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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단감의 만화정신의학
유진수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1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진료교수로 재임하고 있는 유진수 교수님으로 직접적으로 정신의학과 관련이 있는 과는 아니지만 저자가 매일같이 보는 이식환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따른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요즈음, 정신의학에 대한 지식이 의료인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두루 전해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도 하에 정신의학의 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내용을 구성했다고 한다. 현재 간호대에 편입해서 수업을 듣고 있는 예비 의료인으로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평소 정신의학쪽으로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는 꼭 읽어봐야 할 도서같이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살펴보는 버릇이 있는데, 세상에. 여유 간격을 넉넉하게 둔 탓도 있지만 정신계열 장애를 분류해 놓은 항목만 18파트나 되고, 각 파트별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수십 개나 되었다. 그동안 관심이 있는 것 치곤 알고 있던 정신계열 병명이 몇 개 되지 않았던 지라 새삼 놀랐다.
각 에피소드별 분량은 그렇게 길지 않았고, 장애별 원인과 증상, 치료 기간과 방법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서 썩 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가 안되는 정도는 아니라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또, 장애별로 파트를 나누기는 했지만 읽다 보면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다 읽는 데까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역시 지금의 나한테 보다는 내년에 정신의학 수업을 듣고 있을 나에게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기는 했다.

정신계통의 병의 원인은 다른 신체계통의 병과 마찬가지로 유전적인 영향도 있지만 나고 자란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사회적으로 너무 가볍게 다뤄지거나 혐오적으로 다뤄지는 정신계통의 병들이 그 병을 앓고 있는 개인의 병이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가족, 회사,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 속에 '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명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데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것을 애써 무시하거나 억누르다가 결국 큰 사단이 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저자도 그런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기에 조금이라도 그런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 이런 책을 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병의 원인이나 증상, 치료 방법(특히 약물)을 자세하게 적어 놓은 것은 '당신이 앓고 있는 그 병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합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지, '당신이 앓고 있는 증상은 이런 병 때문이니 이런 약을 드시면 낫습니다!' 라는 게 아니라는 걸 캐치하고 내일보다는 오늘, 병원문을 두드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걱정도 조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