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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평점 :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서름
- 윤심덕
'사의 찬미'라는 노래의 가사다.
당대 촉망받는 문인이자 엘리트였던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였으며 '사의 찬미'란 노래로 잘 알려진 여성명사이자 예술인이였던 윤심덕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하다.
거기다 일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배위에서 뛰어내려 동반자살로 시신조차 찾지 못했던 미스터리한 이야기까지 몇 년이 지났어도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며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들줄 모르던 스캔들이다.
당대 유명했던 두 남녀의 죽음에 둘러싼 여러 억측과 언론의 가십성기사는 조선 최초의 연출가겸 극작가인 김우진 보다 더 유명했던 윤심덕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책에선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천재적 예술가지만 척박한 현실과 자신의 나약함,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여인인 윤심덕과의 만남까지 김우진이란 한남자의 지난한 삶에 주목한다.
근현대사 문학의 전설이 된 4인의 작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와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을 그린 [한국문단의 스캔들]. 전작 [거장들의 스캔들]의 후속편으로 만 6년만에 세상에 내놓았다는 저자의 책은 때론 이루어질수 없었던 불꽃같은 첫사랑의 아름다움도, 또 때론 운명처럼 다가온 인연들로 탄생된 주옥같은 문학작품들도 담겨있다. 천재시인 이상과 기생 금홍의 스캔들과 윤심덕과 김우진의 비극적 사랑이야기, 춘원 이광수를 오랜시간 짝사랑 한 모윤숙의 이야기는 영화나 책을 통해 이미 어느정도는 알고있던 터라 개인적으로 '나혜석'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여성들의 인권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일본으로 미술유학을 다녀온 엘리트여성인 그녀에게 흔히들 불꽃같은 삶을 산 신여성이라 한다.
첫사랑이자 약혼자인 시인 최승구의 죽음과 애정없는 결혼, 파리여행중 만난 천도교 지도자인 최린과의 불륜과 이혼등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이혼고백서]를 통해 여성들에게만 강요되는 정조관념에 대한 쓴소리와 불륜상대인 최린과의 정조유린에 대한 위자료 소송은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분방함과 진보적인 가치관, 여성운동의 선구자로 당당한 그녀였지만 비참하고 쓸쓸한 말년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조선 남성의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서양이나 동경 사람쯤 하더라도 내가 정조관념이 없으면 남의 정조관념이 없는 것을 이해하고 존경합니다.
-나혜석, [이혼 고백장], [삼천리], 1934
현존했던 인물들의 사생활이야기, 무엇보다 객관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할 책이기에 조심스러웠다는 작가. [한국문단의 스캔들]은 전설이 된 그들의 인간다운 모습을 과장없이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책은 암울하고 척박한 시대와 성숙하지 못한 사회속에서 혼란과 고난을 짊어지고 살았을 그들의 삶의 기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