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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지은 집
정성갑 지음,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기획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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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𝟤𝟢인의 건축가 혹은 의뢰인인 건축주와의 콜라보에서 비롯되는 '건축 예술'이라 가히 일컫고 싶다. 서적의 페이지마다 깃든 그들의 집은 본연의 나라는 거울의 페르소나이자 쉼이자 각기 추구하는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 혹은 직업에 걸맞게 집의 조망과 구조, 하물며 집안에 들이는 가구와 오브제와 조명 등의 배치까지 하나하나 깊이 고심하여 정교하고 섬세하게 설계하고 구획했다. 이처럼 건축과 인테리어 그러니까 집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그 무엇 하나 가벼이 설계치 않는 진중함을 목도하다 보면 얼마나 그들이 현재 본인의 삶을 애착하고 귀중하게 여기는지 그 삶의 무게와 가치의 깊이를 실감하게 된다.

가만히 서적의 페이지를 넘기며 시선하는 것만으로 비로소 독자의 마음도 고요해지고 이윽고 숨을 쉬는 것 같다. 이 서적을 통해 여러 건축 양식을 조우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새삼 한옥의 미를 실감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토록 아름답고 기품 있는 한국의 미 건축 양식을 눈으로 읽고 시선할 수 있어 너무도 뜻깊고 좋았다. 그 외 집 짓기 전 첫 단계인 토지 매입부터 시공과 목재 선별 그리고 외장재나 단열재 정보와 편애하는 브랜드 혹은 작은 평수 집 짓기의 주의사항과 팁 등 이처럼 건축과 설계에 관하여 보다 더 현실적인 팁과 조언도 그득 실린 서적이다. 건축가들의 철학과 건축주들의 멋스러움에서 비롯된 콜라보 이렇듯 저마다 취향이 담긴 집을 시선할 수 있어 너무도 근사한 완독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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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연대기 - 조선을 뒤흔든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사건 80
유정호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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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조선의 발포 사건인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시작으로 이윽고 마지막 왕인 순조의 기록으로 총 오백여 페이지의 끝맺음을 장식한다. 조선의 큼직한 이슈인 왕자의 난과 소위 피바람이 분다로 칭하는 수양대군의 계유정난과 김종서 외 사육신 피살 사건과 어린 단종, 연산군과 중종을 다루며 빼놓을 수 없는 한명회와 조광조의 기록도 담았다. 그 외에도 조선 시대의 주요 부문인 불교에 관한 억불정책과 수조권과 대동법 등 토지와 신분에 관한 변천과 시행 배경과 그에 따른 여러 갈래의 병폐 등이 기록되어 있다. 홍길동, 임꺽정, 이순신,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일화와 기록도 함께 병합하여 성인이 아닌 청소년이 함께 읽어도 무방한 서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던 페이지는 소위 태평성대라 칭송되는 세종과 성종의 여러 갈래 복지 정책들과 당시 문란했던 어우동에게 사형이란 무거운 형벌을 내린 성종의 연유에 대해 개인사를 반영한 추측이 담긴 페이지였다. 그리고 한때 총명하고 영민한 능력으로 사랑을 받다 이윽고 아버지의 미움을 받았던 점에서 병자호란의 패배로 청나라 인질로 끌려간 소현세자와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른 사도세자는 어쩌면 결이 다르고도 누구보다 닮은 둘이라는 생각이 보다 더 짙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단순 역사적 서사가 아닌 그 서사에서 파생된 배경과 심리 등을 추측하고 해석하는 유정호 저자만의 짤막한 견해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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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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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작가 하루키의 책과 함께 수령한 알라딘 도서 사은품 유리 하이볼 잔, 그 잔에 하루키가 사랑하는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이 책을 마저 완독했다. 𝟩𝟢𝟢여 페이지를 지나는 이 세계와 다른 세계에 관한 하루키만의 환상 문학을 읽어내는 과정 속에서 만난 주옥같은 문장과 묘사들이 너무도 귀중했다.

이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난 순간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기분과 여분의 꿈을 닮은 기나긴 여운, 그래 이런 기분이었지. 하루키만이 내게 선사해 주던 이 유일한 기분, 이 세계, 정말이지 이를 오랜만에 조우하는 감정이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닿는 이 감정은 10여 년 전이란 긴 포물선을 따라 어느 여름밤 내지 겨울밤 하루키 책들을 끌어안고 티없는 마음으로 마주하던 지금보다 젊은 혹은 어린 내 모습이 선연한 그림자처럼 함께 따라붙는다. 그것은 영원한 노스탤지어와도 유사한 감정이다.

온 하루를 하루키 책에 할애한 오후, 어느 카페의 문을 열고 앉아 진한 커피와 따뜻한 블루베리 머핀을 주문해 이 여운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다. 꼭 블루베리 머핀이어야 한다. 그럴 리 만무하나 폴 데즈먼드의 알토 색소폰 솔로가 흘러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라는 농담도 함께 기록한다. 나의 영원한 소년, 하루키. 오래도록 그의 집필을 고대하고 열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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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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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사랑하는 두 작가의 콜라보 서적이나 다름없는 정말이지 가치 있는 그들의 신간 작품집, 피츠제럴드가 쓰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역자로서 직접 편집하고 모든 글을 엮었다. 𝟣𝟫𝟤𝟢년대 개츠비 작품으로 쏘아 올린 공은 그를 일약 미국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만들지만 미국 대공항을 기점으로 𝟣𝟫𝟥𝟢년대 그의 작품은 더는 예전처럼 주목받지 못했을뿐더러 알코올 중독 증세와 더불어 생의 암흑기를 맞고 이윽고 마흔네 살이란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된다. 그 시기 읽히지 못했던 소설 𝟪편과 에세이 𝟧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소설 속에 역자로 묻어나는 하루키만의 섬세하고 세련된 문장들이 극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모든 단편들이 다채롭고 흥미로워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단편은 작품집의 제목이기도 한 《어느 작가의 오후》였다. 어쩌면 피츠제럴드의 독백 같기도, 아무도 모를 비밀처럼 털어놓는 텅 빈 고백 같기도, 그의 민낯 같기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도 여운이 깃든 마음이 내내 그 페이지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정말이지 강렬한 인상으로 남은 베스트 작품은 하루키의 표현을 빌려 《망가진 𝟥부작》이다. 정말이지 좋아서 이 𝟥부작만 뜯어내 별도의 서적을 만들어 핸드백에 넣어 몇 번이고 읽고 싶은 글의 연작이었다. 끝나가는 안착점에서 가만히 디저트를 기다리던 중 진짜 오늘의 메인 디쉬를 짠 하고 서프라이즈로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 정말, 너무 좋았다. 이제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보다 오래도록 읽히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언제까지나 '살아있는' 서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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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마음
임이랑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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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작가인 동시 디어클라우드 밴드 소속 베이시스트 음악가이다. 자유로이 쓰인 그녀의 단상들이 마치 하루의 시간을 네 등분으로 쪼갠 비스킷처럼 아침과 오후 밤과 새벽을 지나는 목차 하에 여러 무드의 감정들과 마음들에 관하여 기록되어 있다. 성숙한 마음에서 비롯된 말랑하고 따뜻한 온도를 지닌 페이지를 읽던 중 괜스레 코끝이 발그레 시큰해진 순간이 많았다.

이토록 겨울과 잘 어울리는 에세이가 또 있었던가. 보다 염세적이고 어쩌면 차가운 영하의 온도로 꽁꽁 얼어붙는 마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쓰는 에너지 한 톨도 결코 아까워하지 않는 따뜻한 난로와 같은 마음이 끊임없이 대척하는 모습이 겨울이란 이 계절 그 자체였다. 무너지고 끝없는 무기력이 지속되고 불안과 우울 혹은 깊은 상념에 오래도록 빠져 지내다가도 깊은 잠을 자고 난 후 아침이 오면 어김없이 혼자 버터와 빵을 베어 먹으며 《셰이프 오브 워터》의 OST를 듣는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침구 머리맡에 두고서 샤워 후 잠들기 전 좋아하는 필로우 미스트를 펌핑 후 나직이 읽고 잠드는 것이 근래의 밤 루틴이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기뻤다. 나와 유사한 감정과 동요를 읽어 내며 위로를 얻었던 밤의 마음. 내가 나를 믿는 마음과 별개로 나를 믿고 있다는 응원이 필요하다는 저자 임이랑에게 오래도록 그녀의 글을 읽고 싶다고 늘 응원한다는 마음을 한 송이 더 가감 없이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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