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 - 여행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
캐서린 리드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9년 6월

빨강머리 앤을 만난건 텔레비젼 만화를 통해서다.
빨강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빼빼마른 앤의 모습. 평소 예쁜공주풍의 주인공들만 봐왔던터라 그닥 예쁜모습이 아닌 앤의 모습은 어린나이에도 인상깊게 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최애만화라 꼽을수 있는 이유는 한폭의 수채화같은 배경들때문일것이다.
앤이 살고 있던 초록색지붕집과 꽃잎이 흩날리던 장면들, 그리고 신비로운 숲길과 나무들. 너무도 선명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만화를 보면서 한번쯤 앤이 살고있는 그곳에 살고싶다란 생각도 했었다. 그시절 상상력이 남달랐던 수다쟁이 빨강머리 앤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아이들에게 친구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싶다.

여행에세이인 [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은 오롯이 앤의 이야기만 하는 여느책과는 조금 다르다. 빨강머리 앤을 만들어낸 작가 몽고메리와 소설속 앤이 살던 마을의 실제 배경인 프린스에드워드섬을 이야기한다. 작가인 몽고메리의 삶과 무척이나 닮아있는 앤.
자신의 고향인 프린스에드워드섬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몽고메리와 앤은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때론 위로를 받기도 하고 많은 영감을 얻을수 있었다한다. 실제로 앤이 사랑하던 '초록지붕 집' '빛나는 물의 호수' '연인의 오솔길'등이 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사랑했던 장소들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고 아름다운것들, 자연을 향한 동경을 글로 쓴다는것 또한 루시 모드 몽고메리와 앤셜리의 닮은 점이라 할 수 있다.

몽고메리와 앤에게 자연은 아름다움과 놀라움의 근원이자 영적인 공간이었다. 앤은 매일 밤 기도를 하라고 시키는 마릴라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정말로 기도하고 싶을 때는 혼자서 드넓은 들판으로 나가거나 깊고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하늘을 올려다볼 거예요. 저 위로, 위로, 한도 끝도 없이 푸른, 아름답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거예요. 그러면 기도를 그냥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몽고메리도 일기에 이와 같은 감성을 메아리처럼 옮겨 놓았다.(52p)

[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을 통해 처음 알게된 캐나다 동부에 자리잡은 프린스에드워드섬은 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이끄는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꽃이 만발하고 멋진바다가 담긴 사진속엔 금방이라도 빨강머리 앤이 튀어나올듯하다. 책을 읽을수록 몽고메리가 빨강머리 앤을 쓰던 캐번디시와 풍경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기억속에 남겨져있던 앤이 살던 풍경과 오버랩되면서 추억의 시간도 함께 느낄수 있었다. 빨강머리 앤을 추억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에 비해 나의 세대는 운이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 때문인지 소장욕심도 생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