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삼지사 명작영한대역
조지 오웰 지음 / 삼지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구입한 동기는 간단했다.
오디오 시디로 명작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던 직장생활 중, 그나마 하루 서너시간 씩 운전하는 시간을 활용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영어감각도 이어갈 겸, 관심가는 작가의 유명한 클래식 명작도 한 권 읽을 겸.

그렇게 겸사겸사 운전을 하는 중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챕터별로 듣고 또 들었다.

오디오를 녹음한 성우는 목소리도 좋았고, 글도 짜임새 있고 설득력있게 잘 읽어나갔다. 그렇게 네 다섯 번은 족히 들었을 거다. 그 동안 나는 수 없이 눈물이 핑 돌았고, 콧웃음을 쳤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화가나고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2년이 지나고서야 처음으로 원본 텍스트를 읽었다. 
여전히 나는 눈물이 핑돌았고, 콧웃음을 쳤고, 혀를 끌끌 찼으며,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신랄한 풍자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긴 조지오웰의 뛰어난 문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

 글의 내용 자체나 영어 원문 자체는 그다지 까다롭진 않다. 때문에 영어에 자신이 없어도 한번 도전해볼만하다. 영한대본이기에 아리송한 문장이나 낯선 단어를 금방 금방 확인하며 읽을 수 있어서 매우 편리했다. 

오히려 대역은 실망스럽다.

'대역은 정확하고 세련되어 있으며, 직역과 의역의 중간을 택한 표준적인 모범 답안이다'라고 쓴 편자. 그러나 번역자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번역 수준과 신뢰도에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번역자의 이름도 밝힐 수 없는 번역글은 그 태도부터가 '모범답안'이 아니다.
(게다가 '세련되어 있으며'란 도대체 무슨 상태인가.... ㅡㅡ;;)
대역문장을 영어원문을 이해하는 도구로서만 활용한다면 부족함이 없겠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같은 달에 서점에 진열 된 <동물농장>. (물론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단순한, 그리고 흔한 역사적 아이러니, 역사적 우연의 순간이다)


글 뒤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작가의 냉소주의와 풍자의 대상을 읽어내는 것은 영어문장의 해석하는 이상의 지성과 감성을 요한다. 

형식과 내용 모두에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훌륭한 문학 작품이었다.
특히 오디오를 통해서 접한 것도 꽤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단순히 영어 듣기 연습이 아니라, 글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좋은 작품을 영어 원작으로 읽고, 또 듣고 싶어하는 자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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