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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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날 나는 그들이 궁금해졌다]는 심리치료사이자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아케렛박사가 30년전 자신의 내담자들이었던 이들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늘 상담자에게는 치료후 내담자들의 삶의 변화가 궁금했었기에 확인차 그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로버트 아케렛박사.
그가 만난 수많은 내담자중 기억하는 다섯명의 사람들의 사연은 남다르다. 서커스의 북극곰을 사랑한 남자와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여자, 위험한 성도착증을 가진 남자, 작품을 위해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해야하는 작가까지. 내담자들이 겪는 우울증과 불안증, 무기력증, 부정적인 심리를 갖게된 그들의 특별한 과거의 기억들을 만나게 된다.

태어날때부터 여자아이란 이유로 부모에게 부정당하고 자라면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나오미.
자신을 납치된 스페인의 백작부인이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부정하던 그녀가 로버트 아케렛박사를 만나 조금씩 변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러던 어느날 플라멩고댄서가 되기위해 떠나는 그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딸에게 창녀라는 언어폭력을 퍼붓던 엄마와 무관심한 아빠에게 받은 상처가 깊었던 그녀. 아들을 선호하던 시대적 차이일지 몰라도 나오미에 대한 부모의 양육방식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리고 로버트 아케렛박사가 찾아갔던 5인중 한사람인 세스라는 한남자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결혼한지 3개월된 스물다섯 살의 그가 발기불능으로 아내와의 관계가 위태로운 상태.
그를 괴롭히는건 뜻밖의 끔찍한 공상때문이라는것.
가학성과 피학성 공상을 하며 황홀한 쾌감을 느끼는 변태성욕의 인격을 갖게 된 세스의 성장과정엔 정신과의사인 엄마의 학대가 있었다.
지도교수인 프롬박사의 조언을 받아 그를 치료하게 된 저자가 30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세스. 
엄마인 아밀리아의 광기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것일까?

그래, 바로 이것이었다. 대단원, 오랫동안 내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에 대한 답. 그 수십 년 세월. 나오미 골드버그로 태어나 사업을 하고 훌륭한 집을 소유했으며 건강미로 눈이 부시고 감정이 풍부한 쉰세 살의 이사벨라 코르테즈는 많은 인생을 한 인생으로 뭉뚱그릴 수 있다는 것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것이야말로 이사벨라가 지닌 '망상'의 총체인것 같았다. (70p)

심리치료는 과연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떠난 여행. 나는 작가가 찾아간 다섯사람들의 이야기가 긍정적인 결말을 보여준듯하다. 평소 학대나 폭력으로 얼룩진 성장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갖는 트라우마나 상처는 절대 치유되기 힘들것이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은후 나의 편협한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저자가 만난 다섯사람들이 온갖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헤쳐나갈수 있었던 인간의 생존 능력. 나는 저자가 말하는 그것의 경외감을 잊고있던게 아닌지..
[어느 날 나는 그들이 궁금해졌다]는 심리서란 부담감이 살짝 들었으나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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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라일락 걸스 1~2 세트 - 전2권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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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우리는 기차에서 내려 지옥으로 곤두박질쳤지만, 그때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230p)

2차세계대전을 온몸으로 겪은 세여자의 이야기인 [라일락 걸스]. 전쟁이 배경이 된 소설과 제목속 라일락이라는 꽃이름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독일의 히틀러가 폴란드와 프랑스를 침공했던 전쟁을 소재로 나온 영화들과 책을 종종 봐왔던터라 이 신간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않았다. 하지만 [라일락 걸스]를 집필하게 된 저자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카피라이터로 활약하다 소설가가 된 작가 마샬 홀 켈리는 잡지에서 본 한여성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나치의 여성 강제 수용소인 라벤스브뤼크의 생존자를 도운 미국여성인 캐롤라인 패리디. 그녀의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수용소의 생존자들의 증언과 많은 기록과 저서를 통해 [라일락 걸스]가 쓰여졌다.

지옥과도 같았던 라벤스브뤼크 여성수용소의 생존자인 카샤. 그곳에서 나치의 인체실험을 주도했던 독일인의사 헤르타. 라벤스브뤼크의 생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도운 미국인 캐롤라인.
국적도 나이도 모두 다른 그녀들이지만 모두 전쟁의 폭력속에 무력했던 희생자이다.
소설은 누구보다 삶을 유린당한 카샤에 주목한다.
나치 독일이 폴란드인, 반체제인사, 매춘여성, 정신병자 등을 강제로 수용했던 라벤스브뤼크에 가족과 함께 수감된 스무살의 카샤. 그곳에서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반인륜적이고 끔찍한 인체실험을 당한다. 
생존자가 되어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 가정을 이루고 간호사란 직업을 얻으며 새로운 삶을 살지만 수용소안에서부터 쌓였던 증오와 무력감으로 위태로운 삶을 이어간다.

"이들은 캐롤라인이 미국으로 데려온 폴란드 여성들입니다. 라벤스브뤼크에서 이 여성들은 래빗으로 불렸습니다. 두가지 이유에서죠. 그들이 수술받은 후 수용소를 껑충거리며 뛰어다녔기 때문이고, 또 나치의 실험토끼였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말중)

넉넉치 못한 가정속에서 어렵게 의학을 공부한 헤르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그녀가 수용소로 발길을 정한건 여성으로서 의사의 삶을 살고자 현실과 타협한게 아닐까싶다. 여성의 인권조차 없던 시대 의사란 여성에게 쉽게 허락된 직업이 아닌듯하다. 
프랑스배우이자 유부남인 폴을 사랑하게 된 캐롤라인은 미국인이자 전직 배우였다. 독일이 프랑스까지 침공하자 사랑하는 이의 안부를 걱정하며 전쟁으로 인해 어려운 아이들과 여성을 위해 헌신하는 그녀. 인체실험의 희생자였던 래빗들의 존재를 알게되면서 카샤와 만나게 된다.

역사상 가장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낸 2차세계대전.
전쟁의 소용돌이속에 개인의 삶은 파괴당하고 방향을 바꾸게 한다. 하지만 참혹한 현실에서 용기와 의지로 생존과 더불어 삶을 찾은 이들은 분명있다.
나는 소설이 그들을 [라일락 걸스]라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같다.
거친 겨울을 지낸 후에만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라일락. 삶이 파괴되는 고통속에서도 치유와 화해와 사랑으로 자신만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그녀들의 삶과 닮아서일 것이다.

“아버지는 이 꽃들을 좋아하셨어. 그래서 꽃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나. 그렇지만 아버지가 없는 라일락이 내게는 큰 슬픔이기도 해."
캐롤라인은 장갑 낀 손으로 뺨을 문질렀다. 손을 떼자 눈 아래 검은 얼룩이 남았다. 
"그렇지만 나는 한 면만을 생각했던 거야. 아버지는 라일락이 거친 겨울을 지낸 후에만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사랑하셨어. 그런 어려움을 거친 후에야 이 모든 아름다움이 나타나게 되니 기적이지. 그렇지 않아?” (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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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모리 에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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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개방적인 환경에서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지력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교육에 대한 화두는 학부모들이 모인 장소에선 늘상 빠지지않는 관심사다. 두아이를 둔 내게도 무엇보다 큰 관심사이기도 하고. 큰아이가 중학교입학하고 그동안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사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었다.
초등교육과는 다른 중등교육에선 공교육에만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때문이다. 나름 자기주도학습을 잘하고 있던 아이라 걱정조차안했는데 실제 공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그런 말씀은 종종 마음을 뒤흔들곤 했다.
결혼전 미술강사로 일했을 당시 학원으로 과외로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에 휘둘리던 아이들의 모습에 일찍부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터라 고민을 많이 한듯하다.
아이와의 대화와 아직은이란 이유로 사교육은 하지 않고 지냈지만 앞으로도 고민은 계속될듯 하다.

500페이지를 훌쩍넘는 모리 에토의 [초승달]를 읽으니 어쩌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모습을 그대로 담겨있는지. 
1960년대 학원이란 말조차 생소했던 시절 3대째 교육자의 집안인 오가미가족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공교육에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도와주고자 학원을 차린 고로와 지아키. 학원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지아키와 그런 아내를 이해못하는 고로는 충돌한다. 더군다나 가족의 따뜻한 울타리같았던 할머니 요리코의 죽음과 부모의 갈등속에 세 딸은 상처를 받고. 소설은 학원을 운영하며 서로다른 신념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과 그안에서 위태로워지고 붕괴되는 가족들이 긴시간 시대가 변함에 따라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들을 보여주고있다.
어쩌면 [초승달]의 저자 모리 에토는 진정한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를 던지고 가족의 갈등과 화합하는 모습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는게 아닐까싶다.

"오시마씨, 전 학교 교육이 태양이라면 학원은 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의 빛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는 아이들을 어둠속에서 고요히 비추는 달, 지금은 아직 여릿한 초승달에 불과하지만 반드시 둥글게 차오를 거예요."(34p)

유일하게 한국과 일본에서만 발달한 학원문화.
군국주의 교육으로 공교육을 불신하게 된 지아키가 바꾸고 싶었던 이상적인 교육의 모습이 입시경쟁과 학원을 공격하는 문부성과의 갈등으로 조금씩 변질되는 모습은 낯설지않다. 요즘 뜨거운 감자로 이슈가 되고있는 드라마인 스카이캐슬만 봐도 알수 있듯이 말이다.
무엇보다 제역할을 하지못하는 공교육에 희망을 버리지않고 교사가 된 큰딸 후키코. 배울곳을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 곁을 지키면서 함께 배우겠다는 그녀의 말이 인상깊게 남았던 [초승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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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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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은 못읽어본 독자는 있어도 한권만 읽어본 독자는 없다고 장르소설를 즐겨읽던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만큼 그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만족감과 호평이 많으며 팬역시 많다는 소리일것이다.
나 역시 그의 소설을 읽을수록 추리와 반전, 개성강한 캐릭터에 반해 한권 두권 읽게 되는 중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간 [날개가 없어도]는 감동과 감성을 입힌 따뜻한 미스터리소설이라 할수있다.
2백미터 달리기 유망주였던 이치노세 사라가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달리기가 전부였던 스무살 사라의 꿈을 앗아간 교통사고 가해자가 살해되면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한쪽 다리를 잃은후 의족을 낀 그녀가 어떻게 살인을 할 수 있을까?

[날개가 없어도]를 읽다보면 추리나 미스터리가 주는 재미보다는 좌절을 딛고 기적을 만들어내는 성장스토리에 가깝다고 할까, 소설은 살인사건보다는 이치노세 사라가 장애를 딛고 패럴림픽을 향한 행보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인상깊다.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현실적인 어려움들, 어쩌면 비장애인이던 사라가 장애인이 되면서 주변을 보는 시선의 변화가 더욱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팬이라면 더욱 반가울 미코시바 레이지변호사와 이누카이 형사의 만남은 또다른 재미다.

일본에서 장애인에게는 마이너스 이미지밖에 없거든요.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 보호받아야 하는 입장의 인간이라고하면서 말이에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적어도 강자와 약자로 분류하는 데에는 거부감이 느껴져요. 사지가 불편해도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인간이 이 세상에는 수두룩하단 말이죠. 그런 사람들이 표면적인 결손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묶이다니 웃기는 이야기죠. (284p)

어둠속에서 단 한줄기의 희망의 빛을 본다면 그어떤 절망이 온다해도 도전하겠다는 사라. 기능성 의족을 끼고 때로는 무모함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부셔져라 연습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하게 되고. 어느샌가 그녀의 간절한 희망의 날개짓에 응원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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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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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서름
- 윤심덕

'사의 찬미'라는 노래의 가사다.
당대 촉망받는 문인이자 엘리트였던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였으며 '사의 찬미'란 노래로 잘 알려진 여성명사이자 예술인이였던 윤심덕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하다. 
거기다 일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배위에서 뛰어내려 동반자살로 시신조차 찾지 못했던 미스터리한 이야기까지 몇 년이 지났어도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며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들줄 모르던 스캔들이다.
당대 유명했던 두 남녀의 죽음에 둘러싼 여러 억측과 언론의 가십성기사는 조선 최초의 연출가겸 극작가인 김우진 보다 더 유명했던 윤심덕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책에선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천재적 예술가지만 척박한 현실과 자신의 나약함,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여인인 윤심덕과의 만남까지 김우진이란 한남자의 지난한 삶에 주목한다. 

근현대사 문학의 전설이 된 4인의 작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와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을 그린 [한국문단의 스캔들]. 전작 [거장들의 스캔들]의 후속편으로 만 6년만에 세상에 내놓았다는 저자의 책은 때론 이루어질수 없었던 불꽃같은 첫사랑의 아름다움도, 또 때론 운명처럼 다가온 인연들로 탄생된 주옥같은 문학작품들도 담겨있다. 천재시인 이상과 기생 금홍의 스캔들과 윤심덕과 김우진의 비극적 사랑이야기, 춘원 이광수를 오랜시간 짝사랑 한 모윤숙의 이야기는 영화나 책을 통해 이미 어느정도는 알고있던 터라 개인적으로 '나혜석'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여성들의 인권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일본으로 미술유학을 다녀온 엘리트여성인 그녀에게 흔히들 불꽃같은 삶을 산 신여성이라 한다.
첫사랑이자 약혼자인 시인 최승구의 죽음과 애정없는 결혼, 파리여행중 만난 천도교 지도자인 최린과의 불륜과 이혼등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이혼고백서]를 통해 여성들에게만 강요되는 정조관념에 대한 쓴소리와 불륜상대인 최린과의 정조유린에 대한 위자료 소송은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분방함과 진보적인 가치관, 여성운동의 선구자로 당당한 그녀였지만 비참하고 쓸쓸한 말년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조선 남성의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서양이나 동경 사람쯤 하더라도 내가 정조관념이 없으면 남의 정조관념이 없는 것을 이해하고 존경합니다. 
-나혜석, [이혼 고백장], [삼천리], 1934

현존했던 인물들의 사생활이야기, 무엇보다 객관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할 책이기에 조심스러웠다는 작가. [한국문단의 스캔들]은 전설이 된 그들의 인간다운 모습을 과장없이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책은 암울하고 척박한 시대와 성숙하지 못한 사회속에서 혼란과 고난을 짊어지고 살았을 그들의 삶의 기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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