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왕치와 소새와 개미 ㅣ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4
최민오 그림, 채만식 글 / 다림 / 2003년 2월
평점 :
왕치의 머리가 훌러덩 벗어지고, 소새의 주둥이가 쑤욱 나오고, 개미의 허리가 잘록해진 이유를 그럴싸하게 표현한 채만식의 <왕치와 소새와 개미(다림 펴냄)>라는 풍자적 우화 소설을 최민오의 그림을 통해서 새롭게 단장하여 아이들에게 선보였다.
왕치와 소새와 개미의 표정이 재미있게 표현되었으며 전체적인 그림의 분위기도 한눈에 들어오고 큼직큼직하고 시원하게 잘 표현되어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다만, 1941년 발표 당시의 어려운 한자말이나 옛말을 현대 우리말로 어법에 맞쳐 새롭게 고쳐 썼다고는 하다 그래도 우리가 현재 잘 안쓰는 말과 어려운 낱말들이 곳곳에 있어서 읽다가 글이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제대로 감상하려면 책 읽기를 몇 번 반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지런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개미와 좀 야박하지만 그래도 재치와 부지런함으로 제 몸 하나는 간수 할 수 있는 소새와 힘없어 파리도 한 마리 못 잡으며 눈치없이 놀고 먹는 왕치가 한 집에서 함께 사는데 늘 염치없이 구는 왕치가 미운 소새가 어느 가을 날 사흘간의 잔치를 하기로 한다.
첫날 개미는 들녘에서 새참을 이고 가는 아줌마의 넓적다리를 깨물어서 내동댕이쳐진 음식들을 잔치 음식으로 준비하여 푸짐한 잔치를 하게 되고, 다음 날 소새는 물가에서 싯누런 잉어 한 마리를 낚아 채 잔치를 벌였다.
마지막 날 왕치의 차례가 되자, 앞이 막막한 왕치는 생각없이 들로 나가기는 엿장수의 엿. 토끼. 꿩. 벌집의 꿀들이 모두 그림의 떡이었다. 어찌하여 물가에 가서는 소새가 잡아왔던 잉어를 보고는 '그래, 사내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이 정도는 해야지?' 하며 잉어를 잡을 결심을 하고 잉어의 콧등 위에 앉으니 왕치가 잉어를 잡았을까?
눈에 보듯 뻔한 일인데 왕치는 왜 몰랐을까? 잉어는 이게 웬 떡이냐며 통째로 왕치를 꿀꺽 삼킨다. 왕치가 잉어의 배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 개미와 소새는 왕치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찾아나섰다가 왕치는 찾지 못하고 소새가 잉어 한 마리를 잡아와서 먹는 중에 '휘! 더워! 어서들 먹게! 아, 이놈의 걸 내가 잡느라고 어떻게 앨 썼던지! 에이 덥다! 어서들 먹게!' 하며 왕치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소새는 반가운 것도 잊고, 왕치의 뻔뻔스러움에 비윗장이 틀려 주둥이가 한 자가 되게 길어졌고, 개미는 둘이 하는 짓을 보니 우스워 기절할 정도여서 웃다가 그만 허리가 잘록해졌으며, 왕치는 속을 못 차리고, 공짜를 너무 바라면 이마가 벗어진다더니 정말, 왕치가 이마의 땀을 쓱쓱 닦는데, 보기 좋게 머리가 훌러덩 벗어져서 대머리가 된 것이란다.
풍자소설를 주로 써온 채만식은 왕치와 소새와 개미를 통해 사람들의 내면적인 성향을 잘 표현함으로 사회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현대 시대를 살면서 왕치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 눈에 쉽게 뛴다. 개미와 같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잘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에 우리 사회는 살 만한 세상인 것 같다. 하지만, 소새처럼 바른 소리를 하고 고칠 부분은 고쳐 나가는 사람 또한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이렇듯 풍자동화를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가치관에 관심을 가지며 어려운 낱말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초등학교 3학년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지 않는 말들을 접하는 재미도 남다를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