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책중 고바야시 유카의 '저지먼트'란 책이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의미의 동해복수법에 의한 가해자를 처단하는 내용의 책이었다. '복수'에 대한 소재에서는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박하익의 [종료되었습니다]란 책도 같은 맥락을 띠고 있다. 다만 복수를 집행하는 심판자가 전자의 책에서는 피해자의 남은 유가족이, 후자의 책에서는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를 단죄한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 뉴스에서 극악한 범죄의 사건들을 볼때마다 피해자는 목숨을 잃거나 끔찍한 폭행을 당했는데 왜 가해자는 법대로 처리할까란 생각과 함께 분노가 치밀었던 적이 많았기에 이런 소재의 소설들을 대할땐 은근 대리만족에 대한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7년전 노상강도에게 죽음을 당했던 엄마가 RV로 살아돌아오고 웬일인지 아들인 진홍을 공격하게 된다. 진홍이 엄마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면서 이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RV는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이 살아 돌아와 살인범을 처단하면 바로 소멸되는 환세자들을 말한다. 일반 환세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진홍의 엄마인 명숙을 CIA와 국정원에서 연구를 위해 데려가려하고 그들에게서 엄마를 구하고자 하는 진홍. 명숙은 왜 아들인 진홍을 죽이려하는지, 과연 진홍이 엄마를 죽인 범인인걸까? 이소설에서 주목할만한 키워드는 '부활'이다. 환세자들이 부활하는 목적은 오로지 자신을 죽인 살인범을 처단하기위함이다. 책은 진홍을 통해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비록 사랑하는 엄마가 완전한 인간이 아닌 RV라는 환세자이지만 살인범을 처단함으로써 살인이라는 죄를 짓고 소멸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진홍은 죽은자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살인범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심판은 무엇인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인 그들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처단하는것이 진정한 심판이 될수있는것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내가 생각한 최고 형벌의 선이 무엇이냐고 물었었지? 최고의 형벌은 사랑이야. 그건 너무나도 간단한 거였어. 괴로워야 할 건 내가 아니잖아. 죄를 지은 장본인이지. 최고의 형벌이 무어냐고? 그건 죄인에게 사랑을 깨닫게 하는거야. 피해자를 향한 불타는 사랑 말이야.(235p) 표면적으론 사법체제에서 해결하지 못한 '응징'에 대해 RV로 다시 살아난 이들이 직접 처단하는 이야기지만 소설의 결말에 가서야 역지사지를 위한 모든 장치가 있었음을 알게된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결말에 또다른 재미를 느끼며 영화로 나온 희생부활자와 원작인 이소설을 비교해보며 읽어보는것도 괜찮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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