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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네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란다. 하지만 보람은 있거든. 요리도 싸움의 중요한 요소야. 나도 젊었을 때 그런 기분으로 식사를 만든 적이 있어.'(프롤로그중)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전쟁이라 할수있는 제2차 세계대전.
유럽국가들을 침범한 독일을 상대로 미국이 가담한 연합국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을 만났다.
아르테에서 출간된 [전쟁터의 요리사들]이라는 책은 전쟁이라는 묵직한 소재와 가혹한 전장속에서 조리병들의 요리와 더불어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소설이다.
전쟁이야기와는 거리가 멀것같은 30대 여성의 일본작가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군사용어나 에피소드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허구의 이야기지만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참혹한 전쟁의 모습들과 남자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군대라는 조직의 적나라한 묘사들로 인해 감탄을 마지않았던 순간들도 종종 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출신인 열일곱살 티모시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특기병을 지원하고 할머니의 레시피공책을 들고 입대를 한다.
조리병이 된 그는 에드,디에고,라이너스,던힐을 만나 전쟁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전우애를 쌓아간다.
또, 필요없어진 낙하산을 모으던 라이너스의 비밀과 사라져버린 분말 달걀 상자들, 아이들만 남겨놓고 자살한 얀센부부의 비밀등 전쟁터나 기지안에서 일어나던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들은 하나하나 지혜롭게 풀어나가는데..
분말 달걀은 더럽게 맛이 없지만 아닌 게 아니라 영양가는 있다. 누군가 굶주린 사람에게 주려고 훔친 게 아닐까. 하지만 곧바로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음식을 주고 싶은 상대방이 있다면 어째서 달걀만일까? 나 같으면 고기나 빵을 찾을 것이다. 복숭아 통조림도 좋고. 하지만 없어진 것은 600파운드에 달하는 분말 달걀뿐이다.(166p)
살기위해 총을 쏘고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폭발음과 화약냄새로 가득한 전장에서 소소하고 일상적인 조리병들의 요리이야기는 소설의 양념이 되어 더욱 맛깔스러운 재미를 더해준다.
그외 할머니가 만든 음식에 대한 추억과 등장인물들의 사연깊은 가족사들,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밝혀지는 진실등은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소설은 미스터리한 일들을 풀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만 있는것이 아니다. 기지내에서도 만연해 있는 인종차별문제와 전쟁으로 인한 인간본연의 잔혹함과 피폐해져가는 민간인들의 삶을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죄의식으로 인해 인간성을 잃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아프게 그리고있다.
"전쟁터만큼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가 모호한, 연옥 같은 장소는 없잖냐. 6월에 강하했을 때부터 우리는 각자 사신을 등에 지고 신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 나도, 너도, 적들도 다들 이미 유령이나 다름없다고. 진짜가 걸어 다녀도 이상할 거 없지."(349p)
생사를 같이한 전우를 잃고 살아남은 티모시에게 안타깝지만 슬픔을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수프믜 맛을 들이는것처럼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이겨내자는 그의 할머니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수색중 발견된 수용소의 참혹한 모습에 결국 눈물을 쏟아내고 전쟁의 잔상으로 괴로워 하는 티모시의 독백이 머리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으며 초반의 재미와 흥미진진해 졌던 마음이 후반으로 갈수록 가슴을 울리고 여러모로 감정이 널을 띈듯하다.
내겐 이 소설의 잔상이 오랫동안 남을듯하다.
내일도 모레도, 일주일 뒤에도 1년 뒤에도, 그보다 더 먼 앞날까지 이 평온은 내 것으로 있어 줄까.(5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