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어느날...

 

“心想成事(심상성사)”라는 말이 있다. ‘마음속에 내가 품고 있으면 꼭 일이 성사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아야겠다.

  나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그 것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바뀌어 온 꿈들 속에서 항상 마음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나를 피해갔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고 안주하는 삶을 살았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아 부천이라는 곳에 살게 되었으나, 생면부지의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처럼 겉돌다가 고강복지회관의 성인동아리 ‘작은 소리’라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나의 작은 사회활동이 시작되었고, 이 곳에 아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어린이 책을 함께 읽는 어른 모임’의 목적을 가지고 모이는 모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어린이 책에 대한 이론서들도 접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책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예쁘다. 그리고 넉넉하다. 항상 맑고 깨끗한 마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느끼는 사람들과 만남이 지속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예쁜 마음에 물들어 거창한 봉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리고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우리 아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진리도 터득했다.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갈 아이들이 모두 잘 커야 내 아이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아이만 바라보고 챙기던 마음이 이웃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돌려졌다.

  그 즈음에 새로운 도전을 하여 독서지도사라는 자격증을 가지게 되었다. 정식 교사는 아니지만 나도 선생님이 된 것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당당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마음 속 한가운데에 닭이 알을 품듯 그 소중한 꿈을 품고 살았기에 새로운 도전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고, 그리고 작은 성공을 이루어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병아리 선생님이 된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설프던 내 모습에 1년이라는 시간이 덧붙어서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있다.

  선생님이라는 부르던 친구들 앞에서 어색해하던 내가 이제는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 보다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것을 더 즐기게 되었다. 너무 간사한가?

  그 간사한 마음에 책임을 지려고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요즘아이들은 모두가 도시아이들이다. 그래서 자연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고 존재하는지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사실 나도 그 쪽으로는 문외한이었다. 그래서 무심히 넘기던 나무와 풀과 숲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전해 주기 위해 자연생태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경영학을 전공한 실력이다 보니 경제 관련 책은 쉽게 전할 수 있지만 기타의 도서들에 혹시나 부족한 점이 있을까 해서 국문학공부도 시작하여 하고 있다.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관심을 가지니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결혼과 아이가 나를 집이라는 울타리 속에 묶어 두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결혼이 나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게 해 주고, 아이가 커 가면 엄마도 함께 커서 아이의 힘이 되어야 함을 알기에 나에게 더 많이 공부하라고 더 크게 발전하라고 떠미는 것을 느낀다. 

  집안일에 재주가 있다면 밥하고 요리하고 청소하는 것이 좋은 엄마의 역할로 충분하지만 집안일에 영 소질이 없는 나에게는 좋은 엄마가 못 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사실 지금 이순간도 그렇다. ‘나 엄마 맞아!’하는 생각이 스스로의 가슴을 콕콕 찌른다. 하지만 독서지도사라는 직업이 아이들에게 앞으로 좋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내 가슴 속에 새롭게 품은 꿈은 내 아이와 함께 내 아이의 친구들과 함께 나도 커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숨통을 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나를 덧붙이면 책을 읽을 때 스트레스가 풀리는 나를 우리 아이들이 닮아 주기를 바란다.

  똑 같은 상황을 두고 보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느낀다. 지금까지처럼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만은 잃어버리지 않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아줌마로서 가장 소중한 꿈인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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