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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4 -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9년 5월
평점 :

경성 모던보이 이상과 구보. 김재희의[경성탐정 이상]은 소설가이자 시인이었
던 두사람이 탐정이 되어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풀어간다는 이야기다. 시리즈중 네번째인 소설속엔 8가지 사건들이 담겨져있는데 절친인 두사람의 활약을 보자니 셜록홈즈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마도 탐정이란 역할과 왓슨, 홈즈처럼 이상과 구보의 찰떡 케미 덕분일것이다. 홈즈처럼 사건을 풀어가는 주된 인물이 이상이며 왓슨처럼 조력자의 역할은 구보다.
소설속 화자인 구보의 시선을 통해 천재시인 이상이 아닌 경성탐정 이상의 모습을 볼수있다. 난해한 시를 쓰고 27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모습과는 다른 날카로운 추리력과 위험한 상황속에서도 건장한 남자들과 육탄전까지 벌이는 이상.
그에 반해 엔틱접시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적감각도 지녔지만 이상의 연인인 금홍의 눈치도 보는 소심한 생계형 소설가인 구보.
온전한 허구의 인물이 아닌 이상과 구보가 만나게 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흥미롭다.
하여간 상이란. 한낱 장난에 낚여서 수족관까지 찾아가는 저 집요함은 경성에서 따를 자가 없을 것이다. 그가 사건을 추리하는 이유는 정의를 구현하기보단 호기심 때문 같다. 궁금증을 풀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 그것은 상을 사건에 뛰어들게 만드는 원천이다. (127p '고래의 꿈'중)

최고급양복점에서 죽은이가 예약해놓은 양복을 구입한후 악몽을 꾸게 되는 구보. 군산의 보물창고에서 없어진 병풍에 숨겨진 비밀. 우체국 화장실에 쓰여진 살려달라는 SOS메세지. 백운산장에서 만난 낯선이들과의 괴담이야기.경성권번 기생들의 연쇄살인사건과 차이나타운에서 사라진 카프작가. 마리 앤티크사교구락부 살인사건과 부인들의 암투, 극장 주임변사의 죽음까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등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들이 그려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는 소설의 표제작이기도 한 칠화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다. 엔티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조향가게, 미장원, 부인들의 사교모임. 그안에는 여인들의 오해, 불신,질투와 욕망, 소외감과 갈등이 존재하고 시대가 다른 지금도 종종 보는 모습이지않나싶다.
애초에 이 땅에서 여성들은 명문가 여식이라도 결혼 전엔 아버지에게 눌리고, 결혼 후엔 남편의 지배 아래에 놓이지. 순종과 복종만을 강요당하는 삶에서 자존감은 자라나기 힘드네. 개성은 억압되고, 조금만 화장이 짙어도 음탕하대지. 첩을 둔 남편에, 자식들은 타지로 떠나고 사회활동은 제한돼. 욕구불만을 풀데가 없어 숨이 턱턱막혀. 결혼후 학업을 중단한 부인도 있고, 남부끄러운 과거를 세탁한 부인도 있어. 이들은 유일하게 티파티 사교계서 사람을 만났어. 모두 백조가 돼서 비싼 물건을 사며 환심을 얻고 싶었지 (379p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중)
탐정이 등장한다고 해서 미스터리추리소설다운 정교한 트릭이나 깜짝놀랄만한 반전은 없다.
그렇지만 과하지 이야기설정과 경성판 셜록홈즈인 이상과 구보콤비의 매력, 실존했던 인물들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소설속에서 만나볼수 있었다는 것과 암울했던 시대상까지 그려진 소설이란것이 꽤 재미있게 읽힌다. 읽어보지 못한 [경성탐정 이상] 시리즈 세권도 조만간 만나봐야겠고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나올 예정이라 하니 그또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