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저자, 황국영 역자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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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고집이자 에세이집이다. 서적의 제목은 영화 마지막 사랑의 대사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이윽고 그는 올해 봄 별세하였고 내가 생전 가장 사랑했던 피아니스트이다. 책의 챕터 1부에서는 그가 별세에 이르게 된 원인인 암 초진부터 전이가 진행되고 그 과정 속에서 거듭 수술을 받고 그로 인한 섬망 증세 외 합병증 등 세세히 기록되어 있고, 그러한 괴로운 시점에 닿아서야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기록도 정말이지 인상 깊다. 문예 편집자셨던 아버지와 모자 디자이너셨던 부모님의 상실을 겪어내고 그 후 어머니에게 바치는 레퀴엠이 존재한다는 것도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고 그 곡을 다시금 청취하였다. 이처럼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에 관한 탄생 배경과 그에 관한 감상과 해석과 영감이 되거나 투영된 가치 등 섬세히 기록되어 있어 순간순간 닿은 해당 곡을 청취하고 음미하며 읽게 되는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이었다.

유쾌하고 몽글몽글하고 반짝이는 순간들의 기록도 많다. 여행을 통한 감상과 그곳에서 느낀 감상을 토대로 이전까지 진행하고 있던 곡을 전면 폐기 올 리셋 후 다시금 새 곡을 창작하기도 하고, 그의 주변엔 사랑스러운 아티스트 지인들과 파트너 로미줄리로 칭하는 이와의 시간들도 무척이나 따뜻하고 다정하고 든든하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𝟨𝟢세가 되어 파트너로부터 맨해튼 𝟧𝟩번가 스타인웨이 앤 선즈에서 서프라이즈 선물로 받은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 아티스트 백남준 씨의 근사했던 장례식의 순간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부고 소식에 관한 부분은 그의 명랑함과 유쾌함에 눈물이 핑 돌면서도 웃음이 났다. 이처럼 다채로운 감상과 감정들이 함께 공존하는 그에 관한 서적이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피아니스트, 그는 내가 가늠했던 것보다 더 따뜻하고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고, 취향과 신념이 누구보다도 확고한 이다. 앞으로 나는 보름달과 수박을 마주하면 오래도록 그가 생각날 것 같다. 그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분들에게 기꺼이 리본을 묶어 선물하고 싶은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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