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평점 :
What is CULTURE? 그러게, 문화가 뭘까... 한국 사람으로써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한류'다. 처음 '한류'라는 것은 'k-pop' 또는 'k-drama'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여기서 더 나아가 'k-food', 'k-cosmetic'까지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잦은 노출로 자연스럽게 한국의 음식, 한국식 메이크업, 한국식 생활 방식, 심지어는 한국어까지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나는 이 책이 문화란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시작된 것이며 어떤 식으로 누구에게 전파되어 유지 및 발전된 것이고 그것이 오늘날에는 어떠한 매체를 통해 어떤 양상으로 바뀌었는가를 논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줄 알았다.
책의 초반부에서 저자는 '문화'라는 단어가 가진 네 가지 유사하면서도 다른 의미를 정의한 뒤, '문명'과 '문화'는 반대되는 의미를 지녔으며 특히 문화의 경우 문명을 부정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문명의 발전이 만들어내 함께 발전해가는 존재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문명(Civilization)의 발전으로 생겨난 경제력의 차이가 현실초월적이고 보다 고귀한 것을 쫓는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발전한 문화는 '혁신(Revolution)'을 야기해 결국 더 발전한 문명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문명(제지공장, 인쇄기)의 발전한 덕에 우리들이 문화(소설책, 시집)를 편히 누릴 수 있다.
음, 문명과 문화는 사실의 문제와 가치의 문제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의 문제는 쉽게 풀이하면 먹고 사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 눈에 보이는 문제들이 늘 우선시 되어온 탓에 모두가 자연스럽게 문명의 발전이 곧 문화의 발전이라고 생각해왔고 사실상 늘 일방통행(선진국→후진국)으로 전해져 왔다. 그런데 사실 문화는 어디에나 존재했고, 늘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제까지는 문명이라는 힘의 논리에 뒤로 밀쳐져 무가치한 것들로 평가되었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고정된 힘의 축 논리에 그렇게 낙인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발생한 아이러니로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가 형성되어 '문명의 발달(IT)'에 힘입어 널리 퍼졌고, 다양한 문화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며 다양한 '혁신'들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만 말하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21세기는 소비지향주의, 즉 자본적·물질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시대이고 그렇다 보니 '잘 팔리는 문화'가 승승장구하는 세상이다. 게다가 '다양성 존중'이라는 미명 하에 '개인의 문화'를 대중에게 강요하는 모습(ex.테러)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차분히 읽고 있으면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읽고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만약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개인의 시간이 굉장히 넉넉한 주말 동안 카페에 나가 달달한 초코 케이크와 포근한 카페라떼를 옆에 두고 천천히 야금야금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