시 將進酒에 나오는 구절인데, 한창 공부하던 시기에 중국어로 많이도 외우고 다녔다. 왜 그랬을까. 내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어딘가에서 인재(=나)를 알아보고 데려가 써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 그때 나의 내일은 핑크빛이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요즘 이 말을 쓰지 않는다. 좋아하지도 않는다. 찬란한 쓰임이 아니라 쓸모가 없다고 여긴 시간이 나를 한동안 뚫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 배운다. 초광접여의 有用之用, 즉 쓸모 있음의 쓰임 뿐만 아니라, 有用之害 과 無用之用을 차츰 알아가고 있으니까.

세상에 해와 달 같은 존재가 있다. 물.
해와 달, 물.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의 모든 생명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며 만물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키아로스쿠로. 빛과 그림자. 나는 요즘 그림자에 집중하는 중이다.

p.93 지혜라는 한자를 보면, 慧는 빗자루彗 와 마음心이 결합한 한자다.
결국 지혜로운 사람이란 화살처럼 귀에 날아와 꽂힌 뭇사람들의 말을 빗자루로 먼지를 쓸 듯 잘 쓸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또 세상에 난무하는 말들 때문에 쌓인 내 마음의 먼지도 먼지떨이로 먼지를 털 듯 잘 털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 과정이 가능하려면 우선 혹하지 말아야 한다. 혹하지 않음이란 의심하니 않음을 뜻한다. 대체로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남들과 세상도 믿지 못한다. 반면에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은 남들과 세상도 의심하지 않는다. 혹하지 않음이란 절대 무조건 믿지 말고, 또 일단 의심하고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말로 혹하지 않는 사람은 화살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뭇사람의 말 가운데서도 스스로와 스스로가 믿는 바에 대하여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일러, ‘슬기롭다’라고 이야기한다.

요즘 몸이 많이 아프기도 했고, 내 쓰임은 어디에 있나 고민하는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먼지같다고 느껴진다. 우주의 모래알갱이 쯤이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뭘 그리 고민하며 살까싶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사람도 잘살고, 학교 일진이었던 사람도 잘 살고, 그렇게 자기 살길은 자기가 살아내서 잘 살아가면 되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

#내일을어떻게살것인가 #제갈건

이 서평은 #헤세드의서재(@hyejin_bookangel)님이 모집하신 서평단에 당첨되어 #마디북스출판사(@mydear___b)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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