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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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본론 첫 페이지를 펼치기 전 눈에 닿은 이해인 수녀의 추천사 문장 '그 어느 날 부고의 주인공이 되기 전, 살아있는 동안 충분히 기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란 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렇듯 이 책은 부고에 관한 책이다. 부고는 단순 사망 공고를 뜻하는 단어이기 전에 고인의 인생을 축약한 글이 곧 짧은 부고가 된다. 저자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𝟩년간 부고 기사만을 전담해 온 부고 전문기자로써 𝟪𝟢𝟢여 명의 부고 기사를 집필했다.

부고는 한 생애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글로써 그 어느 순간보다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한 귀중한 부고를 사망 후 가족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나'라는 한 인간은 그 누구보다 '나'가 가장 잘 알고 내가 가장 많은 걸 목격한 당사자이기에 나만큼 날 잘 설명하고 생생히 기록할 사람은 없다는 걸 인지하고 생전에 부고를 스스로 기록할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단순 권고가 아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고 스토리텔링 기법에 관한 조언과 가이드를 여러 방식의 챕터와 예시로 시사한다. 엄숙하고 전형적이고 일률적인 부고가 아닌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흥미로이 기록할 수 있는 방식의 서사, 그로 인해 고인이 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생생한 부고를 선사한다. 그외 여러 인물들의 회고록과 그간 부고 기사를 쓰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물들에 관한 글도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의 원제는 《𝐘𝐨𝐮𝐫𝐬 𝐓𝐫𝐮𝐥𝐲》이다. Yours Truly. 그럼 이만 안녕히 가세요,란 뜻이다. 안녕히 가는 일이 그저 아스라이 쓸쓸하고 슬프기만 한 일이 아닌 떠나고 남은 고인의 빈자리가 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조언하는 그 마지막 부고에 관한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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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저자, 황국영 역자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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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고집이자 에세이집이다. 서적의 제목은 영화 마지막 사랑의 대사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이윽고 그는 올해 봄 별세하였고 내가 생전 가장 사랑했던 피아니스트이다. 책의 챕터 1부에서는 그가 별세에 이르게 된 원인인 암 초진부터 전이가 진행되고 그 과정 속에서 거듭 수술을 받고 그로 인한 섬망 증세 외 합병증 등 세세히 기록되어 있고, 그러한 괴로운 시점에 닿아서야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기록도 정말이지 인상 깊다. 문예 편집자셨던 아버지와 모자 디자이너셨던 부모님의 상실을 겪어내고 그 후 어머니에게 바치는 레퀴엠이 존재한다는 것도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고 그 곡을 다시금 청취하였다. 이처럼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에 관한 탄생 배경과 그에 관한 감상과 해석과 영감이 되거나 투영된 가치 등 섬세히 기록되어 있어 순간순간 닿은 해당 곡을 청취하고 음미하며 읽게 되는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이었다.

유쾌하고 몽글몽글하고 반짝이는 순간들의 기록도 많다. 여행을 통한 감상과 그곳에서 느낀 감상을 토대로 이전까지 진행하고 있던 곡을 전면 폐기 올 리셋 후 다시금 새 곡을 창작하기도 하고, 그의 주변엔 사랑스러운 아티스트 지인들과 파트너 로미줄리로 칭하는 이와의 시간들도 무척이나 따뜻하고 다정하고 든든하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𝟨𝟢세가 되어 파트너로부터 맨해튼 𝟧𝟩번가 스타인웨이 앤 선즈에서 서프라이즈 선물로 받은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 아티스트 백남준 씨의 근사했던 장례식의 순간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부고 소식에 관한 부분은 그의 명랑함과 유쾌함에 눈물이 핑 돌면서도 웃음이 났다. 이처럼 다채로운 감상과 감정들이 함께 공존하는 그에 관한 서적이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피아니스트, 그는 내가 가늠했던 것보다 더 따뜻하고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고, 취향과 신념이 누구보다도 확고한 이다. 앞으로 나는 보름달과 수박을 마주하면 오래도록 그가 생각날 것 같다. 그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분들에게 기꺼이 리본을 묶어 선물하고 싶은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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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아동 인권 이야기
박명금 외 지음 / 서사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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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총 5인의 인권 강사단 분들의 협업 집필로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에서 시사하는 '아이들'이란 영유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체 챕터 총 3부 중 1부 영유아, 2부 초등학생, 3부 청소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동 인권 침해의 사회적 큰 이슈와 사건 등을 다룬 것이 아닌 하루하루 보다 실체적인 자녀와의 일상 속에서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부모들의 실수와 궁금증과 문제점과 비로소 그에 대한 해답과 솔루션이 깃든 해박한 조언과 교육법이 제시되어 있다. 가령 이유 모를 긴 울음, 기저귀를 늦게 떼는 아이 아니 뭐든 남보다 성장이 늦는 아이, 편식이 심한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분리불안 증세를 앓는 아이, 노키즈존, 스마트폰 사용 관련 제재, 아이들이 갖는 그릇된 외모지상주의, 이혼, 성교육, 정서적 학대 등. 자녀를 키우며 올바른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수많은 사례와 해당 사례에 대한 현명한 조언들이 페이지마다 깃들어 있다.

모든 글들을 읽어 내며 결국 아이도 어른과 다를 바 없는 독립된 인격체임을 실감했고, 아이의 미숙함은 어른으로서 기꺼이 포용하고 올바른 교육과 도움을 주되 단지 어리다고 어린 대우를 할 것이 아닌 한 인격체로써 어른을 해석하듯 어른과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고민하고 대화해야 함의 중요성을 느꼈다. 가령 편식에 대한 부분도 어른은 취향이자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는 시대에 왜 아이의 편식만은 그토록 큰 문제의 고민거리로 치부되는가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혹 모든 단백질 음식을 거부한다면 성장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만 몇 가지 단백질 종류의 음식을 거부하는 건 극히 정상인 것이고 아이들도 어른처럼 단지 선천적인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를 훈육하고 가르칠 땐 아이에게 명확하게 교육의 지향점을 짚어주면서도 수치심과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 등 많은 현명한 솔루션들이 깃들어 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녀와 함께 나아가는 생의 성장 과정 속에서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더 많다면, 이 책이 보다 많은 도움과 조언이 되리라 가늠한다. 서로 오해하지 않고 오해받지 않는 관계로 기꺼이 나아갈 힘을 더해 주는 책이라 명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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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도구들 - 사랑할 때 미처 몰랐던 관계의 모든 것
유선경 지음 / 콘택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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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서 시사하듯 사랑에 관한 서적이다. 허나 단순 '사랑'에 관한 낭만과 미화를 그린 책이 아닌 올바른 사랑을 교류하고,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사전에 단련하고 공부하고 깨닫고 있어야 하는 '사랑의 도구들'을 다뤘다. 철학가 에리히 프롬은 생전에 말했다. 마치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고, 단지 사랑할 또는 사랑받을 올바른 대상을 발견하기가 어려울 뿐이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의 말을 저자는 해석한다. 사랑을 하고 싶다면서 정작 사랑에 대한 이론적 지식, 실천의 기술 등은 전혀 배우려 하지 않는 태도를 안타까워하는 뜻이라고. 해서 출간된 서적이나 다름없다 여긴다.

생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렵고 그보다 더 중요시 여겨야 하는 부분은 내게 닿은 그 사람을 기꺼이 이해하고 수용하고 그 관계를 끝까지 배려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 태도와 심리적 자세임을 일컫는다. 사랑은 상호 친밀 관계로써 서로 친밀을 행사하는 무언의 불문 계약과 다름없다는 저자의 묘사와 해당 문단이 인상 깊다. 해서 한쪽만이 노력하고 이해하고 상처받는 관계란 결코 올바르지 못한 건강치 못한 관계임을 시사한다. 이기적인 관계, 희생하는 관계, 더는 외면하지 않아야 할 성격적 결함 등의 여럿 갈래를 다루고 있다. 또 사랑하기에 앞서 먼저 수반되어야 할 가치인 '자기애'와 '자기 위주'의 삶이 아닌 '자기 본위'의 삶을 잘 살아가야 한다는 것. 해당 개념을 쉬이 다루기에 앞서 이륙 전 기내 안전 수칙을 예시로 든 문단이 정말인지 신선하고도 깊이 동감하는 바였다. 이윽고 마지막 챕터에서 다뤄진 내가 사랑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아우구스투스가 문학의 예시로 다뤄져서 너무나 반갑고 설렜고 좋았다.

아마도 이 서적은 '사랑'이란 가치에서 파생된 철학 서적이 아닐까 가늠한다. 보다 성숙한 사람, 사랑, 생으로 그렇듯 보다 더 성숙한 생의 계절로 접어들고 아름답게 무르익어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그러한 '사랑의 도구들'에 관한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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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름에게
박선아 지음 / 안그라픽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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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작가의 해당 본서는 𝟤𝟢𝟣𝟩년도 첫 초판 되었던 사진 에세이집이다. 이 책이 올해 살굿빛 양장으로 새로이 보다 더 예쁘게 단장되어 재출간되었다. 그 당시 완독 후 든 감정은 저자만의 시시콜콜 적힌 진솔한 문단들 위로 몽글몽글 따뜻한 온도로 촬영된 사진 필름들이 마치 라떼 위 우유 크림과 같은 잔상의 책으로써 당시 겨울이란 계절의 스산함을 데우기 충분한 책이었다. 허나 𝟨년 후 여름 다시금 조우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이윽고 다 덮고 나니 어떤 애틋함과 어떤 그리움과 어떤 슬픔이 한데 섞여 오래도록 뭉클한 감정이 공존한다.

언젠가 살면서 가장 감사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슬픔을 알게 된 것'이라 답하는 저자. 그때부터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고 세상의 수많은 슬픔 중 어떤 슬픔은 눈에 보이게 되고, 나와 상관없는 슬픔에도 기꺼이 함께 울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문단 그 문단은 유독 따끔하고도 오래도록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성장과 비로소 결국 한 세계가 새로이 열리는 일, 그곳에 첫 발을 내딛는 일, 여태의 슬픔이 더는 한갓의 슬픔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일, 많은 해석과 생각들이 교차했다. 글 외에도 책에 수록된 다정한 사진 필름들도 너무나 따뜻하고 좋습니다. 가볍게 또는 무겁게 그날의 내 감정에 따라 쉬이 넘겨 읽을 수 있는 서적으로 여름 휴양지에 가져가기 좋은 책이라 일컫고 싶습니다. 여태껏 겨울의 책이라 생각했는데 새삼 '여름의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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