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주를 담아줘 ㅣ 새소설 2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평점 :

경쾌하지만 불안하고 설레지만 가슴 먹먹한 삼십대 여자 셋의
'덕질 라이프' (-책소개중)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박사랑의 [우주를 담아줘]를 읽으며 아이돌에 푹 빠진 친구가 생각났다.
K-POP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킨 방탄소년단이 아줌마덕후를 만들어놓은 장본인. 십대때도 하지않던 연예인 덕질을 아이들 다키워놓은 중년의 나이에 하는 친구의 모습이 낯설어 보이기도 하고 왠지 웃음도 나기도 하고. 어디 중년의 친구뿐일까. 이제는 조금 시들해지긴 했지만 중학생인 딸아이도 남부럽지않은 덕질을 했었더랬다. 좋아하는 아이돌 공연티켓을 사기위해 컴퓨터앞에서 전투적이었던 아이. 아이돌 한정판굿즈를 사기위한 은밀한 분주함을 이해하기 쉽지않았던 때도 있었다.
소설을 쓴 박사랑작가는 2017년 [스크류바]로 첫책을 출간한뒤 두번째 책인 [우주를 담아줘]에서 자신의 덕질경험을 살려 현실덕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냈다.
삼십대 아이돌덕후인 세여자의 이야기의 소설속 주인공인 디디, 앵, 제나도 삼십대 빠순이다.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기에 티켓팅에 실패하면 웃돈을 주고라도 티켓을 살수있는 자금력과 해외공연까지 갈수있는 행동력도 갖춘 빠순이. 재밌는 점은 이들은 모두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을 통해 만났다는것이다. 고3 좋아하는 아이돌 팬미팅에서 만나 서로의 닉넴을 부르며 친해진 사이들이란 것. 오빠들이 만들어준 인연들은 결혼도 하지않고 삼십대까지 이어진다.



소설은 주로 덕질에 대한 유쾌하고 발랄한 그녀들의 수다와 일상을 그리고있다. 그리고 아이돌을 향한 덕질은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팬들의 일상에 활력을 주며 때론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것. 또한 결혼과 직장, 현실을 살아가는 불안한 삼십대여성의 심리와 우정까지 담아낸 [우주를 담아줘].
소설속 삼십대 빠순이인 주인공들을 보면서 휴덕중인 딸아이에게 어차피 덕질하는거 이왕이면 즐겁고 행복하게 하자고 했다. 덕질을 통해 마음속 채우지 못한 공간들을 채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덕후가 되는건 어떨지.
한 살 더 먹었지만 나는 연애 대신 달달한 팬질을 다시 시작했다. 거리감에 무력감에 울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사실 그들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흔들고 현실을 뒤엎으며 생활을 조이는.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보고 싶었고 더 가까이로 가고 싶었다.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일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2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