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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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어딘가 있을 어릴적 나의 모습, 그리고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담은 책 [그렇게 쓰여 있었다]는 일본 만화가로 알려진 마스다 미리의 신간 에세이다.
만화를 통해 진솔함과 담백함으로 공감 가득 주었던 그녀는 이번 책에서도 자신의 일상과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잔잔한 울림을 주고있다.
짧은 일기형식인 책에는 가족이야기나 친구들과 보낸 시간들,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이 담겨있고, 특히 시간으로의 초대라 지어진 세번째 장에서는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이 같은 연배라 그런지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었던 듯 하다.
귀여운 리본이나 레이스가 달린 작은 팬티를 갖고 싶던 아이는 실용적인 복대팬티를 선호하게 되고 유행하던 플립북방식의 만화만드는 일을 동경하고 고타쓰 먼지제거 하는 사람이 되고싶던 아이는 통행금지가 없는 몇시에 영화를 보든 상관없는 어른이 되어 아름다운 꿈을 간직한다.


아버지는 낚시를 가기 전에 삶은 우동 면을 작게 잘랐다. 물고기 미끼로 쓰기 위해서다. 우동 면을 작게 잘라 빈 커피병에 넣는 작업은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언젠가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그 어느 꿈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떠올릴때마다, 정말로 아름다운 꿈이었다고 생각한다.(94p)

쉰을 코앞에 둔 중년이지만 부모님앞에선 어린소녀이고픈 그녀의 마음은 초로의 나이를 훌쩍넘으신 부모님을 생각나게 하고 젊은 사람 가득한 가게를 도망치듯 퇴각하는 중년의 모습에서 내모습을 보는듯 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아직 더 놀고 싶은데 놀이의 원밖으로 밀려난 중년의 나이가 나또한 서글프면서 웃음이 난다.
또한 69년생의 50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절대 어른이 되고싶지 않았던 어린시절의 생각과는 다른 어른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나는 그런 여유로움이 싫지않다.


중년이 된 지금의 나는 '어렸을 적'이란 말이 이미 아무렇지도 않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젊었을 적에는...'이라는 말조차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젊었을 적에는'이라는 말은 아직 살짝 마음이 따끔하다. 따끔한것이다.
(88p)

40을 넘어 달려가는 시간속에서 뒤돌아 지나온 시간들을 오롯이 기억하기란 힘들지만 언젠가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노트한권 또는 앨범으로 문득 어린시절의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땐 왜그랬을까란 생각도 해보며 그아이들에게 안부를 물어본다.
내안의 '그아이들 잘 살고 있을까?'
하루종일 시끄러웠던 마음이 책을 읽으며 잔잔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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