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면의 여백이 아름다운 나라 타산지석 8
장미영.최명원 지음 / 리수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리수 출판사의 '타산지석' 시리즈로 <그리스>, <영국>에 이어 세 번째 만난 글이다. (<러시아>, <터키>도 책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독일에서 장기간 유학한 작가들의 애정과 애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이다.  '진지하고 사색하는' 독일인답게 독일과 독일인에 관한 이 글도 사뭇 진지하고 사색적이다.  

2년 넘게 스위스 독어 지역에서 살아 온 나는 어느 면에서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짓다가도 어떤 면에서는 '정말 그럴까?' '내가 아는 독일인은 안 그런데'하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이 책을 처음 구입한 동기 역시 가까운 독일을 여행할 때 참고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독일인들을 보다 이해하고 배우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 나라와 국민을, 그것도 저렇게 큰 땅과 저렇게 많은 국민을 한 권의 책으로 정의내리거나 규정짓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또 다른 자료와 경험을 통한 균형적인 시각을 잃지 않고 본다면 이 글은 독일을 이해하는데 꽤 정확하고도 적절한 방향을 제시한다. 


축구 팬이 아닌 덕에 첫 장이 지루하고 낯설었다면, 문학과 음악에 관한 장은 흥미롭고 반갑다.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붙어서 그럭저럭 '쉽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특히 '부록'으로 정리한 예술인 이미륵과 윤이상을 만난 것은 뜻밖의 소득이었다. 우리에게 낯선 이름들, 그래서 부끄럽고 당혹스러운, 그러나 자랑스럽고 고마운 존재들이다. 또한 60년대 나라 빚에 월급을 저당 잡힌 채 파견되었던 간호사와 광부들의 이야기. 관련된 좋은 책들을 소개 받은 것도 매우 좋았다.
이미륵과 윤이상,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이 책이 남겨준 가장 값진 숙제다.  

작가가 에필로그에 썼듯이 "날짜 없는 일기를 거꾸로 써올라가듯 뒤늦게나마 이 글을 쓰며 찍어본 의문 부호는, 어쩌면 독일의 이런 저런 것을 추억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겸허한 질문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다른 나라와 다른 사람들에 관한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는 곧 내 나라와 나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을 던지고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말그대로 '타산지석'이다.

 

2008년 9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